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정혜안입니다.
영화 <서브스턴스> 보셨나요? 장안의 화제작을.. 저는 지난주에야 봤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역하고, 비위가 안 좋으면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오롯이 충격을 흡수하고 싶은 마음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습니다. 하도 말들이 많아서 무의식중에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저는 딱히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 영화의 색깔이자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제가 비위가 굉장히 강한 걸지도요..?) 참 생각이 많아졌던, 머리가 복잡해진 영화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나를 갉아먹는다’는 표현을 시각적으로 너무나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내가 나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어요. 어쩌면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고요. 예술이라는 게, 결국은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효과적인 전달 매체를 찾는 일은 아닐까요? 참, 어렵습니다…
영화를 본 후, ‘나를 갉아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좀 해보게 되었는데요. 저는 요새 저를 갉아먹을 때가 종종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멀리서 본다면, 나를 점점 ‘덜’ 갉아먹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긴 합니다만. 때때로 판단력이 흐려지며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테지만요.
저는 식습관을 보며 저의 현 상태를 진단하곤 합니다. 즉각적으로 변화하거든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도 있는데, 정말 그것들이 저를 만들더라고요. 최근 몇 주 동안 기분이 전혀 상쾌하지 못했습니다. 어떠한 불안함과 압박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는 듯했습니다. 조금 비관적인 태도를 취할 때도 있었고요. 그렇다고 폭식을 하거나 심각하게 몸을 망가뜨린 건 아닙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존에는 건강을 생각하면서 자제하기도 했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거예요. 고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꽤나 자극적인 음식들을 자제하지 않고 섭취했어요. 근데 저는 힘들 땐 오롯이 그 힘듦 속에 짓이겨져야 직성이 풀리기도 해서요. 후회하진 않습니다. 다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나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었던 것인지요. 자발적으로, 심지어 열심으로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무서웠습니다. 확 와닿더라고요.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저에게는 항상 추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건강할 때는 내가 건강하다는 걸 잘 모르니까요. 무엇이든 잃었을 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어쩌면 내가 젊음이 주는 찰나의 순간들을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비단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온갖 건강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 삶을 잘 영위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거든요. 그러려면 때때로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마주할 수도 있어야지요!
이번 주면 벌써 겨울이 지나 봄이 시작됩니다. 왠지 새해 첫 1월보다도, 3월이 더 새로운 출발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봄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그런 걸까요? 개인적으로도 2월을 끝으로 큰 일을 하나 마무리 짓습니다. 1년 정도 열심히 달려온 공부의 수료를 앞두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3월이 본격적인 시작처럼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남은 2월을 잘 마무리하고 3월에는 스스로를 더 아껴주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새 출발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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