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에게
할 말이 많아. 요즘 너에게 할 말이 정말 많아. 따지듯 묻고 싶었어. 도대체 어쩌라고 그러는 건지. 내게 뭘 바라는 건지.
난 요즘 쫓아오는 시간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계속 달리는 중이야.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잠깐 곁눈질로 뒤를 돌아봐. 시간이 어디까지 따라왔는지 확인하고는 쥐어짜듯 또 달려. 술래잡기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잘 모르겠어.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숨은 차고 몸도 지쳐가는데, 시간은 여유도 없이 따라붙고 있어. 그럴수록 점점 무력해져. 피할 수 있었다면 이미 모두가 시간을 피해 도망쳤겠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야속하게 들릴까. 5월도 벌써 끝나가고 나는 벌써 앞자리가 3에서 4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앞서가 보려고 일하고, 공부하고 또 뭔가를 계속해. 시간 한 줌이라도 더 벌면 조금은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야. 혹시 내 발목을 누가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습관이 달리는 방식이, 생각이 틀린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쫓아오는 시간이 내 숨통을 조이는 세월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등을 밀어주는 바람이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모르겠어. 하루하루 시간이 빨리 흘러갈수록 솔직히 말하면 두려워. 아직 이루고 싶은 꿈도 많고, 누군가를 책임질 만큼 성숙한 어른도 아닌 것 같고, 새로운 세상에 나를 자꾸 던져야 하는 것도 버거워. 결정은 내 손으로 해놓고 그걸 다시 의심하는 중이야. 혼란, 네게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상태로 내가 누굴 돌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숨이 차서 잠깐이라도 멈추고 싶은데, 등 뒤로 시간의 그림자가 금방이라도 따라붙을까 봐 그게 더 무서워. 사람들은 그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돼." 근데 나는 그게 잘 안돼. 애쓰지 않고 내 할 일을 하는 법을 나는 아직 몰라. 내게 주어진 역할도 나 자신과의 관계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혹시 나까지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올해도 또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어. 시간이 바람이라면 부디 나를 붙잡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게 밀어주면 좋겠어.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앞으로 나아가며 이루어가고 알아갈 수 있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어. 혹시 내가 시간을 등지고 달리는 게 아니라, 시간이라는 바람을 마주 보고 거꾸로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나를 몰아세우는 것도 사실 내가 아닐까? 어려워. 진짜 어려워. 누군가는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재밌다고 하는데 그 말도 이제는 모르겠어. 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 속 터지는 마음을 가득 담아
🌿
당신 안에도,
방향을 정하지 못한 마음이 흔들리고 있진 않나요?
🌸
감정에게 보내는 감정 편지는 매주 어느 날, 문득 도착해 내 안에 오래 머물던 감정을 조심스럽게 불러봅니다. 완성되지 않은 마음,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순간들을 천천히 꺼내어 건네는 편지입니다. 당신 안에 남아 있거나,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들을 편지 한 장, 한 장 펼치며 만나보세요.
만약 이 편지가 마음에 닿았다면, 당신이 아끼는 누군가에게도 살며시 건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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