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4호
🌌 지난 11호 뉴스레터에서 예고한대로, 앞으로 3회에 걸쳐 참여적인 뉴미디어의 흐름과 독립미디어의 전략에 대한 Tammy Ko Robinson 교수의 글을 연재할 예정이에요!
그 첫 번째로, 몰입형 미디어에 대한 최신의 논의들과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트랜스미디어, 몰입형 미디어를 둘러싼 창작/산업/정책 분야의 변화를 소개하려고 해요. 👩💻
혹시 지난 11호 뉴스레터의 ‘참여적 '뉴'미디어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 글을 읽기 전에 이전 기사를 먼저 읽는 것을 권합니다~ (위 기사 제목을 클릭하세요! 👇)
📚 목차
1. 들어가며
2. 트랜스미디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3.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1.0, 2.0,… 11.0
4. AR/VR 생태계를 위한 다음 계획은?
📌 필자인 Robinson 교수가 영어로 작성한 원문을 편집자가 번역하면서 주요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을 추가하였다. 원 주석(*)과 구분하기 위해 편집자주(**)로 표시하였다.
[1부] 독립미디어의 몰입형 미디어전략
1. 들어가며
이 글의 주요한 관심은 독립영화와 언론이 다매체를 오가는 스토리텔링인 트랜스미디어와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에 있다. 몰입형 미디어와 다매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AR 등 트랜스미디어 기업들은 다음 세대의 주류미디어, 말하자면 차세대 스트리머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산업중심, 자본 중심의 XR** 정책을 다양하게 펼쳐나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다음 액션 플랜은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
2. 트랜스미디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올해 7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는 '몰입형 논픽션 스토리로 차이 만들기' 라는 토크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 토크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에서 몰입형 논픽션 스토리가 전통적인 스토리텔링보다 더 많은 참여와 사회적 임팩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트랜스미디어 및 XR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부가가치가 있는지를 논의했다. 전 트라이베카 프로그래머이자 이 프로그램의 패널 중 한 명인 잉그리드 콥(Ingrid Kopp)*은 토크쇼를 마무리하며 몰입형 매체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창작자가 스스로 책임을 안고 직접 이 새로운 흐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분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뉴미디어 논픽션 스토리텔링을 다루는 웹진 Immerse**에 다른 사람들이 기고한 글에서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보자. 게임 및 경험 디자이너이자 '창작자를 위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저자인 안드레아 필립스(Andrea Phillips)는 Immerse에 기고한 글에서, 10년 전 트랜스미디어와 대체현실게임(ARG)**에 참여했던 많은 창작자들이 몰입형 내러티브와 인터랙션의 교차 선상에 있는 방 탈출 게임의 인기를 보면서 "어떤 기술도 없는 현실이 (몰입을 위한) 최고의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증강현실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랜스미디어 제작자인 케이틀린 번즈(Caitlin Burns)는 트랜스미디어 기술의 흐름이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성숙해졌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안드레아의 글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트랜스미디어 기술 - 많은 매체를 통해 관객과 연결되고 가닿기 위해 제작 프로덕션에서 적용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 은 예술과 상업 분야에서 성공적인 스토리를 제작하는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만약 이것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분명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3.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1.0, 2.0,… 11.0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대한 투자가 증강현실(AR)로 전환되었다는 이러한 가정을 검토하기 위해 다른 분야를 살펴보자.
2009년, 미국의 미디어 학자인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 전 MIT, 현 USC 교수)는 공개적으로 블로그에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신규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게시했다. 그 당시 그가 밝힌 관심사는 "청년들이 뉴미디어의 행동유도성(affordance)**을 통해 어떻게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배우고 있으며, 이것이 학교, 도서관, 공공기관, 직장, 미국 가정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였다. 만약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트랜스미디어 행위일 수 있다면, 미디어 융합, 참여 문화, 집단 지성의 세 가지 개념의 관계를 밝힌 저서 ‘컨버전스 컬쳐(Convergence Culture)’(2006)의 논의를 확장시킨 이 작업의 제작자는 맥아더 재단의 디지털 미디어 & 학습 이니셔티브(2004-2017)이며 장소는 디지털 미디어 및 학습 컨퍼런스(2009-2017)라 할 수 있다.
2017년 동일 과목의 강의계획서에는 위에서 소개한 Immerse에서 진행된 트랜스미디어 논쟁이 필독자료로 올라가 있다. 이 시점에서 젠킨스는 트랜스미디어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아닌지에 초점을 맞춘 버전 1.0 또는 버전 2.0의 토론을 넘어서, '트랜스미디어가 속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기술로서 놀이, 멀티태스킹, 집단 지성 등 12가지의 뉴미디어 리터러시'**를 정립하고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 이후로 이러한 뉴미디어 리터러시(NML)에 대해, 디지털 미디어 도구의 네 가지 특징(절차적, 참여적, 백과사전적, 공간적)을 개념화한 Janet H. Murray를 포함하여 많은 통찰력 있는 글들이 발표되었는데, 무엇보다 융합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융합 문화의 참여적 지식 생산 및 경험 공유 활동은 기존 내러티브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데 기여했는데, 예를 들어 팬들의 활동은, 상업적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참여하는 등 이런 융합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을 중심으로 플랫폼에 대한 인식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참여적 차이나타운’과 같은 맥아더 재단(MacArthur Foundation) 기금*으로 운영되는 다른 모델의 사례도 있다는 것을 살펴보는 게 의미 있을 것이다.
앞서 웹진 Immerse에서 필립스가 지적했던 바대로 2012년은 미국 미디어지형에서 테크놀로지, 몰입형 서사, 인터랙션의 교차 면에서 가장 활발했던 시기인데, 오락영화와 픽션을 제외한다면 ‘참여적 차이나타운’ 프로젝트가 이 흐름의 가장 선두에 있었다. '참여적 차이나타운'은 위치 기반 미디어 및 공동창작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제작하여, 도시 계획과 예산 책정 과정에 시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릭 고든의 초기작업 중 하나이다. 에머슨 칼리지는 2009-2010년 기금 지원을 받아, 보스턴 시, 메트로폴리탄 지역계획위원회, 아시아 공동체 개발 코퍼레이션, 게임 개발자 마지 레인과 함께, 보스턴의 차이나타운 이웃 주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협력했다. 이 프로젝트는 셰리 아른스타인(Sherry Arnstein)의 시민참여 이론과 파블로 후엘구에라(Pablo Huelguera)의 사회참여 이론이 식별한 참여적 미디어의 잠재력을 실현시켰다. 참여적 행동연구 및 시민참여, 협업 및 공동제작 참여, 집단지성은 이웃과 도시의 서사를 변화시키는 참여적 시스템 설계에 적용되었고, 음식이 부족한 곳에 공동체 가든을 세우고, 철거 위기 지역에 주거권 논의를 촉발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만약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죽지 않았고, 대신에 성숙해졌다는 번즈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독립 뉴스저널인 프로퍼블리카와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이 공동으로 제작한 ‘Lost Mothers: 미국에서 산모 사망률’이라는 뉴스 시리즈*는 또 다른 정점에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뉴스 제작에서 사용자 참여 콘텐츠를 활용하는 다른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Lost Mothers(잃어버린 어머니) 프로젝트는 SEO(검색 엔진 최적화)와 참여저널리즘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례이다. 2017년에는 "출산 과정에서의 산모사망의 원인이 뭔지, 누가, 어디서, 왜 죽는지"에 대한 인터넷 검색 결과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공공 정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아드리아나 갈라르도(Adriana Gallardo)는 대시민 활동을 조직하여, 2016년 한 해 동안 출산을 하다가 사망한 여성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생존자(어머니, 가족 구성원, 친구)와 의료진의 응답을 모집했고, 2017년 12월까지 200개의 스토리가 수합되었다.
또한, Lost Mothers는 트랜스미디어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사례인데, 인종에 따른 모성 건강의 격차로 인한 공중 보건 위기 문제를, 소셜 미디어, 라디오 콘텐츠, 사설과 인터랙티브 뉴스 등 다매체로 구성하여 보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9년 텍사스(복스, 텍사스 트리뷴 언론도 참여)부터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뉴욕 외곽에서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취재가 이뤄지며 언론의 기존 보도 관행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뉴저지, 펜실베니아, 플로리다와 그 밖의 주에 신설된 산모사망률심의위원회에서도 이 보도를 인용하는 등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4. AR/VR 생태계를 위한 다음 계획은?
다음 연재 기사에서 뉴미디어의 행동유도성(affordance) 및 디지털 도구, 트랜스미디어 구성, 임팩트 프로덕션 및 디자인 정의에 대한 담론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리터러시와 사회적 비판/이론에 대한 질문은 팬덤 연구라는 문화연구 내 더 오래된 학술적 맥락 하에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특히 전후 영국에서 생겨난 버밍엄 현대문화연구센터 그리고 신좌파 및 페미니스트 비평가들과 연결될 수 있는 현상인데, 이들은 미국 문화의 새로운 부상과 함께 인종주의적인 영국 제국주의의 잔재가 대물림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함께 대응했다. 헨리 젠킨스가 '개인 서사를 통한 디지털과 미디어리터러시의 뿌리탐구'에서 문맥화한 것처럼, "문화 연구는 이론이고 미디어 리터러시는 실천”이라는 말 속에 이 담론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2016, p.138)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 지점을 기억해야 하는데, 첫째는 이 흐름이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서 트랜스미디어가 등장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디어와 문화산업, 교육, 그리고 우리의 정치와 시민의 삶 전반에서의 미디어 생산이 가진 변혁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드러낸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모든 곳에서, - 대학, 박물관, 영화제, 스튜디오, 그리고 창작자/영화 제작자/언론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정, 지역공동체 기반 조직, 네트워크 조직에서) - 점차 명확하게 드러났다.
공공 역사학자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올루수가(David Olusuga)는 2020년 에든버러 국제 텔레비전 페스티벌의 맥태거트 강연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인종 차별과 맞닥뜨린 경험을 이야기하고, 독립 제작사와 방송사 양 쪽 모두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하기를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후 올루수가는 후속 작업으로 2022년 셰필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영국 전역의 15개 마을에서 진행되는 몰입형 투어인 ‘Storytrails’를 선보였다. AR과 VR을 활용하여 지역의 역사를 탐험하는 이번 투어 프로그램은 7월에 오마에서 시작되었고 올해 9월에 루이셤 지역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몰입형 투어 ‘Storytrails’가 시작될 무렵, 유럽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산업연합(AR/VR Industrial Coalition)은 유럽의 VR/AR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합은 유럽위원회의 미디어 및 오디오비주얼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유럽 VR/AR 이해관계자와 정책 입안자 간의 논의를 위한 플랫폼이다. 보고서에 실린 정책 우선 순위와 구체적인 프로그램에는 비디오 게임, 데이터 시각화, 문화 유산 경험, 몰입형 스토리텔링, 볼류메트릭 캡처기술, 프로덕션 워크플로우, 메타휴먼 활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전환은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독립영화 제작자와 언론인, 마을미디어, 그리고 영화/미디어 정책 연구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의 다음 계획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필자] tammy ko Robinson
Emergent Media, 한양대학교 교수
🌈 [번역] 권세미
연극, 공동체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오다 현재는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뉴미디어로 영역 확장을 위한 도움닫기 중이다.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2주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여러분께 찾아갈 예정입니다.
- [동향] 독립 미디어 분야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이나 정보
- [이슈] 독립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의제나 이슈, 자료 브리핑
- [기획연재] 미디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연재나 열린 간담회 자리 등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