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요즘 여러분들의 낙(樂)은 무엇인가요? 벚꽃 구경을 하며 예쁜 봄의 풍경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인 분들도 계시지요? 저도 봄의 기운을 이제 조금씩 느끼고 있는데 벌써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에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다름 아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원래 영화보다 예능을 더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합니다. 인문, 건축, 과학, 문학, 우주 등 각 분야 전문가분들의 다양한 시선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미지의 영역, 제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큰 것 같아요.
이번에는 지중해 편으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했습니다. 지중해 뱃길을 따라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데, 평소 유럽 나라에 관심과 궁금증이 있어서 그런지 유독 더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문학의 대가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 안희연 시인님이 첫 화에서 하신 말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학의 힘과 역할은, ‘모든 사람 안에 있는 통각을 깨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살다 보면) 우리가 되게 무뎌지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고통받기를 거부하는 순간 인간은 너무 무서워지는 것 같아요. (…) 계속 끊임없이 보여주고 되살리고 그 고통을 현재화하는 게 문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시인이셔서 그런지.. 표현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무서워하고 피하려고 하는데, 사실 고통만큼 강해질 수 있는 방법도 없잖아요.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닐까요? 머리로는 알지만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참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문학에게 많이 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뎌지지 않고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꽤나 감사한 일이니까요.
제가 하는 ‘연기’라는 일에 대해서도 비추어봤습니다. 분명 ‘예술’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문학과 교집합을 이루는 역할도 있을 거라고요. 아직은 찾아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알듯 말듯 희미한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놓쳤다 반복하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분명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 안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감명받으면, 그 사람의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주변을 둘러싼 온갖 것들을 알고 싶어요. 요즘 부쩍 시집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안희연 시인님의 시집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읽다가 좋은 글이 있다면 소개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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