▧ 지난 보름간의 곡물창고 입하 소식 ▧
조심스러운 사람들
우리는 왜 조금이라도 친한 척 안 해봤는지. 어차피 다시 만나자고도 안 할 거니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층층이 서로를 쌓아올리기만 했는지. 다들 하는 것처럼 탑 만들고 다시 무너뜨리고 나 아니어도 바람 불어서 와르르 무너질 것을,
코끼리하우스
이 방에서 나는 존재하고
동생은 유령이다.
출근할 때는 사람이지만
열네 시간을 일한 후 퇴근할 때는
발을 잃고 허공에 붕 떠서 들어오니까.
김깃, silo
침몰하는 땅
우린 내달렸다
가장 높은 곳으로 우린 서로의 두
어깨가 찢어지도록 붙잡고 늘어졌다 우린 둘 다
살아남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살아남아야 하고 그것은 바로
나여야만 한다. 우린 서로의 생의
찌꺼기를 안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에이미앰플, bulk
분위기와 계시
그러고 보면 AI가 우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이미 우리의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최적화된 AI 엔진이다. 따라서 나의 당연한 결론은, 앞뒤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내가 나를 관리할 수는 도저히 없다는 것이다.
유리관, 교정공기
▧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랜덤 게시물 1편 ▧
요정
유인종의 대강을 점하고 있는 존재군은 단연 요정이다. 곤충이 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바와 같다. 몇 쌍의 다리와 날개, 삼부로 나누어 파악 가능한 몸통 구조 등의 조건 안에서 곤충들의 생김이 각양각색인 것처럼 요정들도 몇 가지 구성요건을 가지고 있다. 모든 벌레를 곤충이라고 하지는 않듯이 모든 유인종을 요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콰, 박물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