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싶다

“손은 마음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2025.03.24 | 조회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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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을 가진 사람

지극히 주관적인, 지속적으로 넓혀가는 주관을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제가 ’이달의 책’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냥 혼자 매달 책 한 권을 정해서 읽는 거예요(내돈내산). 저는 무언가 공표를 하고, 내가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지켜내기가 조금 더 수월하더라구요. 그래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최소 한 달에 한 권은 읽어야겠다는 필요성에 의해 작년 8월부터 하고 있습니다. (벌써 8번째라니!) 

이번 ‘3월의 책’으로는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라는 시집을 골랐습니다. 왜인지 요즘따라 시집에 끌리더라고요. 매번 시집에 대한 흥미는 있었지만 어렵고 잘 안 읽혀서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시집을 한 번 진득하게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움직이는 여러 가지 동기 중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에요. 사실 저는 시집은커녕, 책 읽기도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공부하라는 말은 안 했지만 책 읽으라는 잔소리는 그렇게나 하셨는데요. 제가 지난 뉴스레터에서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책은 안 읽고 공부는 했습니다. (^^)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까 점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책을 ’좋아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좋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꾸 어슬렁댔습니다. 유명한 책들부터 읽어보고, 괜히 똑똑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기웃거리다가 어려워서 포기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주변을 맴돌다 보니, 신기하게도 서서히 좋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역시..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시집도 그런 순서였던 것 같습니다. ‘시를 좋아하고 싶다!’, ‘나도 시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다!‘고요. 매번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들여다보다 말다 반복했는데, 어느 순간 훅 스며 들어오더라고요. 그 감각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나아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는데요. 저는 스스로를 의지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의지’, ‘악바리’, ‘한다면 한다’, 이런 말들이 저를 수식하는 단어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주 단순하게 ‘재미’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단한 의지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한 거였어요. 저에게는 무언가를 ’감수한다‘는 메커니즘이 없는 듯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한다는 개념이 없고, 그저 ’재밌어서‘ 하는 거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는 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많이 싸웠고, 항상 딜(deal)을 했어야 했습니다. 주로 학업 성적이었지요. 연기 입시 학원도 1등급을 맞아야 보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저는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공부에도 승부욕과 욕심이 있었고 나름의 재미를 느꼈던 거였습니다. 즉,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운동 자체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자체로 의미를 찾아야지, 수단으로써의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더라고요. (싫은 걸 죽어도 못하는 사람…)

“존버가 승리한다”, “꾸준히, 오래 해야 한다"라는 말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된다고, 취미로 남겨두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 말에 항상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나 취미로 하고 싶은 거 아닌데!’ 하며 다소 감정적인 반박이었지만요. 이제서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유를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참고로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보상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재미의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현상’이 일관적으로 관찰된다고도 하더라고요. 의지나 결심만으로는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무언가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일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저를 짓누르는 압박이나 부담감에서도 벗어나서, 조금이나마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면서요!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 중 ‘손과 마음’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 중 ‘손과 마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손은 마음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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