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이네요!

2023.11.05 | 조회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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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김 레터

이불 밖은 위험한 시대, IT회사 디자이너가 쓰는 에세이

편지를 보내지 않은지 1년이 지났는데, 안부차 또 이렇게 모두가 잊을즈음.. 메일을 보냅니다.  

 

요즘 너무 업무 관련으로 정리된 글만 적었는데, 수정도, 편집도, 맞춤법 교정도 없이 한 번에 써내려가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당신의 소식도 궁금하니 답변 주시면 너무 즐거울 것 같아요.

 

 

2년간 일한 조직을 떠났고, 오늘의집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어연 5개월이 되었네요. 대학부터 쭈욱 공부한 UX 리서치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직하고 어때?'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결론만 말하면 다닐만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직에서 인정도 잘 해주는 것 같구요. 덕분에 임시긴 하지만 제가 맡은 직군의 리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일진 모르겠지만 일단 연말이나 봄까진 맡고 있을 것 같군요. 

채용에 관여하거나 대외적인 활동을 좀 하게 되었고, 팀원 몇몇을 매니지하게 되었고, 제품에 관련된 리더 미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30명 규모의 팀에서 일하다가 600명이 넘는 조직에 오니, 조금 더 크고 무거운 의사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이해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하면.. 실무 비중이 어쩔 수 없이 줄어들고 있어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고객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그런 재미가 있는데 말이죠. 아쉬운대로 틈틈히 다른 팀원이 한 인터뷰 자료나, 녹음 영상, 녹화 영상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따뜻합니다! 밥도 같이 먹고, 불평 불만도 같이 이야기하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즉석에서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엉뚱한 다이어그램도 그리곤 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어딜가나 따뜻한 것 같아요. 인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따스함이 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만져지진 않아서 약간 간질간질하지만 기분은 좋은 그런 느낌? 서른을 넘어가니 모든 세상이 따스하고 아름다워 보이네요! 

요즘 리처드 파인만의 과거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그 미소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아, 나도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평생 그렇게 살고 싶다! 고 문득 결심해버렸습니다.

내친 김에, 파인만의 에세이집을 샀는데 너무 재밌어요. 제목이 뭐더라,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뭐 그런 제목이었습니다.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긴하지만, 저도 제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제품에 뭐가 아쉬운지 들어보고, 이 문제를 해결해줬을 때 그들이 고민이 해결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쁩니다! 그리고 이 신난 들뜸을 팀에게 전달하고 조직을 바꿔나가는 과정은 고되지만 즐겁습니다. 누군가의 공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거든요. 

제가 하는 UX리서치는 거창하게 '연구' 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사실 막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깊게 파고 들어가면 결론은 늘 뻔하거든요! 사용성이 불편하다!! 이런거죠. 그리고 해결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미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백로그' 라는 유식한 말로도 불리느데 회사에 사람이 수백명이니 아이디어는 수천가지나 있죠.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하나도 없어요. Dune이나 마블영화같은 미디어가 이미 천 년후에 쓸만한 아이디어까지 다 쏟아낸걸요. 제가 하는 일은 그런 대단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은 아니구요,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일입니다. 

"우주 여행은 정말 멋진 일이에요!" 라고 말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로켓을 만들테니 투자를 하라고 하면 모두 절레절레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어렵지만, 해냈을 때 재미가 있달까요. 설득시켜야하는 팀원 한 명 한 명을 투자자처럼 생각하면 재밌어요. 매번 고객이 좋아할만한 아주 작은 사업, 혹은 큰 사업을 따내는 느낌이죠. 물론 실패도 종종 하구요. 

잘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만 해서는 안되고, 공부도 해야해요.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저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최근에는 우연히 팔로우하고 있던 존경?하는 분이 같이 일하던 동료의 옛지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동료분의 소개로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평소에 궁금하기만 하던 사람과 직접 만나서 신났습니다. 아이디어스라는 회사의 임원인데, 저랑 살아온 발자취와 삶의 태도가 너무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먼저 연락처를 주셔서 저도 연락을 드린다고 했는데.. 아직 부끄러워서 못했네요. 

아무튼.. 새 직장에 대힌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최근에는 엄마가 어깨 수술을 했어요. 뭐, 오십견이 와서 할 수 있는 흔한 수술이긴 했는데, 뭔가 마음이 안좋더라구요. 불효자의 늦은 후회.. 뭐 그런 클리셰같아요. 불행한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고! 아무튼 엄마가 수술 후 다친 어깨를 이끌고.. 일본여행을 갔어요. 남동생 고등학교 시절에 '엄마들 모임'이 있는데 자식들이 다 대학가고 크니까 엄마들끼리 여행을 간다는 거라네요. 

엄마가 해외여행 가는 거.. 태어나서 처음봤어요. (우리가족은 원래 멀리 여행도 안가고.. 맨날 가는 곳만 가고 그러긴 해요.) 아무튼 일본가서 사진도 보내고 소녀처럼 너무너무 재밌어하는 엄마를 보니 괜히 기쁘더라구요. 글을 쓰는 지금도 웃는 엄마 얼굴이 떠올라 너무 웃겨요.

 

재밌고 신나는 일들일 편지에 쓰니 기분이 좋군요! 물론 슬프고 안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정말 소중한 가족 중 한 명이 우리 곁을 떠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삶을 늘 긍정적으로 보려구요. 슬픈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늘 눈 뜨고 있는 지금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당신도 기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바라며, 비공개 편지를 1년만에 보냄! 

 

 

 

답장은 jyee5001@gmail.com 으로 주세요. 답장에는 항상 또 답신의 편지를 써드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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