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어느덧 여름의 절반이 지나고 있네요.
연일 계속되는 더위 속에서, 오늘따라 흐린 하늘이 유난히 반갑게 느껴집니다.
지난주,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귀한 인연들과의 만남이 있었는데요. 한 분은 항상 저를 물심양면으로 응원해 주시는 스승님(a.k.a. 둘째 엄마), 다른 한 명은 지금은 어엿한 한 회사의 대표가 된, (서로의 흑역사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멋진 친구입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각자의 삶 이야기부터 빠질 수 없는 추억 여행,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쉼 없이 나눴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웃고 떠들다 문득 깨달은 것은, 선생님이 저희를 가르치셨던 때가 지금의 제 나이쯤이었더라고요. 어릴 적 제자들이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어떠실까요. 부모의 마음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어디 즈음일까요?
저는 늘 생각합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사명감 없이는 결코 오래할 수 없는 일이고, 부모님 다음으로 중요한 존재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참 좋은 스승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사람 구실하며 살고 있지요!
늘 제가 먼저 연락드려야 하는 게 도리라 생각하면서도, 선생님께서 먼저 안부를 전해주시는 일이 잦습니다. 아마도 제가 개척할 길이 많은 업을 선택했기에 더 많은 관심과 걱정, 그리고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쌓여만 가는 감사의 마음을, 과연 언제쯤 다 갚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요..)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관계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인연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아낌없는 응원과 에너지를 담뿍 받아,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반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다음 날에는 고등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본가에 내려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고요. 학생들과 만나는 건 처음이라 많이 떨렸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이 있을까! 그리고 전날 선생님을 만난 여운 때문인지 책임감도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잠깐 다녀가는 강사에 불과하지만, ‘혹시라도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임하고자 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정해진 주제가 있었지만, 저는 마음속에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품고 갔습니다. 지금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픈 말이었는데요. (그 친구들이 보기에는 다소 꼰대 같았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무엇이든 꾸준히 해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이상의 것은,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말할 수 없지만요.
결국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힘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닿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단 한 명이라도 미세한 파동을 느꼈다면 그걸로 저는 충분히 기쁠 것 같아요. 혹은 훗날, 그 말이 마음에 새롭게 닿게 되더라도요.
마지막으로 소소한 TMI를 하나 남기자면, 저는 내일부터 5박 6일 동안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에서 주최하는 연극 캠프에 참여합니다. 성인이 된 후로 처음 가는 캠프라 조금 떨려요… 과연 어떤 팀,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시간들을 보내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그럼 그 설렘을 안고,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돌아와 다음 뉴스레터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이번 주는 비 소식이 많더라구요. 모두들 꿉꿉함과 잘 싸워 이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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