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좋다. 어렸을 때 (20대 초)는 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정확히는 내가 좋아하는 글. 20대 이전에는 소설 책이 참 좋았는데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개미가 되고 싶었다.) 20대가 되고 나서부터 자기 계발 서적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방황을 많이 해서 그런가 꿈도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보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책들을 많이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 카테고리가 자기 계발서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런 책들이 꽤 도움이 됐다. 여러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생각들, 관점들을 글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살아야 해! 스스로 세뇌를 했던 것 같기도. 돌아보면 스스로 세뇌 했던 것들이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무튼 글이 좋았다. 읽는 것이 좋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글을 읽는 것에서 쓰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록이 좋았다. 하루 하루 지나면 내 기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싫었고, 먼 훗날 옛날 기록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애틋한 기억의 조각들이 참 좋았다. 아무리 현재를 살아간다고 하지만 좋았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으면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에 있어서 큰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매번 기록은 하지 못해도 틈틈이 메모하고 그랬던 것 같기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폰 일기 앱에 쓴 일기들보다 두꺼운 공책에 한 장 한 장 그 날 있었던 생각들, 글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니 스스로 놀랍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조금씩 끄집어 내어 풀어낸다는 의미에서 의미가 있었다. 글을 잘 쓰는 기준은 모르겠지만 가급적 그 상황을 잘 묘사하려고 서술했던 것 같다.
요즘 글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감사한 도구다. ‘감사한’이라고 붙인 이유는 정말 감사하다. 복잡할 때, 답답할 때, 기쁠 때, 화가 날 때, 슬플 때. 감정과 관련된 것이든, 스트레스를 받든 항상 눈 감고 머리에 있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천천히 풀어 써내려가다 보면 머리가 정리가 된다. 그리고 차분해 진다. 원래 차분한 감정을 만들기 위해 잠깐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빠른 템포로 차분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니! 나에겐 감사한 도구이자 여러 모로 즐거운 행동임에는 분명하다. 차분한 상태를 최대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실수는 감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감정적인 것을 빼고 잔잔한 상태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다. 그래야 단기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릇도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 감정에 치우칠 일들이 여러 가지로 생기는데 이를 차단하고 다시 빠르게 평정심을 찾는 나만의 방법이 글쓰기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지금 글 쓰고 있는 이유도 평정심을 찾기 위해..)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 외에도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주는 도구도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 물론 글을 여러 플랫폼에 기재하면 노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 말고 정말 글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생기고 그런 분들을 뵙게 되었을 때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그때는 아! 나랑 결이 비슷하구나 느끼며 동질감을 갖게 된다. 신기하면서도 좋고 감사한 여러 감정이 동시에 든다. 외적인 것, 보여지는 것 모두 떠나서 글 하나로만 보았을 때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요즘 나에게 매우 귀하다. 최근 내가 쓰는 글을 보고 모임이 궁금해 신청하셨다고 하신 분이 계셨다. 감사했다. 글로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 더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글로 생각을 꾸준하게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면 쓸 수록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보인다. 내가 많이 쓰게 되면 노출이 자연스레 느는 것도 있겠지만 때론 뵙고 싶은 분에게 정중하게 연락을 드리기도 하는데 정말 진심으로 뵙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은 잘 전달 되었는지 감사하게도 모두 흔쾌히 받아주신다. 글 덕분에 새로운 인연, 감사한 인연, 뵙고 싶은 인연들을 볼 수 있다니!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래도 글을 꾸준하게 쓰는 것이 1번이겠지.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도 나와 있듯이 꾸준함이 필수적이다. 글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꾸준한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가장 어렵지만. 최근 좋은 계기로 뜻 맞는 사람들이 아주 소수로 모였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 덕분에 글을 조금 더 꾸준하게 쓸 계기가 확실하게 생겼다.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글을 바라보는,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잘 모르겠다. 꾸준하게 쓰다 보면 나중에 또 글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분명한 것은 글에 대한 활동들을 꾸준하게 하고 글과 관련된 무언가를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점점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구체화가 되고 있다. 나에게 매우 좋은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는 2주에 1번씩이라도 꼭 꾸준하게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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