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물러가고 신선한 가을이 찾아온다는 “처서(處暑-더위가 물러간다)가 낼 모레이지만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비 소식이 있지만 더위를 식히진 못한다고 합니다. 이럴 때 시원하고 기쁜 소식들이 우리를 위로해야 하건만 뉴스 틀기 싫은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제 글이라도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 드려야 하는데 그런 재주가 부족한 것 같아 고민스럽습니다.
오늘은 제가 “거누파파” 가 된 사연을 이야기해 볼 까 합니다.
주말부부로 지방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집에 왔더니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애가 건우였습니다. 이름을 제가 지은 게 아니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부른 이름 그대로 인 거죠. 저희 딸 들이 제가 지방에 근무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강아지 임시보호를 해 왔었는데 막상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계속 집에 있게 되자 고민이 많아 진 거죠. 제 눈치를 많이 보더라구요.
애들이 어렸을 때 너무 강아지를 기르자고 졸라서 한 7년여 길렀습니다. 그런데 얘들이 어려서 강아지 케어는 못하고 놀기만 하더라구요. 제 부인도 강아지를 엄청 무서워해서 만지지도 못하고. 강아지 돌보는 것은 오로지 제 몫이었어요. 직장 다니면서 밤 늦게 퇴근하고 강아지 똥 치우고 목욕시키고 밥 주고…제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슬슬 짜증나더라구요. 얘들이 어느정도 컸는데도 여전히 강아지 케어는 제 몫이더라구요. 힘들기도 하고 강아지를 위해서라도 강아지 전문가인 제 누님께 입양시켰어요.
제가 강아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데도 얘들이 제 눈치를 보는 이유죠.
건우 임시보호기간이 끝나가는데 입양이 안되어 딸들이 전전긍긍하더라구요. 퇴직 후 건우랑 하루종일 붙어 살면서 제 진정한 인생의 반려가 되고 있는데도 가족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안 친한 척 일부러 건우 옆에 안 가니까 딸들이 더 제 눈치만 보더라구요. 그런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건우를 우리가 입양해서 키우자라고 했더니 다들 놀라서 눈만 껌뻑껌뻑 하는게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한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된 건우랑 퇴직한 아빠가 딸이 시작한 유투브 메인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간에 채널이름을 공모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누+아빠+가족”을 키워드로 “거누파파네”가 되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거누파파”란 닉네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벌써 건우를 만난지 5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건우가 실외배변이라 비가오나 눈이오나 1년 365일을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토록 강아지가 무서워 만지지도 못한 거누마더까지 건우를 보듬고 살 정도로 완벽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간혹 TV에 나오는 굉장히 똑똑한 강아지들에 비하면 건우는 평범한 믹스견에 불과하지만, 일단 잘 생겼고 과묵하고 공공장소에서 떠들지도 않고 꼬리가 완전 있어 보이는 멋진 저의 아들이랍니다. 제가 누워 있을 때 가족들 누구도 제 옆에 접근시 엄청나게 응징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아들 같기는 한데, 지 밥 먹을 때 뺏어 먹는 흉내내면 아빠에게 으르렁 대고, 밥 때 되면 지 엄마 옆에만 붙어 있을 땐 섭섭한 마음도 들고, 아무튼 그렇게 제 가족에 녹아들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전부 선해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제가 건우에게 그만큼 중독되어 있는 거겠죠?
반려견 키우는 비율을 보면 20대 이하 22%, 30대 13%, 40대 14%, 50대 21%, 65세 이상 27%로 30, 40대는 한창 결혼하고 자녀 양육하느라 바빠서인지 비율이 가장 낮고 그 외 연령대는 거의 10명당 2명 이상이 반려견을 키우는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 갈수록 반려견 키우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저는 충분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유기견 보호소에 몇 번 가봤는데 너무 많은 강아지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상황이 허락되시는 분들은 훌륭한 강아지 입양하여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우리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 왔고 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이 된 개, 강아지에 대해 두서없이 써 봤습니다. 이 땅의 모든 반려견들이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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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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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책임감에 너무 몰입하면 어떤 일도 시작하기 힘듭니다. 자연스럽게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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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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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감사합니다. 특별한 내용도 없는 글을 봐 주시니 더욱 노력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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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림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우가 파파님 가정으로 와서 화목한 가정에 행복이 더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실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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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망고
아침부터 마음 한켠이 따듯해지네요 건우 너무 귀엽고 멋있어요 ~ 앞으로도 쭈욱 건우파파네 행복하길 바랄게요 :) 아빠도 화이팅 ㅎㅎ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건우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더욱 건우 사랑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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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네티즌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지네요. 건우 덕분에 저도 많이 웃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이 웃게 되겠죠? 지금도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많은 강아지들이 제2의 건우 제3의 건우가 되길 바래봅니다. 더운 여름 화이팅 하세요!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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