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간 실리콘밸리는 경제, 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재정적 자유, 비지니스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제가 배워가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함께 배워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트렌드와 그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평일 매일 실리콘밸리 시간으로 아침 6시 (서울 밤 10시)에 세계 각국에 계신 패널분들과 1시간동안 최신 뉴스를 읽고 녹음과 기사모음을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트렌드와 VC 동향에 실밸과 한국에 계신 VC +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매주 서부시간 토요일 저녁 6시(서울 일요일 오전 10시) 에 정기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창업자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함께 대화할수있는 세션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픈채팅방: 기사 공유, 정보 (비번:2045, 1500명 가득찼는데 가끔 자리가 납니다)
많은 이들의 주말을 하얗게 불태우게 만든 SVB사태가 동부시간 6시에 연준이 FDIC와 재무부와 힘을 합쳐 모든 예금을 보장해준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로써 걱정이 많던 VC들과 스타트업들 모두 한숨 놓게 되었고 실리콘밸리에는 잠시나마 평화가 깃들었네요. 주말 내내 피해 상황파악하고 돈 마련하느라 다들 고생했었는데 안정적으로 사태가 마무리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서 나중에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복기해보기 좋게 몇가지 제 의견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닷컴, 서브프라임, 코로나 위기를 모두 겪어본 투자자들을 "three cycle investor"라고 부르는데 약간 느낌이 다르지만 "저 아저씨 100년전 SVB 사태를 실제로 봤대!"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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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사태의 원인은 부실은행이어서다?
제가 생각하는 부실은행의 정의는 빅쇼트시절에 말도 안되는 빚을 내어주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던 그런 은행입니다. 빅쇼트 영화를 감명깊게 본 우리 세대에게는 아무래도 뱅크런이나 은행이 파산하면 그런 이미지로 느껴지는게 당연하죠.
이런 정의에서 볼때 SVB는 부실은행이라고 보이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10-K기준 총 자산이 $212빌리언, 총 부채가 $195빌리언 이었으니 두달이 지난 지금도 자산이 부채보다 많았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리먼시절과는 다르게 딱히 엄청난 비리가 있다거나 아무 체크도 없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어준다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이죠.
그럼 원인이 뭐야?
그렇다고 아주 잘하는 은행이었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지난 40년동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타트업들과 VC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줬고 비상자금 대출이라던지 창업자나 VC 전용 담보 대출이라던지 생태계에 꼭 필요한 시중 은행들이 해주지 않는 중요한 역할들을 하면서 이 바닥에 터줏대감이자 핵인싸인 좋은 은행인건 분명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투자를 잘 받아주지않는 Benchmark나 Sequoia같은 VC에도 투자를 했고 또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많은 VC들이 본인들도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은행을 돕자고 나서기도 했죠 (아쉽게도 누가 진심인지 볼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채권 투자 실패로 수익성 악화
다만 스타트 생태계 전체가 그랬듯이 SVB도 2020/2021년 역대급 유동성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고 이것이 영원할 것처럼 보였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에 연준의 금리인상을 생각하지 못한채 채권투자를 집행했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게 됩니다 (i.e. 채권가격 급락으로 unrealized loss가 쌓임). 이에 SVB측은 낮은 금리의 채권들을 손절하면서 장기적인 수익성 향상을 위한 restructuring에 들어가게되고 이 과정에서 $1.75빌리언의 외부자금과 $0.5빌리언의 자금을 유명 PE인 General Atlantic에게 투자받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런 수익성악화는 SVB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지방 중소 은행들이 비슷하게 금리 상승 대응 실패로 어느정도 고생을 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지 SVB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제 생각에 더 큰 문제는 이번 뱅크런의 시작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봅니다. 어느정도 SVB측의 자신감과 오만도 섞여 있다고 보구요. 사실 저 $2.25빌리언의 외부자금 조달과정에서 지금과 같이 분위기 안좋은 상황에 고작 $0.5빌리언만 투자자를 확보해두고 나머지를 모아보겠소라고 공표한것 자체가 넌씨눈이자 분위기 파악 못하고 본인이 실리콘밸리 터줏대감이니까 다들 알아서 돈줄거고 뱅크런따위는 없을거야라는 약간의 오만까지도 보이는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5빌리언정도만 GA같은 거물급 PE들 돈 준비해두고 "개미들 너네도 기회를 주겠다"라는 느낌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안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VC들의 패닉
VC들이나 스타트업들은 안그래도 시장에 돈이 말라서 죽겠는데 갑자기 SVB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깜짝 놀랬습니다. 이에 (소문에 의하면) Peter Thiel, YC, Coatue를 중심으로 본인들의 스타트업들에게 SVB에서 돈을 인출하라는 조언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들은 스타트업들은 친구 스타트업들에게, 이 친구 스타트업들은 다시 본인들의 VC에게, 이 VC들은 자기 친구 VC들과 스타트업들에게, 소문이 echoing이 되면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뱅크런이 시작된 것이죠. 그 이후는 어제 뉴스레터를 보시면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오히려 발목잡은 SVB의 전문성
SVB에게 이런 상황이 더욱 더 치명적이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는 SVB가 스타트업계에 hyper focus된 은행이라는 점입니다. customer concentration으로 봤을때 빵점이라고 볼수있죠. 물론 그 전문성때문에 다른 은행들보다 시장을 잘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해줬으며 명성과 네트워크를 쌓아올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전문성이 본인들의 발목을 잡은 케이스라고 봅니다.
그래도 이정도에서 끝나서 천만다행
만약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인수자를 찾았어야했을 것이고 이마저도 찾지 못했다면 당장 내일부터 운영이 불가능한 스타트업들과 피해를 본 VC들이 많았을텐데 이정도에서 정부가 멈춰준게 업계 내부인으로써는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몇일동안 잠도 못자고 대응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SVB발 금융위기 사태가 터질뻔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SVB로 인한 금융위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타트업들이나 VC들이 힘들었을수있지만 이게 다른 은행들과 깊게 연계되어 한명의 연체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시스템 전체를 무너트리기엔 생각보다 제한된 사이즈에 로컬에 특정 섹터은행의 독립적 문제였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근데 뉴욕에도 하나 터졌던데? 그럼 뭐가 문젠데?
다만 더 큰 걱정은 이런 뱅크런이 독립적이지만 연쇄적으로 일어날수도 있다는 부분입니다. SVB와 같은 지역 혹은 섹터 전문 지방은행들은 미국에 수백개가 존재하고 이들은 각자 집중된 고객층을 가지고 있으며 SVB와 비슷하게 금리인상에 제대로 대비하지못하고 수익성 악화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현재 이런 중소형 은행들이 SVB와 비슷한 형태로 $620빌리언정도의 손해를 보유하고 있을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제 앞으로 이런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수익성을 개선하기위에 restructuring을 발표하게되면 소비자들은 SVB를 떠올리며 패닉하게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고 이를 막기위해 연준과 재무부가 전액을 보장해준다고 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영원히 막을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이번 보장금액이 세금이 아니라 은행들의 보험금에서 나오도록 조치했는데 내년 선거을 앞둔 상황에서 세금으로 이런 보장을 해주게되면 지지율이 떨어질게 분명해서 2008년부터 은행들에게 걷었던 보험금으로 커버해주고 있는데 사실 이 보험금 보유액을 다합쳐도 SVB의 예금보다 적은 상황입니다. 물론 SVB의 자산을 매각하여 이를 메꾸면 되겠지만 만약 SVB와 같은 상황이 연쇄적으로 터지면 감당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Fed에서는 추가로 이런상황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약간 안심은 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이정도로 마무리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연준과 SVB 뿐만아니라 이런 역대급 거품을 만들어낸 2020/2021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그리고 동시에 이번 패닉을 만들어낸 투자자들에게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 생각에 이정도로 국한적이고 control할수있는 규모의 사태를 정부에서 나서서 막아주는 것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스타트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군다나 어찌되었건 간접적으로는 전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서 system risk가 적은 특정그룹을 구해주는것 자체가 논란이 될수있다고 보는데 특히나 그 그룹이 미국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줄수있는 그룹이라면 더 애매한 부분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또한 영세한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모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필요 이상의 자금을 모은 다음에 여러은행에 분배해두는 등의 리스크관리에 실패한 부분도 충분히 인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쨋든 일단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주식과 크립토등 위험자산들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인식과 안도감이 퍼지고 있는거죠. 저도 단기적으로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방금 말씀드린 독립 연쇄적인 뱅크런에 대해서 모두가 인지하고 있고 잘 대응한다면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말은 인플레이션과의 끝없는 싸움을 하던 그리고 금리인상을 두려워하던 지난 수요일로 돌아왔다는 말이지 언제나 우상향하던 좋은 시절로 돌아온거 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방향성이 기관과 대중들에게 "응 망해도 정부가 다 살려줘~" 라거나 "응 망하면 금리는 내릴거야"라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수있다고 생각하고 이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 힘들게 만들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바이든 정부입장에서는 내년 선거전에 인플레이션을 잡고 금리를 내리면서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미루어진 것 같아서 힘들것 같고 어서 거품이 빠지고 다시 성장하는 우상향 시대로 돌아가는 걸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더 지치고 힘들어지게 되는 느낌입니다.
얼마전에 만난 최고의 펀드중 하나에서는 올해 투자를 집행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내년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구요. 문제는 만나면 만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좋은 기회의 시작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구제로 인해 지금 시장에 필요한 정화작용이 미뤄지고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오히려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어쩌면 잃어버린 10년같은, 시들어가는 이 순간이 아주 길어질수도 있다는 점이 제 개인적인 걱정이자 작은 불만입니다. 물론 이정도에서 사건이 일단락되어 천만 다행입니다 헤헤
내일 아침 세션에서 뵙겠습니다. 참고로 서머타임의 시작으로 내일부터는 매일 서울 밤 10시입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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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s
짤까지 ㅎ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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