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트렌드

한국 VC/CVC의 실리콘밸리 진출? 성공하는 5가지 비법 드디어 대공개 (feat. Andrew Ng 한국 방문 소식)

실리콘밸리 VC가 본 이 주의 트렌드

2023.05.30 | 조회 3.3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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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의 사제파트너스에서 VC로 일하면서 현지에서 접하는 정보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간 실리콘밸리는 경제, 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재정적 자유, 비지니스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제가 배워가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함께 배워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트렌드와 그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평일 매일 실리콘밸리 시간으로 아침 6시 (서울 밤 10시)에 세계 각국에 계신 패널분들과 1시간동안 최신 뉴스를 읽고 녹음과 기사모음을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트렌드와 VC 동향에 실밸과 한국에 계신 VC +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매주 서부시간 토요일 저녁 6시(서울 일요일 오전 10시) 에 정기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창업자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함께 대화할수있는 세션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픈채팅방: 기사 공유, 정보 (비번:2040)

오픈채팅방: 스타트업/VC 토론 (비번 2040)

오픈채팅방: 투자관련 토론 (비번:2040)

오픈채팅방: 테크/창업/인큐베이터 (비번 2040)

역시 대세는 주실밸 디스코드 서버

역대급 세션들 모아놓은 팟캐스트


공지사항 (Andrew Ng 한국방문)

카톡방에서 공지드렸다시피 구글브레인 설립자/coursera 창업자/스탠포드의 Andrew Ng 교수님께서 7월 한국 방문 일정이 있으신데 제게 일정 짜는것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알아보는 중입니다. 관심있는 대기업/투자자/LP 분들 제 오픈프로필로 갠톡주세요. 참고로 응교수님께서는 AI Fund라는 venture studio도 운영중이십니다.


뉴스레터가 오랜만이죠? 집팔준비하느라 넘 바빴습니다. 뉴스레터 안빼먹게 어서 팔리길 함께 기도해주세요 ㅋㅋㅋ
뉴스레터가 오랜만이죠? 집팔준비하느라 넘 바빴습니다. 뉴스레터 안빼먹게 어서 팔리길 함께 기도해주세요 ㅋㅋㅋ

최근 실리콘밸리에 한국계 자본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데 신규 CVC들도 많이 생기고 있고 많은 VC들도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서 출장도 많이들 오시고 많은 분들을 만나뵈면서 현지에서 느끼는 제 생각들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만나면서 말씀드리다보니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되고 개인적으로 실리콘밸리의 미국 VC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들 그리고 요즘 느끼는 점들을 정리해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뉴스레터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저도 제 생각을 완벽히 다 이 뉴스레터에 담을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생각을 정리하고 쓰려다보니 요즘 뉴스레터 쓰는데 너무 시간도 많이쓰고 부담을 갖는것 같아서 그냥 오늘 정리해두고 업데이트가 있을때마다 수정하려고 합니다. 어디든 제 생각을 정리해두어야 나중에 복기도 가능하기때문에 틀린점이 있더라도 솔직하게 속시원히 적어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집을 팔고있어서 정신이 없다보니 세션이나 뉴스레터를 종종 쉬어가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왜 집을 팔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판매 과정에서 느낀 시장은 어떤지는 곧 뉴스레터로 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일단 모든 CVC들과 VC들이 실리콘밸리로 다들 진출하려는 이유는 아래 표로 대신하겠습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로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로

이처럼 스타트업 업계에 있어서는 실리콘밸리를 따라올 곳은 전세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뉴욕이 그나마 따라오고 있지만 약간 실리콘밸리의 위성도시 같은 느낌이고 보통 실리콘밸리 VC들이 뉴욕오피스에서 커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2023년 Q1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차이가 위에서 보이다시피 더 극명하게 드러나기때문에 "힘든시기일수록 고급자산에 투자하는게 중요하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i.e. 힘들수록 미국, 힘들수록 강남, 힘들수록 달러). 


실리콘밸리진출이 어려운 이유

그럼 이렇게 좋은 실리콘밸리에 모두가 진출하고 싶어하는건 당연한데 왜 성공사례가 이렇게 적은걸까요? 

1. 폐쇄적인 생태계

실리콘밸리만큼 전 세계 스타트업들과 창업자들에게 오픈되어 있는 곳도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폐쇄적인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차별이나 베타적이라기보다는 VC판 자체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돌아가기때문에 그 네트워크에 끼어들수 있어야 고급 최신 정보를 알수있고 좋은 회사들과 딜에 대한 접근성이 생기는거죠.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이 부분을 한국 자본들이나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오피스를 연다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한국과 다른점은 한국에서는 어차피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고 의사소통이 잘 통하니까 어쨋든 해결이 되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네트워크도 제로에서 시작하고 더 중요한건 의사소통이 매끄럽지않아서 쉽지 않습니다. 그저 말이, 영어가 잘통하는게 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하는데, 한국말도 마찬가지지만 큰 돈과 회사들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대화들에서 영어로 오고가는 속에서 그 뉘앙스와 암묵적인으로 인정되는 문화들을 잘 캐치해내지 못한다면 주류 네트워크에 끼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문화적 차이

당연한거지만 문화가 다릅니다. 아무리 한국이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회라고 하더라도 첫만남부터 모든게 정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면 악수를 할때도 두손으로 하거나 허리를 숙이며 하는 한국식과 그냥 눈을 쳐다보면서 힘차게 한 손만 잡는 미국식 악수는 생각보다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또 하나는 이코노미를 타고 샌프란에서 6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뉴욕을 가더라도 기내식은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팅초반에는 보통 자기 소개를 하고 일상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풀고 농담을 하면서 서로 웃는게 친밀감 쌓기에 중요한데 그 농담의 코드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 방법이 한국과는 달라서 ice breaker와 small talk을 잘 하기가 쉽지않습니다. 만약 이걸 잘해내지 못하면 바로 "비행은 어땠어? 12시간정도 걸리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다른게 무슨 상관이냐라고 미국은 다들 섞여사는 곳 아니냐하실수도 있는데 일상적인 부분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스타트업/VC판은 미국에서도 가장 엘리트위주이고 미국적이며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때문에 일단 외부인이나 관광객으로 찍히는 순간 의미있는 네트워크 형성이 힘들어 질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이야기가 새는데 미국의 재미있는 점은 외국인이 (1) 엔지니어로써 남부럽지않게 중상류층 부자로 살수있는 건 생각보다 쉽고 누구들에게나 개방적으로 오픈되어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만약 그 이상 (2) 미국의 주류나 엘리트 네트워크로 올라가면 갈수록 한국보다도 훨씬 더 베타적이라고 느껴집니다.개인적으로 빅테크는 (1)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VC판은 (2) 후자에 속한다고 봅니다.  (2)에 가까워질수록 집안이 중요해지고, 그것이 또 학벌로 비치게되고, 사는 동네가 어디인지, 부모님이 어느 컨트리클럽 멤버인지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무게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커지고 출신이 중요해진다는 생각입니다. 

공항이나 놀이공원에서 모두 다 공평하게 줄을 서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수있는 한국보다 미국은 더 계급사회와 같은 느낌이 들때가 많고 실리콘밸리는 그 정점을 느껴볼수있다고 생각합니다.

3. 업무 처리 방식의 차이

마지막으로 일을 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스타트업 실사나 관리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고 회사를 찾는 방법도 한국과는 다르기때문에 현지 VC들에 익숙한 스타트업들에게는 해외자본이 이질감이 느껴질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선호도가 떨어지게되고 현지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함께 일하기가 꺼려질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회사를 찾는다고 해도 allocation을 받기가 힘들어지기때문에 winning 자체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런 최고의 퀄리티의 회사들을 제외한 회사들중에서 운좋게 성공한 회사들을 찾을수밖에 없는 제한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또한 회사 찾는 것부터 "이 회사가 좋다"라고 해서 만날수있는게 아니기때문에 원하는 회사를 만날수있게 해주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나를 만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우며 더욱이 내 돈을 받게 해주는 것도 쉽지않습니다. 더군다나 매달 audit받은 리포트를 달라고 할수도 없고 창업자에 대해서 주변에 물어볼수도 없고 창업자랑 밤새 술을 마시면서 정서적인 교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고 이래저래 해외자본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면 어떻게 되느냐? 일본계 VC/CVC들에 대한 전설을 인용해 말씀드리면, 결국 미국에 진출한 VC/CVC들은 말통하고 학연 지연으로 엮인 일본 투자자들끼리 어울리게 되고 그렇게 술을 마시다 만난 말이 통하는 일본계 창업자들에게 투자를 하게되는데 신기하게도(?!) 함께 일본에서 나온 다른 VC/CVC과 다함께 captable에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재원 입장에서는 현지 VC 네트워크를 뚫기는 커녕 당장 인터넷 설치도 몇일 걸려서 현지 적응하기도 바쁜데 본사에서는 투자안하느냐고 보채다보니 집행은 해야겠고 결국 한정된 생태계와 네트워크안에서 현지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남고남은 딜플로우에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과도 나오기 힘들고 또 굳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에 많이 철수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들이 철수하면서 Plug and Play, Pegasus, Translink 같이 일본의 다수의 기업들에게 CVC역할을 대신 해주는 위한 서비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주재원들이 실리콘밸리 진출해서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좋은 회사를 찾기부터 쉽지 않고, 레퍼런스의 부족등으로 충분한 실사가 쉽지 않고, 둘 다 성공하더라도 그 좋은 회사가 본인의 투자를 받도록 만드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냥 무작정 현지에 사람을 보내서 몇년동안 맨땅에 헤딩하면 되겠지라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렇다면 성공하는 법은?

1. 의사결정권과 프로세스의 현지화

네트워크 비지니스이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업계이기때문에 현지에서 의사결정을 할수있어야 합니다. "본사에서 허락을 받아야돼"라고 말하는 순간 이 바닥에서는 아마추어로 찍히고 싱가폴 국부펀드 GIC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있는게 아닌이상 생태계에서 환영받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럼 좋은 딜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현지 네트워크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지게 되죠. 

실리콘밸리 현지 VC펀드들 직원 타이틀이 Partner가 많은 이유도 비슷합니다. 스타트업들도, 동료투자자들도 어느정도 결정권한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들에게 더 자세히 설명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지 오피스에서 충분한 의사결정 권한이 있어야하고 선투자 & 후보고 체계가 되어야하는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VC/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확보면에서도 현지 오피스에서 금액한도나 딜개수 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자율성이 있어야 훨씬 더 좋은 인재들은 유치할 수 있습니다. 연봉도 현지보다 많기 힘든 상황속에서 자율성까지 떨어진다면 결국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고급 인재를 채용하긴 힘들어지고 이는 성과에 악영향을 주게되고 그로인해 본사가 더 개입하게 되면서 현지에서 브랜드가 나빠지게되고 결국 다시 좋은 인재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2.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고급 인력 채용 (계약직으로!)

앞에서도 말했든이 가장 중요한건 인재, 인재, 인재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인데 현지 업계에서 충분히 일했고 명성이 쌓여있으며 단지 한국계들 사이에서 유명한게 아니라 메이저 VC들과 관계가 있고 함께 딜을 해봤으며 대형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인맥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구해"라던가 "너무 비싸지 않아?" 라고 생각하신다면 일단 첫번째 단추부터 잘못된거라고 생각하고 실리콘밸리 진출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봅니다. VC는 네트워크 비지니스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실분들이 그 네트워크가 끼지못한 현지 주니어를 고용하면서 주재원과 함께 네트워크에 낄수있을거라고 기대하는건 너무 큰 꿈입니다. 

"현지 주니어들은 그래도 문화도 알고 교육도 받았을테니까" 라고 기대하기에는 이들도 아직 네트워크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동시에 아무리 한국에서 유명한 회사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고용주의 브랜드가 떨어져서 이들의 현지 주류 네트워크에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물론 Top VC출신을 데리고 온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러면 어차피 비싸고 데리고 오기도 쉽지 않은데다 회사를 떠나는걸 붙잡기 힘들기때문에 차라리 돈을 더 쓰더라도 확실하고 야망있는 시니어급에게 많은 자유도와 전폭적인 지원을 보장하고 리크루팅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위에서 말씀드린것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현지에 권한을 나눠줘야하는데 이때문에 현지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는 시니어를 뽑는게 당연히 유리하고 본사에서 주재원을 보내더라도 관리나 리드를 해야하는 부담없이 현지를 체험하고 교육을 받을 목적으로 보낼수있기때문에 현지 오피스가 투자를 집행하는데 그 영속성과 네트워크 유지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아시다시피 네트워크라는게 그저 아무나 와서 비빈다고 생기거나, 여기서 몇년 살면서 몇번 만나봤다고 생기는게 아니고, 또 "이 사람이 저의 후임입니다"하고 인수인계한다고 그대로 넘어가는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또한 현지 출신이라고 네트워킹을 다 잘하는 게 아니라 그중에서도 능력이 뛰어나고 네트워킹에 능숙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서로 딜을 주고받고 함께하면서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아주 어렵고 긴 과정이기때문에 이를 증명한 시니어들에 게 베팅하는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건 미국의 고용시장은 한국과 다르게 아주 유연하기때문에 누구든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고용에 불만족하면 언제든지 해고하고 새로 찾아볼수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고의 인재를 찾는데 집중하되 생각보다 핏이 안맞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6개월쯤 상태를 점검후 이별한뒤 새로운 인재를 찾아보는 게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또 모든 현지 인재들은 정규직이라기보단 계약직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높은 임금이지만 고용안정성은 없는 미국 현지의 직장들과 같이 접근하는게 더 나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3. 현지 펀드투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스타트업 업계의 격동의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미국 VC펀드에서 근무하면서 제가 내린 판단은 미국에 VC펀드가 과도하게 많아져버렸고 이런 현상을 오래갈수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VC펀드를 차렸고 시장은 아직까지도 그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이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VC펀드에도 투자하기(i.e. LP)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커리어를 계획했습니다. 

지금 시장의 너무나도 많은 VC펀드들은 곧 시장이 정상화되고나면 펀드레이징이 힘들어지게 될 것이고 (이미...) 그러면 VC펀드에 투자하는 LP들의 힘과 레버리지는 더 커질수밖에 없고 이를 이용해 fee를 더 낮추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수있는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죠. 이런 현상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VC들의 절반은 새로운 펀드를 모으지 못하는 좀비펀드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말이죠. 

미국에 진출하려는 VC/CVC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큰 금액을 출자한다고 하더라도 대형 VC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받을수는 없기때문에 차라리 이제 펀드를 결성한지 얼마되지 않은, 펀드가 곧 본인들의 인생이나 다름없는 VC펀드들을 운영하는 emerging manager들에게는 $1~2M도 의미있고 $5M는 VIP고객입니다. 또 VC펀드 투자의 장점은 더 많은 퍼센트의 사람들이 아주 똑똑하다는 건데 이런 emerging manager에게 출자한다면 세계 정상급의 능력을 가진 똑똑한 사람들을 나를 위해 일해주는 훌륭한 컨설턴트로 둘수있다는게 큰 장점입니다. 이들은 현지 딜이나 정보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있어서 초반 실리콘밸리 진출에는 큰 도움이 될게 분명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현지네트워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성과도 기대해도 좋은데다 이런 emerging manager들은 초반에 도와준 투자자는 평생 잊지 않기때문에 앞으로 next sequoia를 발굴한다면 실리콘밸리의 다음 세대 리더를 평생의 동반자로 찾을수도 있는거죠. 한번 상상해보세요 세계 정상의 VC가 10년된 내 친한 친구인 미래를...

물론 현지에서 투자하고 협업할만한 emerging manager를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미 현지 네트워크에 깊숙히 들어가 스타트업과 VC펀드 투자를 둘 다 잘하고 있는 한국계 투자자들도 있으니 편하게 연락해보시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i.e. 뭐야 나잖아?ㅋㅋㅋ)

4. 우리의 해줄수있는게 무엇인가 (value proposition)

제가 느끼기에 한국이랑 실리콘밸리의 다른점중에 하나가 실리콘밸리에서는 VC/CVC들이 창업자들에게 왜 자기 돈을 받아야하는지 설득해야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돈을 주는건 나인데 왜 내가 설득을 해야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종종있긴한데 그만큼 좋은 회사들은 많은 VC들이 알아보고 접근하기때문에 경쟁이 붙는 경우가 많고 그 결정에 금액이나 가치평가도 중요하지만 보통 VC들이 스타트업들에게 무엇을 해줄수있는지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현지 VC들은 C-level이나 직원채용을 도와주거나 시장 데이터나 리서치를 제공해주거나 투자 받기를 결정하기도 전에 고객사들을 소개해주는등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만약 한국 VC/CVC가 실리콘밸리로 온다면 어떤 가치를 제공할수있을까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한국 시장 진출을 도와주겠다인데 실제로는 스타트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간절히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때문에 이는 큰 셀링포인트가 되지 못합니다. 그럼 또 뭐가 있을까요? 돈도, 잠재고객 네트워크도, 인재 네트워크, 미래 투자자 네트워크도 현지 VC들이 많다면 외부에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자본들의 가치는 뭐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을 꼭 찾아보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3의 펀드출자로 네트워크와 정보 그리고 #5로 후기 투자가 초반에는 어느정도 좋은 가치가 될수있을 것 같은데 이는 VC/CVC마다 정답이 다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거 없이 일단 돈이면 받아주고 많을수록 좋아하는 스타트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회사의 성공 확률이 높을까요? 일단 돈준다면 누구 돈이든 받아주는 스타트업들과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그중에 골라서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인재, 고객들도 모두 받아가기때문에 전자의 스타트업보다 성공확률이 더 높아지겠죠. 운이 좋아 전자의 스타트업이 더 성공할수도 있지만 그건 운좋아 당첨된 복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스타트업은 그런 복권이 아니라 창업자와 직원, 그리고 투자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당연히 후자에 투자하는게 맞다는 의견입니다.

5. 정확한 생태계내의 포지셔닝

위의 value proposition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투자자로써의 포지셔닝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 VC판에서 가장 치열한 곳은 seed와 series A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VC들이 본진으로 생각하는 스테이지기때문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해외자본으로 시드/A 스테이지의 최고 회사들에 투자를 하겠다고 목표를 정했고 의외로(?) value proposition도 명확하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Sequoia, a16z, General Catalyst, Lightspeed, CRV와 딜 경쟁에서 이길수 있을까요? 역사와 전통이 영원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당장 무너지지도 않기때문에 쉽지않은 싸움이 될 것이고 더욱이 이들을 적으로 돌리게되면 그 다음부터 업계내에서 딜을 찾거나 이기기가 더 어려워질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초반에는 이런 현재 주류 VC들이 투자한 회사들에 follow-on을 하는것이 네트워크와 생태계 만들기에 유리하고 수익면에서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투자한 회사에 후속투자를 해준다면 주류 VC들도 좋아할 것이고 이를 핑계로 미팅도 하고 친해질수있다면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장기적(5~10년)으로 봤을때 내가 충분히 이길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때, 그리고 절대 놓치고 싶지않은 스타트업을 찾았을때, 그때 최선을 다해 이런 주류 VC를 꺾어내고 딜을 따낼수있다면 이미 쌓여있는 업계의 명성과 생태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주류 VC로 진입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거 다 필요없고 투자자라면 정면승부지!

물론 이런거 다 필요없고 아무도 모르는 대박딜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서 성공할수도 있겠죠. 분명히 그렇게 성공하시는 분들은 여태껏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건 시장이 덜 효율적이던 15년, 20년전에는 좀 더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펀드 숫자도 많아졌고 시장이 전보다는 효율적이 되어서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나마도 여기서 성장해온 미국 현지 VC들에게 가능한 이야기라고 보기때문에 이런 식으로의 접근을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중요한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이유?

결국 제 생각에 VC/CVC의 입장에서는 정말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명확히 정의하고, 조직에게 얼마나 중요한 목표인지 생각해보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면 최신 트렌드와 높은 수익을 기대할수있지만 실제로 그걸 성공적으로 해내기는 정말 쉽지않기때문이죠.

또 국가주도로 좁은 학연/지연/인맥기반으로 돌아가는 한국 벤쳐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미국 진출하려는 이유중에는 솔직히 펀드레벨에서보다는 젊은 심사역들의 개인적인 목표와 바램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게 아닌가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돌 던지지 마세요ㅋㅋㅋ어차피 리더쉽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

결론적으로는 실리콘밸리 진출이 목표인 VC/CVC라면 세계정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조직원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최상위 리더쉽의 10년간 어떤일이 있어도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과 아끼지 않고 투자할수있는 자금이 준비하고 열심히 도전하고 인생을 바쳐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판단되면 실행하는게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이래서인지 사실 대기업 오너일가가 포함된 VC/CVC들이 다른 곳들보다 성과가 더 좋은것 같습니다. 아마 현지의 의사결정권과 전폭적인 지원?!)


실리콘밸리에서도 주모를 부르고 싶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시면서 약간 불편하실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보지않고 제가 생각한 틀릴지도 모를 성공방법을 마음껏 쓴 이유는 저는 한국계 자본이 실리콘밸리에 좀 더 진출하고 여기서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램때문입니다. 그렇게되면 한국인으로써의 개인적인 뿌듯함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게 돈이 되는 기회가 많이 생길거라고 믿기때문입니다.

다만, 충분한 고민과 준비없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했을때는 성공하기가 정말 쉽지않고 그 실패들이 앞으로 한국이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역효과에 대해서도 걱정이 되기때문에 솔직한 마음으로 모두가 성공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현지 투자자의 입장으로 이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질문있으시거나 도움이 필요하신분들은 언제나 댓글이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편하게 연락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스타트업들의 실리콘밸리를 진출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봐도 재미있겠네요. 그리고 제가 요즘 제 실리콘밸리의 집을 파는 과정에 있는데 이 이유도 관심있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곧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공부 겸 나중에 뒤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닙니다.

주간 실리콘밸리가 널리 알려질수록 그 내용은 더 깊어집니다! 주변에 벤쳐캐피탈, 스타트업, 테크, 경제 트렌드에 관심있는 분들게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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