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상에서는 스케치에 앞서 실루엣과 가이드선을 잡는 방법을 이야기했어요. 십자선을 긋는 건 도움이 되지만, 그리드를 촘촘하게 그려 비율을 맞추는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왜 그럴까요?
그리드를 사용하면 비율을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어요. 완성한 그림도 레퍼런스와 꽤 비슷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그림 한 장을 비슷하게 그리는 것과,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힘을 기르는 건 조금 다른 문제예요.

먼저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좋아요. 사진이나 인물을 최대한 똑같이 재현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리드도 유용한 도구예요. 하지만 레퍼런스를 이해하고, 내 방식으로 해석해 캔버스에 다시 구성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칸마다 선의 위치를 맞추는 데 집중하다 보면, 대상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어요.

대상을 보고 그리는 일은 관찰하고, 분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그리드의 칸 안에 있는 선을 그대로 옮기는 데 집중하면, ‘왜 이런 형태로 보이는지’, ‘어떤 특징을 살릴지’를 고민할 기회가 적어져요. 형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도, 나만의 표현 방식이 들어갈 여지도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우리가 그리려는 대상은 평면의 선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피와 구조를 가진 입체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작은 선을 따라가기보다, 박스로 공간과 방향을 잡고 큰 실루엣을 그려 보는 거예요. 대상 주변의 빈 공간인 네거티브 스페이스도 비교하면서 전체 형태를 다듬고요.
그 과정에서 계속 판단하게 됩니다. ‘모자가 조금 더 넓어야 할까?’, ‘얼굴이 기울어진 방향은 맞을까?’, ‘이 인물의 특징을 살리려면 어디를 강조해야 할까?’ 이렇게 비교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분석이에요. 그리고 이 판단이 쌓이면서 그림 실력과 자신만의 스타일이 함께 자라요.


레퍼런스와 똑같이 그리는 데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선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형태를 이해하고 어떤 특징을 살릴지 스스로 판단해 보세요.
조금 덜 닮게 그려지더라도 괜찮아요. 직접 관찰하고 고민하며 그린 경험이 쌓여, 자신만의 표현과 그림을 그리는 힘이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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