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공지

자전거 요정 아저씨 이야기

[하이파이브] 서른 번째 편지

2023.09.24 | 조회 142 |
1
|
하이파이브의 프로필 이미지

하이파이브

편지를 쓰는 당신의 친구

홀연히 떠나는 자전거 요정 아저씨 
홀연히 떠나는 자전거 요정 아저씨 

 

 시월에는 친구와 함께 대만 여행을 떠난다. 일정을 짜기 위해 대만 여행 브이로그를 탐색하기로 했는데, 관광 스팟은 고만고만하게 비슷해 보였다. 서너 개를 연달아 보던 중에 한 영상에서 대학 교정에서 유바이크(따릉이 같은 자전거 대여 시스템)를 타는 장면이 나왔다. 다른 것은 오 좋네 정도의 반응이었던 친구가 어디에서든 상관 없으니 유바이크는 꼭 타고 싶다고 거듭 강조를 했다.

사실 나는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은 아니다. 보행자가 드문 곳이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만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겁이 많고 자전거를 자주 타지도 않으니 실력이 늘 리가 없다. 그나마 자전거 페달을 밟을 줄 알게 된 것은 다 ‘자전거 요정 아저씨’의 덕택이다.

때는 16년도, 보조 바퀴를 단 네 발 자전거를 도둑 맞은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무슨 바람이었는지 친구에게 두 발 자전거 교습을 요청했다. 친구가 무척 고맙게도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가져와 주었고 우리는 중랑천 공터에서 야심차게 연습을 시작했다. 어찌어찌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굴려 보려는데, 아무리 친구 가 뒤에서 잡아주어도 자전거는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비틀거리며 넘어지기만 하는 것이다. 한참 악전고투 하는 중 어디선가 아저씨 한 분이 튀어나와서 내 자전거를 붙잡았다.

“전방을 보면서 밟아야지! 바보야, 겁 먹지 말고 저 멀리 앞을 보라구.” 아저씨는 우왕자왕 하고 있는 나에게 거진 윽박을 질러가며 매섭게 가르쳤다. 생판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 혼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황당한 가운데, 점차 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말대로 먼 곳에 시선을 두고 페달을 밟자 자전거가 제법 달리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이제 탈 줄 아네.” 감사 인사를 받은 아저씨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친구와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전거 요정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몇 년 뒤 또 다른 친구가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자전거 요정 아저씨’를 만났을 때 내게 자전거를 빌려줬던 친구까지 셋이서 중랑천에 갔다. 이번에는 둘이 달라 붙었지만 역시나 자전거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때 놀랍게도 또다시 어떤 아저씨가 등장했다. 그는 우리를 제치고 자전거에 탄 친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중랑천을 배회하는 아저씨들이란 자전거 망아지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는 존재인 것인가? 이 아저씨 역시 무사히 교습을 마친 후 왔던 곳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로도 중랑천에 가거나 자전거를 탈 때면 자연스럽게 자전거 요정 아저씨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지랖이라기엔 너무 흔흔하고 무뚝뚝했던 그 호의들을 말이다. 아저씨 덕분에 대만까지 가서 자전거 타보겠네요,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안녕!

 

- 당신의 친구, Hai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하이파이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simboxes의 프로필 이미지

    simboxes

    1
    over 1 year 전

    귀엽고 따뜩했네

    ㄴ 답글
© 2025 하이파이브

편지를 쓰는 당신의 친구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