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창고 보름간 ◑ 제91호

25년 2월 ◑

2025.02.15 | 조회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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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창고 보름간

보름에 한 번, 팀 블로그 곡물창고(gokmool.blogspot.com)의 입하소식을 모아서 보내드립니다.


 

▧ 지난 보름간의 곡물창고 입하 소식 ▧

 

붕어빵 같은 것

산을 본다 산이 무너진다 바다를 본다 바다가 물러난다 붕어빵을 본다 붕어빵이 부지런히 뒤집히고 있다

김깃, ~같은 것

 

빗방울을 위한 일기예보

비가 와서 당신이 어디론가 간다 파랗게 서늘하게 커져가는 방을 두고

잠수부, 불투명함을 위한 투명함

 

개, 오각별, 수도원 ❶

소렌샤는 눈을 떴다. 잠을 잃은 지 일 년째 되는 날이었다. 불 꺼지지 않는 삶 속에서 소렌샤는 매 날 매 밤을 온전한 정신으로 혼절하고 있었다. 완전히 피로한 소렌샤, 밀빛 머리칼을 가진 오각별 마술사 소렌샤는 일그러진 얼굴을 쓸어내리며 몸을 일으켰다. 침방에 스미는 빛과 눅눅한 공기가 정오를 일러주었다. 왜 아무도 짖지 않았지?

희파, 빙터

 

silo

이번 여름에는 서울시 은평구 봉산의 대벌레 무리 일원으로 위장해볼 생각이다. 직박구리나 인간을 속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햇볕에 널어 온몸이 두루 갈색이 될 때까지 최대한 바싹 말린다. 안감에 체취를 흡수하는 활성 목탄을 댄 옷을 입고 모든 이음매에는 덕테이프를 붙이는 게 좋다.

 

팔각

쏟아지는 물 환상은 세계의 축원 같았다 쏟아지는 물들이 세계의 축원 같다는 인상을 고통이 자신의 말로 직접 고쳐 말하기를, “폭포는 정말로 멋진 자연이구나…”

김깃, silo

 

속도

쓰레기 더미가 건물들을 꽉 채우고 있고, 건물 밖으로도 삐져나와 있다.

미친풀, 수요일에 쓰는 사람

 


 

▧ 창고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랜덤 게시물 1편 ▧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그이가 조정간으로 가 단추 몇 개를 누릅니다. 허공으로부터 홀로그램 스크린이 쥐어뜯기듯 벌어져 나옵니다. 불쾌한 푸른색의 스크린 속에 그가 말했던 쥐색 행성이 대문짝만한 크기로 나타납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행성은 아름답기를 포기한 것처럼 우두커니 칙칙한 색빛입니다. 사람 눈에는 다르게 보일까요? 순식간에 나는 저것을 불신합니다.

희파, 바리에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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