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호] 독소사이어티(Doc Society)를 말하다

10월 4주 (2025)

2025.10.24 | 조회 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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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레터 117호

 

🎞️ 지난 10월, 미디액트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주최로 영국 독소사이어티(Doc Society)에 대해 살펴보는 포럼이 열렸는데요. 📕

🤩 인디&임팩트에서는 포럼 전 진행된 독소사이어티 창립자 2명의 대담을 소개합니다! 👏

🗺️ 20여년 동안 전 세계 75개국, 500편 이상의 독립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지원한 독소사이어티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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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소사이어티(Doc Society)를 말하다

 

🔖 대담 소개 -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독소사이어티는 지난 20여 년간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75개국, 500편 이상의 독립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단순한 펀딩을 넘어 창작자와 동행하는 철학과 전략을 지녔다. 

본 대담은 독소사이어티의 공동 창립자 비디 핀지(Beadie Finzi)맥신 프랭클린(Maxine Franklin)이 미디액트가 사전에 보낸 질문지를 바탕으로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독소사이어티가 걸어온 여정, 운영 철학, 전략적 개입 사례, 그리고 창작자와의 협업 방식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눴다. 

이 대화를 통해 지원에서 동반으로, 펀딩에서 생태계로 나아가는 독소사이어티의 접근 방식이 한국 다큐멘터리 생태계에 주는 함의와 상상력을 함께 살펴보고, 새로운 협력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 대담: 비디 핀지(Beadie Finzi), 맥신 프랭클린(Maxine Franklin)
  • 진행: 미디액트(김명준, 김주현, 김세영)
  • 번역: 강진석(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편집: 김세영(미디액트 창작지원실 팀장)
  • 본 대담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미디액트가 공동 주최한 DMZ DOCS 포럼 자료집에 수록됐으며, 일부 내용은 요약했습니다.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 독소사이어티의 탄생과 철학

 

맥신: 안녕하세요. 저는 맥신 프랭클린(Maxine Franklin)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브릿독(Britdoc)’이라 불렸던 독소사이어티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대표이사 중 한 명입니다.

 

비디:  저 역시 독소사이어티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이전에는 ‘브릿독’으로 불렸고, 그 이전에는 ‘채널4영국다큐멘터리영화재단(Channel 4 British Documentary Film Foundation)’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었죠. 2004년 영국에서 독소사이어티를 구상하고 설계하기 시작했을 당시의 배경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요. 당시 이것이 왜 좋은 아이디어로 여겨졌는지, 우리가 해결하려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맥신: 정말 오래 전 일이군요. 그때는 채널4에서 일할 때였죠. 비디는 당시 영화제작자였고, 우리는 “독립영화 및 비디오” 유닛을 운영했습니다. 우리는 독립 창작자, 신진 창작자를 비롯해 주류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아웃사이더 존(Outsider Zone)”이라는 영역에 있었는데, 우리가 지원하고자 했던 작업들을 완벽하게 묘사한 이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호평과 수상이 뒤따르면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시청률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과장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등장 등으로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독립적인 논픽션 영화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영화제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선댄스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같은 영화제에서 형성된 공동체에 정말 놀랐어요. 당시 영국은 방송사로부터 전액을 지원받는 방식이었고, 여러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국 내의 문화적 동료들과 함께 영국에서 독립 예술과 매체, 독립 다큐멘터리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채널4 밖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채널4 또한 이를 지지했는데, 그들 역시 우리가 그들에게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방송사 내부에 있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채널4와 합의하여 독립 영화제작자들을 지원하는 독립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영국 제작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다가 비전을 확장하여 파트너를 늘리고, 지원 지역을 넓혔습니다. 

 

비디: 채널4는 여전히 재단과 연계하여 참여했죠. 그들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었을까요?

 

맥신: 우리가 그들에게 공적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했습니다. 채널4가 공적 서비스 의무를 이행해야 방송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로의 필요가 합치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매년 협업을 해나갔습니다. 처음 4년간은 1년에 100만 파운드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채널4는 우리가 지원한 모든 작품에게 1파운드라는 상징적인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우선 검토권과 선매권을 확보했습니다. 채널4는 우리 작품들을 많이 소개했고, 덕분에 많은 언론 보도와 찬사를 받았습니다. 작품들 상당수가 국제영화제에 진출했고, 수상 경력도 쌓여갔습니다. 

 

비디:  저도 기억이 나네요. 의원들에게 제출하는 연례 보고서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맥신: 모든 게 다 들어갔죠.

 

비디:  요약하자면, 공영 방송사에 상업화와 기업화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던 시기, 내부의 팀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방송사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하지만 채널4로부터 초기 자금을 지원받아 발판을 마련하고 방송 환경의 외부이자 그 밑바닥에서 새롭고 강력한 공동체를 육성하고 성장시키기 시작했습니다.

 

▲ 굿피치 홈페이지 goodpitch.org
▲ 굿피치 홈페이지 goodpitch.org

 

🔖 실험과 확장: 굿피치, 영화제, 생태계 중심 모델

 

비디: 우리가 협상을 통해 영화를 지원할 수 있는 초기 자금을 확보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잖아요. 곧바로 대규모 영화제를 출범하기로 결정하기로 했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죠. 그 기반이 된 논리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어째서 (더 조용하고, 비용도 들지 않고, 쉬운) 단순한 기금으로 남지 않기로 했는지 말이에요.

 

맥신: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여러 영화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이 분야 자체를 바꾸는 것을 바랐죠. 당시 영국은 방송사가 최종 편집권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작자의 아이이고, 작업입니다. 우리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고 거기에 진정한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동시에 영화만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다른 영화제들처럼 어떻게 그 공동체를 구축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자들이 있었지만,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죠. 어떻게 하면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상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끌어모아 영국 영화 제작자들을 만나게 하고, 방송 이외의 영역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유서 깊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화제를 개최했습니다. 그곳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 기대했죠. 그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할 테니까요. 이전에는 가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거대한 홀 같은 곳도 있었어요. 마치 마법 같았죠. 이 축제의 진정한 목표는 서로 배우는 협력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비디: 그 영화제의 장점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였죠. 사람들을 모으는 다양한 방식을 시험했고, 이전까지 교류한 적이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참여시켰어요. 기존 모델을 깨고 싶었죠. 덜 엘리트주의적이며, 덜 고상하고, 덜 상업적인, 다른 종류의 공간과 에너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3회 브릿독페스티벌(Brit Doc Festival)에서 한 실험 중 하나가 ‘굿피치(Good Pitch)’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후 15년 동안 지속되었어요. 그리고 전 세계 문화기관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발전했죠. 그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지만, 중요한 사례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맥신의 말과 더불어 독소사이어티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각 팀을 지원하고, 그들이 탁월한 아디이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그런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비전을 실현할 팀을 구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활동할 생태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개입 방식,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굿피치’가 지향하는 목표는 두 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정의를 추구하는 실천을 핵심에 두는 것이었습니다. 과도하게 상업적이고 지나치게 개인화되어 수익과 시청률만 추구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논리와는 정반대였죠. 하지만 작품 제작과 배급 과정에 정의를 추구하는 실천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고민 끝에 이 원칙을 바탕으로 일종의 교육 체계,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시민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제작진을 만날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홀로 작업을 이어 온 독립 영화제작자들과 교류하는 조직과 개인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죠. 어쨌든, ‘굿피치’는 브릿독페스티벌에서 비롯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나는 점은 처음부터 몇 가지 핵심 원칙이 도출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개별 영화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것이지요. 급진적인 협업까지 포함해서요. 우리는 이 일을 홀로는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학계부터 활동가, 정부, 기업에 이르는 모든 형태와 종류의 시민사회 단체들로부터 배우고 협력해야 했죠. 우리는 배움에 목 말랐습니다.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고 모두를 연결하고자 했죠. 저는 이것이 우리 조직의 핵심 정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수행한 수많은 작업과 실험의 토대가 된 것이 바로 그 정신입니다.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구조와 운영 방식: 유연성과 안전을 위한 설계

 

비디: 두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첫 번째는 우리의 구조에 관한 것인데, 우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지요. 두 번째 질문은 조직 내부의 문화, 특히 우리가 발전시켜 온 독소사이어티 특유의 문화와 업무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도 민첩성이나 생성적 원칙에 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맥신상당히 큰 이야기인데요. 먼저 조직 구조를 분석해 보지요. 그리고 그 논리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왜 민첩성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지 말이에요.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비영리 유한책임회사(LLC)로 설립되었습니다. 자선단체가 아니라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의도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나 꿈이었죠.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저널리즘 펀드를 시작했을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좋은 의미로 문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영화들을 지원하는 펀드였죠. 당시 우리는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 회사가 우리의 실험을 위한 회사 역할을 했죠. 연구 개발 회사가 되었고, 회사 간의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실험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재단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죠. 이렇게 다양한 회사를 만든 주된 이유는 결국 핵심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대담하고 건강하게 권력에게 진실을 말하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미국 재단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고 사무실을 개소했습니다. 미국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제안하고 진행하며, 현장에서 영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미국에서 글로벌 굿피치와 뉴욕 굿피치를 운영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적 분리가 가능했죠. 즉,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회사들이 남아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시티즌포(Citizenfour)>의 경우 미국과 영국, 유럽 전역에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는데,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었죠. 그 영화로 인해 누군가 우리는 추적하더라도, 다른 기관들이 우리가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보장하는 보호막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우리가 영국에 기부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한 주된 이유였죠. 덕분에 유럽과 영국의 재단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에도 다른 자선 단체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영리 단체와 유한책임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죠. 이렇게 단체들의 집합체를 구성함으로써 악의적인 행위자들로부터 우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부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우리의 작업이 비판의 대상과 최대한 거리를 둘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디: 이런 틀에서 설명해 주시니 정말 흥미롭네요. 안전과 보안은 언제나 우리의 핵심 의제였죠. 하지만 저는 자선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우리도 가장 많은 곳에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가장 많은 곳에 기금을 지원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말이죠. 말그대로 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영화제작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방법이었습니다. 여러 단위로 운영하는 체계는 완전히 의도된 것이며 매우 효과적이었죠.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바꾸지 않을 계획입니다. 맥신이이 말한 것처럼 이 체계는 지난 21년간 우리가 필요했던 유연성과 안정성을 제공해 주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조건들 속에서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맥신: 그리고 우리가 활동하는 맥락 자체가 변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핵심적인 운영은 유지할 수 있게 해주죠. 그것은 바로 현장에서 독립 영화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일인데, 이 부분이 항상 중심입니다.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말입니다. 

 

비디:  현재 독소사이어티 산하 조직에서 일하는 인원은 약 25명입니다. 전 세계 9개국에 팀원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 업무 문화는 매우 독특한데, 의도적으로 설계된 구조입니다. 항상 소규모로 유연하게, 반성적이면서 적응력 있고, 기업가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조직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형적인 계층형 구조가 아닌 수평적 팀을 운영하는데, 각자가 업무를 수행하고 추진할 수 있는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기반으로 동기 부여를 받죠. 

독소사이어티는 매우 특별한 리더십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독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첫 해부터 항상 공동 리더십 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제스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이자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최고 집행위원 역할을 맡았지만, 4명의 창립자들이 법적 재정적 책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요. 다만 지금은 공동 리더가 5명으로 늘어났는데, 2명은 미국에 3명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흔치 않은 구조인데, 우리에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조직을 운영하는 부담과 책임이 한두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5명이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 21년간 언제나 빠르게 움직이고 효과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끊임없이 모든 방향을 검토하고 고민하며, 미디어 생태계 내 변화들을 예측하고 그 흐름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저는 다중 리더십 구조가 그러한 사고방식을 장려하고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2025년 회계연도 기준의 매출 규모를 보면 총 수입은 약 850만 달러였으며, 이 중 약 550만 달러가 영화 및 기타 프로그램에 재투자되었습니다. 인건비로 약 220만 달러를 지출했고, 중앙 조직 운영 비용으로 추가로 80만 달러가 집행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독소사이어티의 규모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사실 우리의 우선순위는 빠른 성장이 아닙니다. 재정적 성장 또한 목표가 아닌데,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입 규모보다는 작업의 효과, 영향력, 도달 범위가 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예산은 매년 처음부터 모아야 합니다. 다년간 지원되는 보조금도 있지만, 그 외 이 정도 기금을 모으는 것은 상당한 활동입니다. 저희 웹사이트에서 후원 파트너를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자선 기금 위주지만 국민 복권처럼 영국 정부를 대신해 관리되는 기금도 있고 종종 기업 브랜드와 협력하기도 합니다. 

 

맥신우리가 성장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는 말에 한 마디 덧붙여도 될까요? 제 생각에 진정한 선물이자 아름다운 점은 파트너 기관 및 자매 기관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자매 기관들과 협력하며 우리의 강점이 반영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큰 기쁨입니다.

 

비디: 맞습니다.

 

맥신그것은 배움의 공유이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정신이었고, 여전히 그 정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를 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누구와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죠. 저에게는 이 모델이 정말로 큰 선물이었습니다.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 독소사이어티 홈페이지 docsociety.org

 

🔖오늘의 독소사이어티: 4대 부서와 미래 비전

 

비디:  그럼 이제 빠르게 넘어가서, 독소사이어티의 네 가지 주요 단위를 설명드릴까 합니다. 저희 웹사이트 ‘변화의 이론(Theory of Change)’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4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국영화협회(BFI) 독소사이어티 펀드’입니다. 영화 펀드이자 영국 다큐멘터리 및 논픽션 커뮤니티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맥신, 기후 변화 부서에 대해서 요약해 주시겠어요?

 

맥신: 약 10년 전 출범한 ‘기후 변화 부서’는 기후 재앙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목도하면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팀은 이제 다른 부서들이 본보기로 삼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기금은 여타 다큐멘터리 지원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제작자들을 지원하고 워크숍을 주최합니다. 뉴욕에서 첫 번째 기후 변화 스토리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죠. 

 

비디:  2019년이었던 것 같아요. 

 

맥신: 기후 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유사한 테마나 아이디어로 작업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예술가들을 모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지를 모색했는데, ‘굿피치’와 유사했습니다. 전 세계 파트너 기관들과 이런 작업을 해왔죠. 

 

비디:  ‘민주주의 부서’는 비교적 신생 부서인데, 여기서도 유사한 모델을 운영합니다. 초기 몇 년은 몇 가지 주제별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지금은 안티-젠더, 빅테크, 극단주의에 대해 탐구하고 서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립 미디어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녀야 하는지가 집중하는 주제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부서는 다소 거창하지만 ‘현장의 미래(the Future of the Field)’입니다. 여기서는 지속가능성, 자금 조달, 미래의 배급 흐름, 실제 자원 해결을 위한 실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분야가 번성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프라와 자원 조달 방법은 무엇일까요? 맥신, 논의 중인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맥신: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 ‘현장의 미래’가 하나의 조직에 의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이것은 모두가 함께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임팩트 프로듀서 연맹(Impact Producers Alliance)의 자매들이 잘 해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이 분야 전체를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임팩트 현장 가이드를 포함하여 안전에 관한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또 미래 아이디어를 찾는 일도 함께 진행합니다. 대부분의 공간에서 공적 서비스 미디어 배급이 존재하지 않거나 쇠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를 모델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모두가 이런 종류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모델을 꾸릴 수 있을까요? 지역 기반의 배급 실험도 생각할 수 있겠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공적 서비스라는 믿음입니다. 작품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이지만, 그 핵심에는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더라도 이런 것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의 관점은 매우 다릅니다. 우리는 관객이 사랑하고,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 작품을 위해 관객층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여러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비디:  아직 두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하나는 국제 협력과 지역 조직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법한 질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작부터 각각의 영화 제작진과 관계를 맺는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모든 취약함, 신경증, 불안, 열정, 고난, 드라마를 함께 겪었죠. 우리는 그들의 동반자이자 동지가 될 수 있을만큼 강한 근육과 넓은 품, 어깨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종류의 동료가 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역량을 동료 문화 기관들로 확장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수년간 협력한 영화제든, 다른 종류의 지원 기관이든 말입니다. 또 다른 진화는 네트워크를 직조하는 이가 되는 법을 이해하고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글로벌 임팩트 프로듀서 그룹이나 독립다큐멘터리국제네트워크(Disco)같은 문화 기관 그룹과 함께 수많은 실무자들을 한데 모으면서, 그것이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접착제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서로에게서 배우고, 함께 실험하는 것을 즐겨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자아를 버리고자 했죠. 우리 자신이 아닌 작업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프로젝트에 접근한다면 아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정말 멀리까지도요. 요즘 제가 엄청난 기쁨을 누리는 부분이 바로 이렇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원하며 돕는 일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고, 우리의 과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함께라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고칠 수 없는 것도 거의 없지요. 저에게 이는 두 가지 의미에서 엄청난 힘의 원천입니다. 원칙이나 접근법에 관해 물어보신다면 저는 단 두 단어로 답합니다. ‘과감한 협력(Radical collabora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말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라고요. 우리가 배운 모든 것, 우리가 맺은 모든 연결까지도요. 만약 돈이 있다면 그 역시 당신들에게 준다고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철학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이 일이 우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함께 일하면서 우리 자신이나 조직을 특별히 우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로벌 조직으로서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이 가능해지죠. 맥신, 어떻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정말 어려운 질문을 할게요. 앞으로의 비전과 과제에 대해, 여기에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일을 해왔고 팀으로서 구조적으로 어떻게 조직되었으며 우리가 선호하고 우선시한 것에 관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은 정말 처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맥신: 정말 흥미롭습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우리가 만든 것을 성찰하는 질문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시기에 말이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런 맥락을 지금껏 경험해 왔음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습니다. 바로 그 경험이 재탄생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가 “실험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할 수 있게 해주었죠. 제 생각엔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우리가 탄생한 계기를 되새기는 것이 다가올 재탄생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모든 것이 쇠퇴하고 있다는 현재의 서사에 완전히 굴복하기가 너무나도 쉽거든요. 실제로 예산도 줄고 사람들이 일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재창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럴 때 독립다큐멘터리국제네트워크(Disco)에 속한 세계 각국의 조직화된 파트너와 자매 기관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정말 하나로 뭉쳐서 무언가에 맞서 싸우는 협동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고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 우리는 거대한 적과 맞서고 있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어,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달라질 것이고, 방향을 전환해야 하고, 수정해야 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요. 우리가 ‘왜’에 대한 기쁨을 잃지 않는 한,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함께 이뤄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21년 동안 함께 일해 온 것이죠.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희가 나눈 말 속에 유용한 내용이 있었기를 바랍니다. 이 대화가 독립 미디어의 미래에 관한 논의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희 역시 여러분의 고민과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분명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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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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