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설 명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신거죠?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여기 수도권에서 살아온 지 벌써 40년이 넘어 여기가 거의 고향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시골에 부모님들이 계시고 산소도 있기 때문에 명절때마다 내려갑니다.
직장생활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연휴기간에 고향을 갔는데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거의 하루 반나절은 고속도로에서 보내곤 했죠. 퇴직하니까 제가 원하는 날짜를 골라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것이 편해진 것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명절 분위기가 옅어 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귀향 길 교통체증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명절 풍경 중 하나였고, 막힌 차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들도 나름 추억거리였는데.
예전에는 명절 날 시골에 가면 남자들의 천국이었죠. 제 부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자들은 친구들 만나 술 먹고 집에서 음식 만들면 왔다 갔다 하면서 집어먹고 그래도 할 일 없으면 잠이나 자고 참 편하게 보냈죠. 한참 등산을 좋아할 때는 주변 유명한 산에 등산도 가곤 했어요. 부인은 죽어라 명절 노가다에 힘들어 하는데 남자들은 편하게 지내는 문화가 요즘은 많이 고쳐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그런 명절 문화가 남아 있다면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90이 훌쩍 넘기신 아버지께선 거의 20여년동안 뇌경색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지만 다행히 조기에 수술하셔서 말씀만 조금 어눌하고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해 오고 계셨는데 워낙 고령이어서 인지 외부 활동(등산, 산책 등)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만 계시는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이 편하질 않더라구요. 물론 그 동안 어머니께서 아버지 수발하시느라 고생하셨지만 어머니마저 힘에 겨워하시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머니 건강이 더 나빠진 것 같아 명절 분위기는 고사하고 걱정만 듬뿍 안고 돌아왔습니다.
작년 여름 까지만 해도 어머니 모시고 외식도 하고 주변 관광지도 돌아보곤 했는데 그 조차도 여의치 않을 걸 보고 답답하기만 하더라구요.
인생사가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막상 그러한 현실들이 다가오는 걸 보니 마지막까지 부모님께 더 잘 해야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아버님 손톱도 깎아드리고 목욕도 해드리니 그나마 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더라구요.
혹자는 그 나이까지 사셨으면 복받은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식 된 입장에서는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더라구요. 제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 중 부모님이 아직까지 계시는 분들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게 자식 마음 아닐까 합니다.
저의 설 명절 이야기가 오늘 주제인데 막상 글을 쓰다 보니까 할 말이 별로 없네요. 이번 고향 방문하면서 제 심사가 너무 착잡하여 지난 주 메일을 쓰질 못했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다음 주부터는 활기찬 이야기로 우리 인생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요 며칠간 날씨를 보면 겨울이 끝난 것 같지만 아침 저녁으로 바람 끝이 아직 매섭네요. 항상 건강과 행복을 기원드리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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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hae
노인분들의 건강은 하루 하루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저희 외할머니께서는 지금까지 건강을 항상 챙기시기도 하고 또 엄청 건강하셔서 걱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작년 11월 어깨가 아프셔서 병원에 가니 암이라고 하더군요 불과 여름까지 건강하시고 식욕도 좋으셔서 저희집에서 며칠 계시다가 가셨거든요..그런데 12월부터 상태가 급격하게 안좋아지시더니 이번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또 저희집 강아지는 올해 15살이 됐는데 구강에 종양이 생겨서 조직검사를 보냈습니다 설 전에 검사 결과를 들었는데 악성종양이라는군요..지금은 잘 먹고 산책도 잘 하고 있는데 언제 갑자기 아프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수있다는 말이 믿기질 않습니다..안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니 일상생활이 힘드네요,,그래도 이 세상 누구도 죽음을 피할순 없으니 지금 행복하게 살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거누파파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시골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도 건강하게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잘 사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힘 내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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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kle_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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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힘 내세요. 힘 내서 열심히 잘 사는 것을 천국가신 어머님도 원하실 꺼예요...제가 괜한 주제로 여러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아닌지 후회되네요. 우리 다 함께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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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ar (삘라르)
안녕하세요 늘 글만 읽고 유투브만 보다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저는 몬테레이, 멕시코에 거주중입니다. 저는 해외에서 거주한지 유학생활까지 따진다면 17년이나 되었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고 근래에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방문 했을시에는 부모님이 뵐때마다 연세가 드는 모습이 마음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어릴때는 몰랐던 것을 저도 같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 하게 되고, 지금 내 나이때의 우리 부모님이 저에게 해주시던 것들이 나는 과연 그 만큼 베풀고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건우아버지 힘내세요 ! 지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뵙고 하시면 될꺼 같습니다. 저도 오늘따라 우리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네요.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삘라르 님이 건강하고 잘 지내는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겁니다.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거든요. 저도 저희 딸들이 건강하게 잘 살기만 바라거든요. 외국생활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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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y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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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가슴에 와 닿는 조언입니다. 부모님 계시는 동안 더 잘하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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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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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건강에 더 신경써서 이렇게 훌륭하신 독자분들과 오랫동안 교감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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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구름
시간이 지날수록 명절을 앞둔 설레고 즐겁던 기대의 기억 보다는 먹먹함이 가득한 명절 이후의 감정만 남아 씁쓸합니다. 세월의 흐름으로 어쩔수 없다 싶다가도, 이런게 삶인가 하는 막연한 아쉬움도 가득하네요. 어찌됐든 잘 살아 가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글 감사합니다.
거누파파의 사적인 레터
어렸을 때 명절은 정말 기다리고 설레였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네요. 한 살 더 먹어가는게 서러워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되었던 잘 살아 가야겠다는 구름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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