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 디지털 기술 혁신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격 :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의미

💌 뉴스레터 38호

🌰 서른 여덟 번째 인디&임팩트는 2023년 5월 2일부터 148일 동안 진행된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을 살펴봅니다! 새로운 계약 안에는 기본급과 건강기금 및 연금 인상 뿐만 아니라 AI 활용 규칙과 스트리밍 플랫폼 배분 문제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불안정 노동이 심화되고 있는 이 시기, 주목할 점이 많은 결과인데요! 놓치지 말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문화 예술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지원을 위해 인디&임팩트도 함께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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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기술 혁신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격 -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의미

2023년 9월 27일(현지 시간) 미국작가조합(WGA) 이사회는 미국영화‧TV제작자동맹(AMPTP)과 맺은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보내며 파업이 종료되었다고 공지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5월 2일부터 148일간 진행되었는데 미국작가조합 역사상 1988년 153일간 지속된 파업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파업이었다. 이후 10월 2일부터 10일 9일까지 새로운 계약 비준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99%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번 작가조합과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의 노사 합의 결과 2023년 9월 25일부터 2026년 5월 1일까지 약 3년 간 새로운 계약이 적용되는데 몇 가지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매년 3%~5% 이상의 기본급 인상

2. 건강기금 및 연금에 대한 부과율 인상 (11.5% → 12%)

3. 팀으로 고용된 경우 개별 작가들은 연금과 건강기금을 일정 제한선 내에서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한 명당 적절상한선까지 받도록 할 것

4. AI의 활용에 관한 규칙

- AI는 문학물을 집필하거나 재집필할 수 없으며, AI가 생성한 자료는 원본 자료로 간주되지 않는다.

- 작가는 글쓰기 서비스를 수행할 때 AI를 사용할 수 있으나 회사는 작가에게 AI 소프트웨어(예: ChatGPT)의 사용을 요구할 수 없다.

- 회사는 작가에게 제공한 자료가 AI에 의해 생성되었거나 AI 생성 자료를 포함하는 경우 작가에게 이를 공개해야 한다.

- 미국작가조합은 AI 훈련을 위해 작가들의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본 계약 또는 기타 법률에 의해 금지되었음을 주장할 권리를 보유한다.

5. 3,0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으로 제작된 스트리밍용 장편 프로젝트의 경우 초기 보상은 최소 100,000달러(현재 기준보다 18% 인상)로 하고 재상영 분배금은 26% 인상한다.

6. 고예산 구독형 VOD 작업의 경우

- 해외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은 전 세계적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해외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 작품 공개 후 첫 90일 동안 서비스 국내 가입자의 20% 이상이 시청한 시리즈 및 영화에 대해 고정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지급한다. 시청 수는 시즌 또는 영화의 국내 스트리밍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시간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제작비가 3천만 달러 이상인 대규모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의 경우 30분 에피소드에 대해 9,031달러, 1시간 에피소드에 대해 16,415달러, 장편물에 대해 40,500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 회사는 기밀 유지 계약에 따라 자체 제작한 고예산 스트리밍 프로그램 (예: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의 국내외 스트리밍 총 시간을 작가조합에 제공하는 데 동의한다. 조합은 정보를 집계된 형태로 회원과 공유할 수 있다.

- 150%의 파일럿 프리미엄과 115% 백업 스크립트 프리미엄을 적용한다.

7.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작업의 경우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포함)

- 고예산 프로그램은 구독형 스트리밍 작업과 같은 기준의 초기 보상 조건과 파일럿 및 백업 스크립트 프리미엄을 적용한다. 또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재사용에 대해 2%의 재상영분배금을 적용한다.

8. 2023년 12월 1일 이후의 작업부터 다음의 최소 고용 인력과 고용 기간 의무를 적용한다.

- (승인 이전) 기획개발의 경우 최소 3명의 작가와 3명의 작가-프로듀서를 10주간 연속으로 고용한다.

- (승인 이후) TV 및 고예산 구독형 VOD 시리즈의 경우 6부작 이하는 최소 3명의 작가와 3명의 작가-프로듀서를, 7~12부작은 최소 5명의 작가와 3명의 작가-프로듀서를, 13부작 이상은 최소 6명의 작가와 3명의 작가-프로듀서를 고용해야 하고 이들은 20주 이상 또는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까지 연속으로 고용해야 한다.

-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만 촬영되는 고예산 구독형 VOD 및 유료 TV용 단일 카메라 시리즈의 경우, 20주 미만 또는 전체 제작 기간 동안 총괄프로듀서와 함께 2명의 작가-프로듀서를 고용해야 한다.

9. 기타 (회사 측 요구)

- 단일 무료 "프로모션"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용 시리즈의 에피소드 수를 2개에서 3개로 늘리는 데 동의한다. 단, 무료 에피소드의 수는 시즌의 25%를 넘지 않도록 제한된다.

- 고예산 구독형VOD용으로 제작된 장편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한 시점부터 최소 40일 이후에 8일 이내의 기간 동안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 회사가 별도의 작가 크레딧 없이 홍보물이나 광고에서 프로젝트의 단독 작가/감독 또는 작가/프로듀서를 "제작자" 또는 "발표자"로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동의한다.

* 지면 상 이번 계약의 모든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미국작가조합이 발표한 요약문을 참조할 것. 

미국작가조합 2023 MBA 요약문

이로써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 헐리우드 파업의 또 다른 핵심인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의 파업이 남아 있다. 7월 13일부터 시작된 배우들의 파업은 그동안 작가조합 파업과 서로 연대하며 할리우드 파업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비준된 미국작가조합의 새로운 계약서에는 작가조합 회원들이 다른 파업을 지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의회에서는 배우들이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Ash Kalra 의원(D-San José)은 스튜디오와 기타 회사가 인공 지능을 사용하여 목소리, 얼굴 및 신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모호한 계약 조항을 배우와 예술가에게 체결할 경우 이를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법안(AB495)을 도입하였다. 본 법안은 소급 적용되며 내년 이후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역사상 처음으로 시각효과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대표권을 갖게 되었다. 2023년 9월 13일 국제연극무대직원연맹(IATSE, 북미 지역의 연극 및 영화, 텔레비전 분야의 제작기술스태프와 무대인력, 다양한 예술가들을 대표하는 노조)는 마블의 VFX노동자들이 미국노동관계이사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LRB)의 투표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며 이제 IATSE에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0월 초에는 디즈니의 시각효과 노동자들도 만장일치의 투표를 통해 IATSE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웹툰작가, 영화배우, 싱어송라이터 등 문화예술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법 개정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은 9월 2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과 노동자들이 교섭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으로 방송사나 OTT, 기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등과 교섭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불안정 노동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파업은 코로나 기간 3년 동안 억눌렸던 사회적 요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출된 본격적인 인간의 반격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공동번영사회의 신질서를 제시하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디지털 공동번영사회에서는 플랫폼과 AI 등의 디지털 혁신기술이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보장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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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지현 

독립미디어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본인과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삶의 조건에 대해 고민과 관심이 많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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