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완성에게
너는 언제나 끝맺지 못한 문장처럼 남아있어. 다 쓴 줄 알았던 마음에도, 다 정리된 줄 알았던 계획 속에도, 뭔가 빠진 듯한 기분으로 나를 찾아오지.
그렇게 넌 내게 '조금 더 잘해야 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라며 끝맺지 못한 문장들을 엮어 등에 지고 달리게 만드는 것 같았어. 늘 내가 나를 의심하게 만들었으니까. 난 그게 싫어서 너를 오랫동안 외면했어. 너를 부끄러워했고, 때론 나를 망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그거 알아? 너 때문에 많이 울었어. 네가 날 오랜 시간 자기검열하게 만들었거든. 내가 스스로 완벽하기를 바라고 애쓸수록, 마주하는 게 힘들었거든. 그래도 한편으로는 알고 있었어. 날 많이 울린 것도 너였지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든 것도 사실 너였다는 걸. 그래서 네가 모질게만 느껴지진 않았어.
너 때문에 서툴렀고, 너 때문에 조급했고, 때로는 너로 인해 날이 선 채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너 없이는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를 다그쳤던 것도, 좋은 사람은 언제 될 수 있는 거냐며 하소연을 했던 것도, 결국 너를 끌어안지 못해서였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미완성인 채로 불안해하고, 망설이던 나를 너는 끝까지 떠나지 않고 지켜봤지. 시간이 지나 너로 인해 끝맺음 해온 것들을 마주하며 네게 조금 미안했어. 그래서 오늘 이 편지는 네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쓰게 된 거야. 너무 두서없었지?
있잖아, 너는 나를 망친 게 아니라 나를 살게 했어. 네가 있어 조금은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줄 수 있었고, 네가 있어 나의 작은 성장에도 기뻐할 수 있었어. 그리고 네가 있었기에 나와 같은 고민과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위로와 공감을 해줄 수 있었어. 무엇보다 내 '애매한 재능'도 지지고 볶아가며 세상에 꺼낼 수 있었어. 네가 있어서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앞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은 '가능성'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모자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모든 계절이 만개할 필요는 없듯, 모든 오늘이 빛날 필요도 없으니까.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빛나기를 기대할 거야.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함께할 앞으로는 더욱 빛나고 만개할 테니까.
미완성, 너는 내 부족함이 아니라 나의 가능성이었어.
-너를 알아가는, 나로부터
🌿
당신 안에도,
아직 끝맺지 못한 마음이 있나요?
🌸
감정에게 보내는 감정 편지는 매주 어느 날, 문득 도착해 내 안에 오래 머물던 감정을 조심스럽게 불러봅니다. 완성되지 않은 마음,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순간들을 천천히 꺼내어 건네는 편지입니다. 당신 안에 남아 있거나,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들을 편지 한 장, 한 장 펼치며 만나보세요.
만약 이 편지가 마음에 닿았다면, 당신이 아끼는 누군가에게도 살며시 건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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