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펠로우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조금 앞서 가는 돌봄의 시간을 살 수 있기를

2024.06.21 | 조회 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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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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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펠로우

복음과상황 펠로우는 복상을 만드는 사람과 그 곁에 함께 하는 사람의 우정과 연대의 울타리입니다.

  평안하신지요. <복음과상황> 이사장 이광하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복상 펠로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모임의 이름입니다. 복상 주변에는 만나면 좋은 분들이 많아서, 이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펠로우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모임인데요, 제가 생각했던 키워드는 '서로 돌봄'입니다. <복음과상황>을 돌보는 마음으로, 복상을 사랑하는 벗들이 서로 돌보는 보살핌의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입니다.  

돌봄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신형철 평론가의 것입니다. 그는 <인생의 역사>에서 박준 시인의 시를 '돌봄'이라는 관점에서 읽어주었습니다. 그가 발견한 박준 시인의 시를 감싸고 있는 온기의 정체는 돌봄과 보살핌의 시간입니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는 일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를 아프게 할 어떤 말과 행동을 걸러내는 일이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당신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신형철, <인생의 역사> 317쪽에서

  박준 시인에게 돌봄의 시간은 '당신이 먹으면 좋을 것을 좀 만들어두는 일'같은 것입니다. '돌봄으로서의 요리'를 기록한 박준 시인의 시가, 음식을 만들고 차려 내는 일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문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이들어 말이 어눌해진 / 아버지가 쑥을 뜯으러 가는 동안 // 나는 저녁으로 / 쑥에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 

 - 박준, <쑥국>부분

신형철은 "돌봄의 요리란 당신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미래에 혼자 미리 갔다온 다음, 이번에는 당신을 데리고 한번 더 그곳에 가는 일"이라고 풀이합니다. 이정도면 먹을 만한 음식을 차려 내는 일은 상대방에 대하여 고도로 집적된 지식이 필요한 노동입니다. 아내가 종종 음식을 만드는 저에게 캐묻듯이 "힘들지? 밥 차리는 일, 힘들지?" 했던 것은 돌봄의 수고롭고도 지극한 기술적 가치를 알아달라는 요청이었던가 봅니다. 

매달 한번씩 발행하는 <복음과상황>의 일도 돌봄의 요리법과 상통하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 혼자 미리 가는 마음, 독자와 함께 한번 더 그곳에 가는 일이 월간지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미리 내일의 독자를 그리면서, 그와 함께 미래의 그곳에 가기를 기대하는 돌봄의 공동체가 복상 펠로우는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7월 호에는 <복음과상황> 기자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김 모 기자의 소식이 실렸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축복하는 마음입니다. <복음과상황>을 디딤돌 삼아서 한 걸음 더 도약하기를 바라면서, 그간 우리에게 돌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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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은 다큐 <어른 김장하>에서 높은 산을 오르는 마음 가짐이라고 김장하 어른께서 가르쳐주신 지혜입니다. 사부작사부작 가면서, 그다음에는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 나아가라고 하셨지요.

복상 이사회에서도 "사부작사부작 가면서 꼼지락꼼지락 하면서" 돌봄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복상 펠로우 여러분들께서도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일과 이야기로 서로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이광하 (복음과상황 펠로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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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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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ngkyounghee의 프로필 이미지

    kangkyounghee

    1
    11 months 전

    조금 미리 사는 돌봄은 조금 미리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겠네요. 건조하고 척박한 삶 가운데 고운 시인의 언어로 돌봄의 의미를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

    ㄴ 답글 (1)
  • 강미경의 프로필 이미지

    강미경

    0
    11 months 전

    이광하목사님🌸의 따스한 마음이 복상에 그대로 전해옵니다. 이토록 '돌봄'의 온도가 느껴지는 복상이라니요.👏👏👍 사랑의 마음이 이어지는 음식을 대접 받은 것처럼 참 좋습니다. 복상이 있어서 이광하목사님이 계셔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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