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한 친구가 나에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질문했는데, 딱 떨어지는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서 술이라도 해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떠오르는 바가 있어서 편지의 주제로 삼기로 했다. (소재 감사요)
아침에 집을 나서면 종종 마주치는 귀여운 커플이 있다. 남자애가 골목 입구에 서성거리고 있노라면 여자애가 반갑게 뛰어와 남자애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결코 마주 보지는 않은 채 웃으면서 학교로 간다. 어떤 때는 단정한 교복을 입고 또 어떤 때는 생활복을 입는다. 어쨌든 둘이 항상 비슷하게 맞춘 차림이다. 그 애들을 목격한 출근길엔 주책맞게도 웃음이 난다.
또 그저께는 중학생처럼 보이는 남자애들 뒤에서 걷게 되었다. 둘의 거리감이 유달리 바특해서 나도 모르게 유심히 보고 말았는데, 그 또래 애들답게 까맣게 그을린 새끼손가락 두 개가 어설프게 얽혀 있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한 애가 다른 애의 손을 단단하게 고쳐 잡고 이끌어 길을 건너갔다. 그런 순간들은 깨끗하게 닦은 유리창처럼 빤하고 투명하게 느껴진다.
까마득한 예전이지만, 나 역시 헤어지기 아쉬워서 버스를 대여섯 개씩 보내며 정류장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던 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사랑은 그들만의 악필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리창 너머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번역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딸이 아침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 속상해하는 엄마를 위해 결국 오후 예배를 드리러 갔다. 엇박자로 박수를 치고 목청껏 찬양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릿자루처럼 앉아 생각했다. 역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사랑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야.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안녕!
- 당신의 친구,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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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니
나의 사랑은 꼼꼼이다! 언제든지 나를 환영하여 맞이해주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사랑이라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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