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요즈음 <폭싹 속았수다>를 보지 않고서는 대화가 어려운 지경인데요! 어제는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스포를 당했지 뭡니까.. 저는 기를 쓰고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는 사람인데, 너무 어이없게 당해서 속이 상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요! 아직 공개된 2막은 보지 못했구요. 지난 1막까지 봤는데, 유독 가슴 깊숙이 파고들던 대사가 있어서 공유해 볼까 합니다. SNS에서도 돌아다니는 걸 본 것 같은데, 역시 다들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어. 엄마 인생도 나름 쨍쨍했어. 그림 같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다고. 그러니까 딸이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 주라.”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그래서 몰랐다. 내게는 허기지기만 하던 유년기가, 그 허름하기만 한 유년기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만든 요새였는지.”<폭싹 속았수다> 4화 中
이 대사를 곱씹으며 부모님의 삶을 볼 수 없고, 알 수 없음에 대한 통탄스러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자꾸만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식의 입장이라는 게 억울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자꾸만 엄마를 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아직 나의 예술이라 말할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제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존재임은 확실합니다.
작년에 엄마를 주인공으로 10분 정도의 1인극을 공연으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엄마가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던 나이, 스물일곱. 작년에 제가 그 나이가 되면서 새삼 감회가 새로웠고, 무언가 한 챕터를 꼬옥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0분 동안 제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나 펼쳐 놓을 수 있었고요!
많이 부족했지만, 도전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스스로가 아주 대견하고 뿌듯했어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그 순간을 곱씹으며 살아갈까요? 저의 스물일곱과 엄마의 스물일곱이 연결된 그 찰나의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지난 설날에는 엄마랑 오랜만에 단둘이 카페에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는 만약 지금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언가)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이 더 쌓였으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잊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참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무언가를 더 알게 된다고 해서 선택이 꼭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라서 하는 선택이 아닐 수 있겠다고요. 참으로 엄마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엄마 맞네!)
<폭싹 속았수다> 덕분에 전 국민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앓이 중인데, 차디찬 소식들만 듣다가 마음 따수워지는 순간들이라 참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의 엄마를 떠올릴 엄마를 생각하며 더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대적 배경으로도 엄마의 시대와 더 맞닿아 있으니까요. 그러니 문소리 배우님은 연기하며 얼마나 감정적으로 소용돌이가 치셨을지요…
좋은 작품들을 볼 때면, 저도 그중 하나의 퍼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얼마나 좋을까요? 부단히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시지요!
그럼 오늘도 모두들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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