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외롭지 않다
어제는 상담사 자격증을 위한 수련 과정 중 집단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집단 상담도,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의 입장이 된 것도, 그리고 다른 상담사들을 만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지요.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얼른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꼬박 하루가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집단상담 그 자체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아마 다른 상담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제게는 가장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상담사가 되겠노라고, 상담사의 경험을 글로 풀어 쓰고, 그 글을 읽고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담의 자리에서 맞이하고 싶노라고 삶의 방향성을 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라는 말로 저의 지난 3여년의 시간을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의견이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고독한 결정이었습니다. 대학원의 막바지에는 논문을 쓰느라 수업에도 두문불출하다시피 했지요.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상담이 내 길이 맞나는 고민에 전혀 상관이 없는 자리에 취직을 했지요. 상담을 하지 않으면 언젠간 반드시 후회하겠다는 생각으로 낮별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내담자를 만나기 시작하기까지 저의 속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의 집단상담은 그 3년 묵은 고독이 비로소 허물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바꿔 말하자면 상담사의 길을 걷고자 이제야 겨우 출발선을 넘은, 또는 한창 열을 올리고 질주하고 있는 열네 분들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상담이라는 일로 밥을 어떻게 벌어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상담사로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식은 물론 글쓰기지요. ‘글을 쓰는 상담사’라는 것이 삶의 한 때를 걸어도 좋을 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비로소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집단 상담을 마치면서는 짧게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낌없는 응원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 자리에서 제가 남긴 말을 지면에 적어 봅니다.
“저는 사람이 우주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우주는 끝없이 넓고 광활하잖아요? 우리가 그 우주에 뭐가 있는지 다 알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우리는 그걸 알아내려 애쓰는 것 같아요. 가끔은 거기서 어떤 규칙 같은 걸 발견하기도 하고, 블랙홀같이 위험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우주는, 다 알 수 없어도, 그 자체로 아름답잖아요?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매혹에 빠지는 것처럼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열 네 분의 우주를 만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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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의 문제로 오늘의 연재는 이 짧은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지난 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다리신 독자님들께는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줍잖은 변명을 조금 하자면 코로나 후유증... 정말 독하네요. 격리해제를 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체력도 집중력도 금방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걸 느낍니다. 먼 거리를 오가며 강행군을 했던 집단상담과 주말 일정이 아무래도 좀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연재 계획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깎아지른 벼랑 너머에는'은 아마 당초 예상했던 것다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네요. 지난 연재때도 그랬지만, 중간에 약속한 연재기간이 다 되었다는 이유로 연재를 멈춰버리는 건 참 예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군 시절의 이야기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조금 더 연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아마 15일이나 18일 즈음에 이번 연재를 종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을 비추는 낮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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