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지난주,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전에 한 연출님의 강연에서 들었던 말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연출님이나 감독님들의 강연에서는 ‘캐스팅’에 관한 질문이 빠질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답변 중에, ‘그가 그로서 존재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없는가’를 본다고 하신 말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마음에 확 와닿는 지점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때보다 조금은, 더 성장한 지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이 ‘용기’라고 하신 표현에 퍽 공감이 갔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인 것 같더라고요. 그게 바로 미움받을 용기가 아닐까요? 그리고 비단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 처한 상황과 역할에 맞게 연기를 하며 살아가잖아요. 그러니까 더더욱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엄청난 인연이라고 느끼는 거 아닐까요? 저는 모든 인간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한 발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거죠. 결국 그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지요. (개인적 견해입니다?)
그래서 요새 저의 화두는 ‘자유로움’입니다.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어요. 자기 대화도 많이 하고,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지나치게 솔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아가,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도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떤 해방감도 들고요, 연기도 조금씩 바뀌는 게 참 신기하더이다!
아, 대화를 할 때, ‘좋은 리스너인가?’라는 것도 꽤나 중요한 요소라고 하셨는데요. ‘좋은 리스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선은, 내가 나에게 좋은 리스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보여주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나’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를 모르는 거죠. 그리고 내가 나의 이야기도 들을 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가 없다고요.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요!
그리고 저는 요즘 이런 생각도 합니다. 오디션에 떨어지고, 뭐가 잘 안되고, 세상이 날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때, 분명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그걸 믿는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하고 나와 잘 맞을 수는 없지만, 분명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물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적어도 내가 무언가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어느 길에선가 분명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설령, 이것이 합리화일지라도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예? 예??)
‘불안은 젊음의 특권’이라는 말이 참 듣기 싫었는데요. 그런 것도 특권이면 개나 주라고요.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아——주 조금요.) 그래서 마냥 불안해하지 않고, 조금씩 즐겨보려고도 해요!
벌써 4월이네요. 그럼, 4월도 마음껏 불안해하며 살아내 보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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