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제 안에서 떠오른 화두가 있었습니다. 바로, ‘행간’이라는 단어였는데요.
행간.
1. 쓰거나 인쇄한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
2.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그 글을 통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행간을 읽기 위해 애쓰는 순간들이 유독 많았던 까닭입니다. 행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발견했고요. 어쩌면 그래서, 그 사람의 행간을 읽기 위해 애쓰던 일이 아니었을까요?
‘행간을 읽는 사람’.
저의 추구미이자, 이상형(?)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언가 표현할 때, 함축하기를 좋아합니다. 여백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가득 채우기보다는 조금 비워두고 각자에게 맡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함축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모두 드러내기가 두려운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혹시 회피이자 자기보호인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제가 너무 함축해서, 누군가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 밸런스를 잡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적정함’이란.. 항상 어렵네요.
행간에 대한 서술어는 무엇이 어울릴까요? 여러 가지가 붙을 수 있겠고, 그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뿜어낸다’고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조용히 ‘뿜어내’기도 하잖아요. 분위기, 눈빛, 잠깐의 머뭇거림 속에서도요. ‘행간을 뿜다’.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감상은 그래요! 누군가 뿜어내는 행간을 마주칠 때 기분이 참 좋거든요.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행간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관계의 핵심은 아닐는지요. ‘끼리끼리’라는 말을, 제 나름대로는 ‘행간의 깊이가 닮은 사람’ 혹은 ‘행간을 이해하는 범위가 닮은 사람’이라고 풀어내봅니다. 행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무의식중에 기대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해요. ‘혹시 나의 행간을 읽었을까? 읽어줄까? 읽을 수 있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신호를 보냈는데, 어쩌면 제가 그 사람의 행간을 놓쳤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행간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더더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라요..)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아, 어쩌면 그래서 더 공평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만이, 그것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가치를 알아보는 시력을 키우는 데에는 무엇이 좋을까요!
이번 주도 제 나름의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봅니다.
여백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백에 진심을 흘리곤 한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꽤나 많이.
여백을 보는 힘을 원한다.
의도해서, 때로는 의도치 않게 흘린 것들을
세세하게 발견하고 싶다.
줍진 않을 거다. 그저 발견하고 싶다. 되묻지도 않겠다.
얼마나 아름다운지.여백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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