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새해 그 어딘가에 멈춰선 우리

"크리스마스 + 6일 = 새해"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이 말은 한 해를 돌아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매년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뭔가 모를 설렘이 있다. 사람들은 손편지나, 전화, 메신저 등으로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묻는다.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기도 하고, 새해 해돋이 준비를 하기도 한다.

나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다이어리나 블로그 따위에 글을 적는다. 길지 않아도 되고, 글을 제대로 다듬지 않아도 된다. 그냥 연말의 감정들을 적으면 충분하다. 잘 간직해두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돌아본다. 일종의 의식이랄까. 몇 해를 케케묵은 글들은 나의 역사가 된다.

올해도 역시 나는 글을 적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쉬이 적기보다, 어떤 양식을 빌어서 충분히 고민하고 적으려 한다. 남성전문 패션잡지를 발간하는 ‘GQ코리아’의 컨텐츠를 통해서.

'올해를 돌아보게 하는 지코, 박재범, 위하준, 유아인, CL과의 대화' 총 4개의 파트에 대한 하위 질문들에 셀럽들이 답한다. 나와 그들의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질문 중 몇 가지를 골라본다.

"사라져서 슬픈 것들 "

#무모함 취업 시장에 ‘나’라는 상품을 팔던 그 시절, 불안과 희열 그 어딘가의 감정이 올해 사라졌다. 첫 회사에서 동일 업무 6년 차 직장인의 삶이 안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탓일까. 충분히 넓은 나만의 공간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충만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충만함이 나의 전부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쌀쌀한 가을, 좋아하는 스웨터를 입고 대학 도서관 어느 자리에 앉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미래를 걱정하던 그때의 나. 적당한 유대감을 지닌 친구와 나누던 기억나지 않는 대화들이 날 서글프게 만든다. 2022년 난 무모함을 완전히 상실했다.

#유년기의 기억 3월 어느 날,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마무리했다. 억눌려있던 슬픔이라는 감정이 고요한 밤에 날 찾아왔다. 그리고 텅 빈 거실에서 홀로 한참을 울었다. 외할머니에 이어, 외할아버지까지 모두 돌아가시니 그들과 함께하던 내 유년기의 일부도 사라진 것만 같았다.

살아 계실 땐 왜 그리 찾아뵙기 못했는지 나에게 재차 물어본다. 상실한 뒤에 몰려오는 후회만큼 어리석은 마음이 또 어디 있을까. 난 이 슬픔을 애써 이겨내고 싶지는 않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매일 조금씩 흘려보내어, 나의 심장을 감싸주는 따스한 온기로 만들고 싶다. 그분들을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겨두고, 오랫동안 아껴주고 싶다.

"내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

#아내 4년 동안 참 많이 다툰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그 와중에 여자친구는 퇴사를 결심한다. ‘뭘 하며 살까?’라는 고민을 품고 여자친구와 컨설팅을 받으러 서울을 오갔다. 또 우린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아파트 사전점검을 마치고 짧게나마 동거를 시작했다.

대망을 장식할 사건이 남았다. 결혼식 한 달 반 전, 하우스 웨딩 업체의 부도 소식을 접했다. 우린 10번의 전화 끝에 계약금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그리고 예식날짜와 예식장을 다시 정했다. 아내와 나 모두 친구들이 많이 없기에, 규모가 작은 식장을 예약했다. 그러나 웬걸, 결혼 당일날 예식장이 터져나갈 정도로 많은 인파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완벽한 판단 미스였다. 신혼여행은 항공사의 일방적인 항공지연 통보로 하루 늦춰졌으며, 여행 도중 기차를 놓쳐 일정이 꼬여버렸다.

쉽지 않은 우리네 인생사. 적고 보니 정신없어 보이지만 매 순간 우린 진지했고, 격렬했다. 때론 다정했고, 상황들을 낙관했다. 아내와 함께 한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난 충분히 행복하다.

요즘은 아내의 치아 교정을 위해, 필라테스 수업을 위해 아내를 차에 태우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혹자는 ‘네가 운전기사냐’고 비아냥거린다. 아무렴 어때, 아내를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남는 시간들은 오롯이 나 혼자 보낼 수 있어 더 좋다.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난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이것도 역시 아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내 없는 날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블로그 오랫동안 방치해둔 블로그를 개편했다. 개인적인 일상을 적던 ‘록태’(기록하다, 푸르다 + 본명)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내와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뮤즈가된부부’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부부 관계, 독서, 일상에 대한 글들을 적어나갔다.

특히 부부가 격주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부부 관계에 대한 글도 적었는데, 한 편의 글을 적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꼬박 나흘이 걸린 적도 있다. 글쓰기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우리는 ’함께‘ 글을 썼다.

함께 글쓰기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립하다가, 때론 타협하고, 한편으론 한쪽이 끝까지 밀어붙여 상대방을 잠식시켜버리기도 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함께 글쓰기는 다른 어떤 활동보다 서로의 생각을 밀도 높게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하는 것이 되려 독이 되었을까. 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난(남편) ‘하이덴시티’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독립했다.

'글을 쓰는 행위'를 취미로 여기고 글을 적는 일상이 난 좋다. 아내와 함께 하든, 나 혼자 하든, 돈이 되든, 되지 않든 간에 난 글을 쓸 것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글과, 내가 적고 싶은 글의 영역이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억지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독서모임 연말이 다가올 쯤, 아내가 말했다. 독서모임을 만들겠다고. 그래서 지금 운영하고 있다. 네 번의 모임 밖에 진행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운영원칙과 철학을 가진 채 참여하는 분들을 만족시켜 드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말을 잘 하는 아내가 모임시간을 주도하고, 글을 잘 쓰는 남편이 모임 후기를 작성하고, sns에 각종 활동들을 기록한다. 아, 그리고 남편은 커피도 내린다. 모임마다 다른 로스터리에서 신선한 원두를 구입하여 정성스레 커피를 준비한다.

독서모임 운영이 처음이라 당연히 서툰 점이 많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고민할 바에 철저히 준비해서 실행해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우린 ‘하이덴시티’라는 이름으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 시작을 2022년 연말에 시작하게 되어서 참 기쁘다.

구독자님, 하이덴시티의 네 번째 글 어떠셨나요?😊구독자님도 2022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2023년을 더욱 의미있게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일상의 기록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작은 걸음을 해내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평을 간단히 남겨주신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다음주 수요일 밤 10시, 다시 찾아올게요. 구독자님,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