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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다죽을 매화, 선비들의 '최애' 매화.

교하가 소개하는 우리 전통문화, '매화' 이야기입니다.

2024.07.25 | 조회 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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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 뉴스레터

전통문화 커뮤니티 '교하'의 뉴스레터입니다.

안녕하세요 교하입니다 :)
어제 보내드린 뉴스레터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총무님 몰래, 1편을 더 보내드립니다. 즐겁게 봐주시고, 댓글도 부탁드려요.

매화,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에서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불리며 군자를 상징하는 식물이었습니다. 늦겨울, 눈서리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모습이 지조와 절개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오늘의 뉴스레터에서는 선비들의 '최애', 매화꽃을 주제로 만든 공예품 3점을 함께 감상해 봅니다.

매화명문 '금니' 족자

 이 작품은 매화와 관련된 명문을 '금니'로 쓴 족자예요. 금니가 무엇이냐고요? 금 금金, 진흙 니泥. 금가루를 어교나 아교 등 전통 접착제에 풀어 만든 안료에요. 주로 사경을 할 때 많이 씁니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을 뜻해요.

 사경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어요. 수백수천 자에 달하는 불교 경전을 오탈자 없이 써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접착제가 굳지 않고, 금이 잘 묻어나오려면 실내 온도는 40도 내외, 습도는 90%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해요. 정말 '수행'과 다를 바 없는 셈이지요.

 

출처: 국가유산 포털 사경장 문서
출처: 국가유산 포털 사경장 문서

 이번 작품은 '사경'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불교경전과 관련없는 송나라 시대의 시를 금니로 쓴 작품이지요. 사방득이라는 사람이 쓴 '무이산중'이라는 시의 일부에요. 남송의 관료였던 사방득은, 원나라(몽골)가 쳐들어 오자 무이산山 깊은 곳에 은거합니다. 이후 원나라의 회유를 모두 거부하다가 죽게 되지요.

 사방득은 무이산에서의 은거생활 당시 '무이산중'이라는 시를 써서 본인의 심정을 드러냈어요. 한 번 읽어볼까요?

집으로 돌아갈 꿈 10년 동안 안 꾼 채로 十年無夢得還家(십년무몽득환가) 푸른 산에 홀로 서서 물가를 바라보네 獨立靑峰野水涯(독립청봉야수애) 산 비 뚝, 그치고 나니 온 천지가 적막한데 天地寂寥山雨歇(천지적요산우헐)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를 피울지 몰라 幾生修得到梅花(기생수득도매화)

 

 '기생수득도매화', "몇 생애를 더 살아야 매화를 피우리!"

 추운 겨울 끝자락, 소복이 쌓인 눈서리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매화. 사방득은 그런 매화와 같이, 망국이라는 겨울 속에서 끝까지 본인의 신념을 관철했어요. 사방득은 사방득의 매화를 피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매화는, 어떤 매화인가요?

금은장매조문갖은을자도

교하 소장품
교하 소장품

 이 작품은 흰 눈처럼 새하얀 '은銀'으로 만들어졌어요. 그 위에는 매화와 까치를 조각했고요. 매화는 다가올 봄을 상징하고, 까치는 봄과 함께 찾아올 기쁜 소식을 상징해요. 매조문이라고 불리는 문양이며 옛 그림에서도 종종 보이는 '인기 소재'에요.

 또한 작품이 새 을乙 모양을 닮았어요. 그래서 '을자(을乙 모양)장도'라고 부르지요. 장도는 장식용으로 쓰는 작은 손칼을 뜻해요. 자세한 내용은 저번 뉴스레터를 참고하세요!
👉https://maily.so/gyoha/posts/7087ee13

 

 또 바탕에 점을 찍은 부분이 보이시나요? 자세히 보시면 꽃잎과 까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 점이 찍혀있습니다. 바탕에 질감을 형성해서 문양을 잘 나타내기 위한 거예요. 그런데 매화의 가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점을 찍지 않았지요. 문양의 각 부분을 섬세하게 구분하고, 적합한 도구와 기법을 썼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새하얀 은 위 금으로 표현된 까치와 꽃이에요. 실제로 순금이 쓰였어요. 전통도금기법을 이용했지요. 차가운 눈서리 위 피어난 '설중매'를 보여주는 듯하여 참 아름답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술자분이 작업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사정이라, 이 작품은 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이 작품의 본질은 <공예품>입니다.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쓰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섬세함들도 꼼꼼히 챙겼어요. 대표적인 게 무게중심이에요. 허리춤에 장도를 차고 다니다가 칼날이 '쏙' 빠져버리면 낭패겠지요? 그래서 가운데 고리를 중심으로 칼집이 아래로 가게끔 구성했어요. 칼날이 빠질 일이 적도록요. 

 섬세한 설계와 아름다운 도안, 이른 봄 눈발을 뚫고 피어나는 매화. 그리고 다가올 봄의 소식을 물고 오는 전령, 까치까지. 장인의 정신과 선비들의 덕목, 그리고 서민들의 바람을 모두 담아낸 이 작품은요, '국가무형유산 장도장 박종군 作 <금은장매조문갖은을자도>' 였습니다.

순은매화잔

사진: 정화님
사진: 정화님

 이 잔은 무슨 소재로 만들어졌을까요? 검은색을 띠는 특수금속을 썼을까요? 아니면 저번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오동'을 썼을까요? 놀랍게도 이 잔은 '은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70년대에 만들어져 5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까맣게 변한 거지요.

 그렇지만 잔에 새겨진 매화는 탁한 검은빛을 뚫고 은은하게 빛납니다. 정과 망치로 '깍아내듯이' 선을 따내 조각한 거예요. 이 잔에 담긴 이야기를 더 자세히 풀어드릴게요.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7~80년대 경제성장기, 우리나라는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경공업' 시장의 규모가 상당했었습니다. 전국 곳곳의 공장에서 가발과 신발, 각종 의류 등을 생산했었지요. 故 전태일 열사가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일도 그때의 일입니다. 

 이때에는 수공예 시장도 규모가 컸어요. 나전칠기 작품은 일본이나 미군기지 등지로 많이 판매되었고요. 은장도 등의 공예품도 이곳저곳 수요가 많았어요. 각종 자수 작품은 혼수용으로 많이 팔려나갔고요. 그래서 말 그대로 '생업 삼아', 또는 '먹고 살기 위해' 전통공예에 입문했던 분들이 더러 있어요. 이분들이 훗날 솜씨를 쌓아 무형유산 보유자가 되기도 하고요.

 

 이 작품도 대표적인 수출품이였습니다. 한국의 장인이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목적이였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으로 다시 수입되었고요. 아름다운 매화꽃의 모습이 참 아름답지요? 필자가 가장 아끼는 수집품 중 하나랍니다.

 우리의 삶에 겨울이 몰아닥칠지도 몰라요. 모든게 회의적이고, 막막하고, 우울하고, 그런 때가 누구든지 있지요. 하지만 우리의 삶은 하나의 시간에 고정된게 아니라서, 좋든 싫든 끊임없이 흘러가요. 시간이 흐르다보면, 매화는 언제나 그랬듯이, 당연하게 피어납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실물로 만나보세요! 8.3 토요일, 8.10 토요일. 교하의 아지트 (수도권전철 7호선 굴포천역)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자세한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cafe.naver.com/tammigaek/399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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