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일주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갑작스레 덮친 한파에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아요. 아, 어쩌면 한파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첫 뉴스레터를 시작으로 혹시 스스로 무덤을 판 게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지도요…. 큼!
드디어 정식으로 발행하는 첫 뉴스레터입니다. 왠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올라올 때마다 내려두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항상 욕심이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아서요.
그냥 단순하게, 일주일간 저에게 가장 큰 화두가 뭐였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런 말 해서 죄송스럽습니다만.. ‘짜증’이더라고요. 일주일간 짜증을 참 많이도 냈습니다. 짜증을 내는 제가 또 짜증이 났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짜증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기를 좋아하는데요. ‘짜증’을 검색해 보면,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 또는 그런 성미.라고 나옵니다. ‘발칵’, ‘역정을 낸다’는 게 꽤나 재미있는 표현이지 않나요? 이 표현을 보니, 짜증을 내는 제 모습이 마냥 싫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좋았을지도요.
사실 저는 짜증을 잘 안 내는 사람이거든요. 언제부턴가 웬만한 일에는 크게 감정이 동하지 않더라고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게 어른스러워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들수록 나의 감정을 더 잘 컨트롤해야 하고, 느껴지는 대로 모두 표출하면 안 된다고요. 하지만 단단히 착각했습니다. ‘컨트롤하는‘ 것과 그냥 감정을 ‘치워버리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실은 굉장히 예민하고 잘 느끼는 사람이라, 애초에 느끼지 않기로 했던 거예요. 나름의 방어 기제였던 거죠. 치워둔 감정들은 더욱 견고한 벽이 되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저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했던 벽이, 오히려 저도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진짜 보호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발칵, 저에게 느껴지는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벽에 조금은 금이 갔다는 생각에 나름의 쾌감이 들었고요. 물론 짜증 나서 불쾌감이 더 컸습니다만.
기억은 부정확해 믿고 싶은 걸 믿는 거지
그리고 이젠 내 생각이 아닌 마음을 얘기하고 싶어
세상이 이렇게 덧없고 불안한데
견고한 가치관이 무슨 의미가 있어?영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지난주 본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인데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에게는 조금 더 솔직해지라는 말로 와닿았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 너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라고요. 너 자신에게 속지 말라고요. 어쩌면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많이 속으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속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뿐’이라는 말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의 연기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에요. 저는 요즘 저의 벽을 허무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유입되는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피하는지 모른 채로 회피하지도 않으려고요. 그럼, 이번 주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챌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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