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호] 인디&임팩트 미디어를 찾아서

8월 넷째주(2022)

2022.08.26 | 조회 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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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앤임팩트 미디어 뉴스레터

국내외 독립미디어 동향과 의제 브리핑

💌 i&i 뉴스레터 15호

🎇인디&임팩트 미디어를 채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15호는 미디어 활동가의 이야기와 50주년을 맞은 미국의 미디어센터, 그리고 청소년 활동가의 다큐멘터리를 모았습니다! 

🍃투쟁 현장을 기록하고 엮어내는 미디어 활동에 조건 없는 지원을 10년 동안 이어온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설립 50주년을 맞은 미국 뉴욕의 미디어센터 DCTV제작, 교육, 상영 활동, 세계 청소년 활동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4편을 소개합니다.

🥬활동가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며, 인디&임팩트 미디어 뉴스레터도 건강하게 활동하겠습니다! 🙂

🌊잠깐! '쉼'은 잘 챙기고 계신가요? 만사 떨치고 휴식부터 챙겨봅시다! 안 되면 예약이라도! 지금, 당장, 롸잇 나우! 🪐


📚 목록   

  1.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의 멀리뛰기를 응원해주세요!
  2. 5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어센터, 미국 뉴욕 DCTV 
  3. 선물보다 동료가 필요하다 -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

 

#1.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의 멀리뛰기를 응원해주세요! 

 

  “투쟁하는 이들의 곁에서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곁을 떠나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들이 모였습니다. 2009년 4월, 기륭전자 비정규 투쟁에 함께하던 영상활동가 김천석님과 2011년 6월, 이주 노동자, 빈민 투쟁 등에 연대하던 영상활동가 이상현님의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현카를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세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해 사람들은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 곁에 미디어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은 민중들이 있는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대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후원 CMS 소개 중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2012년부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대한문 투쟁을 기록하며 <대한문에서 만나> 영상팀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2013년 6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하 현카)’의 첫 번째 지원을 받았다. 그 땐 이 지원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리고 얼마나 길고 촘촘한 인연으로 연결될지 알지 못했다. 추도식과 시상식이 뒤섞여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석 모란공원에서 함께 자리를 펴고 밥을 나누어 먹던 그 시간들이 참 따스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따스함 때문인지 몰라도 어느새 나는 현카 집행위원이 되어있었다. 그간 집행위원으로서 뭘 했냐고 물어보면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추도식 상차림에서 삼색 나물을 무치고 볶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집안 제사도 나 몰라라 하는 내가 생전에 따로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해 추도식 음식을 준비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정성을 들여서 말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 생각의 끝에 ‘그것이 현카’라고 말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 직접 이야기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당신들의 활동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왜 기억해야 하는지 말하고 싶었기에 나는 정성을 다해 추도식 음식을 준비했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엔 모순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이 있고, 그 곁에서 카메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에게 현카는 담대하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는 조금은 무거운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하려 했던 것 같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년의 시간
2012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발족식 및 상영회
2013  첫 번째 제작 지원 모란공원에서 시상
2017  다섯 번째 지원 사업부터 '활동 지원' 시작
2018  미디어 활동가로 지원 대상 확대
         인천다큐포트-녹색병원-미디액트-현카 미디어 활동가 건강검진
2020  현카 제작 지원작 온라인 상영회
2021  현카가 주목하는 '응원상' 신설, 취지에 맞는 활동가를 찾아 지원
         익천문화재단 길동무-현카 예술창작기금 지원 협약
         DMZ국제다큐영화제-녹색병원-미디액트-현카 미디어 활동가 건강검진
2022  열 번째 제작지원 시상과 '미디어 활동가 기억의 날' 모란공원에서 진행
         10주년 집담회 ‘멀리뛰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진행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 '멀리뛰기'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 '멀리뛰기'

  누군가의 죽음이 살아있는 이들을 한걸음 앞으로 내딛게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잔인하다. 때로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현카의 10년은 먼저 떠난 이들의 삶과 뜻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굳건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활동가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자의 쌈짓돈을 묵묵히 보내준 이들 덕분에 현카는 기적 같은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건강 검진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인천다큐포트, DMZ국제다큐영화제, 미디액트, 녹색병원의 기꺼운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제작 지원 및 활동 지원 사업과 함께 미디어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현카의 활동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팬데믹 시기 모든 이들의 활동의 폭이 좁아진 상황 속에서 그간의 현카 지원작들로 온라인 상영회를 진행했고, 퇴근 후 거실 TV에서,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주야 교대하는 회사의 탈의실에서 현카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현장 미디어 활동의 결과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상영 및 배급에 대한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현카 활동이 멀리 뛰기 위한 도움 닫기의 10년이었다면 이젠 발을 굴러 멀리 뛰어야 할 차례다. 지난 10주년 집담회의 마지막 발언 일부를 옮기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멀리뛰기를 시도하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에 많은 응원을 바란다.

 

“현카 10년의 시간은 현장이 어디인지, 미디어 활동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아주 작은 깃발을 들고 팔랑이며 서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큰 깃발을 들겠다는 말보다는 작은 깃발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현카 100년이 되겠습니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각자의 깃발을 세우고 아프지 않고, 굳건하게 활동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22.6. 현카 10주년 집담회 '멀리뛰기' 발언 중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후원 계좌 🥦

하나은행 376-910028-54304

 

관련 사이트

[ACT! 131호] 미디어 활동가의 처지는 10년 전보다 나아졌을까? - 현카 집담회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글쓴이 하샛별

열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주로 일터 밖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 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불린다. 어쩌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2. 5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어센터, 미국 뉴욕 DCTV - 교육, 제작, 상영이 어우러지는 시민의 공간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에 위치한 DCTV(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는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어센터다. 나는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미디액트의 스탭으로 미디어 공공성 확장과 독립영화 및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멀리 있는 미국의 미디어센터인 DCTV의 50주년은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와는 무관할 것 같지만 DCTV와의 인연은 한국의 독립영화와 미디어 활동과도 닿아있었다. 미디액트를 시작하던 2002년 당시 세계 각국의 미디어센터와 퍼플릭액세스 사례 등을 연구할 때에 DCTV는 주요 참조 사례가 되었다.

  또한 한국의 독립영화와 미디어 운동의 국제 연대에 많은 지원 역할을 했으며 기지촌 여성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방의 여인들>을 연출한 바 있는 박혜정 활동가는 한때 DCTV에서 주요 스탭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DCTV가 어떻게 50년 간 미디어센터를 운영해올 수 있었으며, 현재 어떤 모습으로 시민의 곁에 자리 잡았는지 들여다보자. 🎉

▲ DCTV 창립자 존 앨퍼트(Jon Alpert) 와 게이코 츠노(Keiko Tsuno) (출처: dctvny.org/s/)
▲ DCTV 창립자 존 앨퍼트(Jon Alpert) 와 게이코 츠노(Keiko Tsuno) (출처: dctvny.org/s/)

 

🌱DCTV 설립 역사와 취지

  DCTV는 1972년 부부 다큐멘터리 감독인 존 앨퍼트(Jon Alpert) 와 게이코 츠노(Keiko Tsuno)가 설립하였다.

  센터 설립 이전인 1970년, 그들은 공동체 활동가로서 차이나타운의 부패한 학교 이사회를 축출하기 위해 흑백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고발하는 비디오를 제작하였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패한 교육청 인사가 해고되었고, 공동체 조직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달성하는 미디어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비디오를 활용해 의료와 주택 서비스 및 노동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차이나타운 공원이나 거리 모퉁이 등에서 시민들이 영어를 배우고, 지하철을 타고, 치과에 가는 것 등을 돕기 위해 다양한 언어로 비디오를 보여줬다.

  존 앨퍼트와 게이코 츠노는 영화를 배운 적은 없었으나, 뉴욕의 카날 스트리트(Canal Street)에 있는 츠노의 집에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972년 뉴욕시의 문화부는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되어 방문하였고, 감동을 받은 문화부 직원은 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DCTV는 비영리단체 등록과 함께 영화 제작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촉진, 정보 제공, 권리 증진' 등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DCTV 의 미션

- 다양한 시민들이 미디어교육을 이용하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독려
- 미디어를 활용해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 이해와 관용을 증진
- 회원과 직원 모두를 위한 협력적 공간 제공
- 공동체에 기여할 영화 제작자 공동체 구축
- 지역 청년들에게 교육과 참여 기회를 제공

출처: dctvny.org/s/about

🚒50년의 시간, 성공의 비결

  시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로 숨통을 조이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DCTV는 어떻게 50년이라는 세월을 지내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DCTV의 거처에 있다. 앨퍼트는 당시 거의 버려져 있던, 1895년에 지어진 소방서 건물을 발견했다. 그 건물의 2층을 한 달에 500달러에 임대했고 1978년에 그곳으로 공간을 옮겼다. 그러면서 교육을 더 많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건물 전체를 구입해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 미국 뉴욕 DCTV (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 건물
▲ 미국 뉴욕 DCTV (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 건물


  DCTV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미국의 방송 채널 PBS, NBC, HBO 등에 액세스하면서 수익을 얻었다. 

  최초로 독립적으로 제작된 컬러 다큐멘터리인 <Cuba: People in 1974>를 시작으로 미국의 공영 방송 PBS에 지속적으로 액세스했다. 당시 방송사들이 필름이 아닌 컬러 비디오를 요구함에 따라 츠노가 일본을 통해 구한 최신 비디오 장비로 작품들을 계속해서 액세스할 수 있었다. 그렇게 PBS에서 5부작 다큐멘터리 <Cuba: People>을 방영했고, 그 중 뉴욕 병원의 빈부에 따른 의료 격차를 다룬 <Your Money or Your Life> 방영 이후에는 뉴욕시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그러다 방송사 NBC의 공간이 열리게 되었다. 앨버트와 츠노는 1977년에 이미 베트남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했었다. 그들은 베트남과 중국 간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비자를 신청했는데, 이는 당시 6개월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자를 받던 날 전쟁이 발발하였고, 그들은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제작팀이 되었다. 이를 알게 된 NBC가 제작 계약을 제안했고, 베트남의 비협조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캄보디아에 들어가 킬링 필드까지 촬영했다. 이후에도 여러 전쟁 지역을 계속 취재하면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HBO와의 관계는 1989년 마약 중독 범죄자 3명의 초상화인 <One Year in the Life of Crime>에서 시작되었다. 그러한 HBO와 DCTV의 협력 관계 속에서, 앨버트는 1998년과 2020년에 걸쳐 <Life of Crime 1984–2020>을 제작했다.

  현재 앨버트와 츠노는 DCTV의 공동 집행 이사로 재직 중이며, 현재까지 16개의 에미상을 함께 수상했다.

 

📹현재 DCTV의 운영과 활동

 

  DCTV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제작, 미디어 교육, 공간 대여와 더불어, 최근 새롭게 극장을 열고, 다큐멘터리 상영 프로그램 운영과 극장 대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DCTV의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자.

  DCTV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들(DCTV Documentaries)은 매년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다가갔고, 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 17개의 내셔널에미상, 4개의 듀폰-컬럼비아상 및 기타 텔레비전 분야의 모든 주요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 OTT를 통해 볼 수 있는 DCTV의 최근작은 <쿠바와 카메라맨>(넷플릭스), <온 포인트>(국내 제목<토슈즈>)(디즈니플러스) 등이  있다.

  미디어교육은 크게 청소년 미디어(Youth Media)와 워크숍(Workshops)으로 나뉜다. 

  청소년 미디어는 뉴욕의 영화 지망생을 위한 무료 미디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뉴욕 청소년과 청년(13~24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프로그램은 항상 무료이며 경험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5개 자치구의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영화 제작에 대해 배우고 독창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도 학생들은 멘토링과 대학 진로 상담, 미디어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 받는다.

  워크숍은 제작 과정을 기준으로 크게 제작(Producing), 프로덕션(Production),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으로 나눠 진행된다. 독립영화 제작자가 최신 기술을 숙지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미디어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본 비디오 제작에서 고급 편집 및 모션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영화 제작 및 미디어 아트의 모든 분야의 실습 워크숍을 매년 150개 이상의 저렴하게 제공한다. 때문에 DCTV는 모든 사람에게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독특한 교육 시설이다.

  또한 DCTV는 다목적 공간을 시민들이 대여(Space Rentals)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여 가능한 공간은 맨 꼭대기에 있는 스튜디오와 사진관, 1층의 공연장 등이다. 공연, 강의, 리허설, 상영, 모금 행사 등을 할 수 있으며, 공간 대부분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다.

  오는 9월 23일에는 DCTV 내에 극장 파이어하우스 시네마(Firehouse Cinema)를 개관한다. 67석의 단일 스크린, 4K 프로젝션, 7.1 서라운드 사운드 및 전 세계 관객을 연결하는 양방향 기능을 갖췄으며, 시설 개편을 뉴욕시가 지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DCTV의 설립 초기에 다큐멘터리 제작과 상영은 지역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DCTV는 파이어하우스시네마가 초기 설립 정신의 연장선이라고 밝히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력하고 상업적인 문화를 전환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다큐멘터리 중심 극장이 되는 것이다.

 

교육, 제작, 상영이 어우러지는 시민의 공간

  DCTV의 50년과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꼈다. 지역사회를 바꾸는 미디어의 힘과 그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 그것에 대한 공적 지원의 조화가 있었기에 오늘날 교육, 제작, 상영까지 아우르는 미디어센터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교육, 제작, 상영 이 세 가지를 같이 꾸려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완벽하게 미디어의 힘을 발현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닐까? DCTV는 공적 지원과 유통 배급을 통한 자체 자원 마련의 중요성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의 출발은 앨퍼트와 츠노의 활동이었지만, 활동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공적 지원과 다큐멘터리 유통 배급, 그리고 참여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DCTV가 5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을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액세스해내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통 배급되는 과정이 한국사회에서도 상식적 정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DCTV 홈페이지

DCTV Celebrates 50 Years of Media Activism and Training

Documentary Film Lovers, Here’s a New Theater Just for You

 

🍃글쓴이. 김세영

다큐멘터리스트 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근무하며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만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영화 안팎에서 펼쳐지는 불꽃을 사랑한다. 🎇

 


#3. 선물보다 동료가 필요하다 –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활동으로 세상을 바꾸어 온 어린이, 청소년, 청년의 존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아래 소개할 다큐멘터리는 나중이 아닌 지금, 어딘가가 아닌 여기에서, 누군가가 아닌 내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투쟁하는 청소년/청년들의 이야기다.

 

🌏<Make The World Greta Again>

▲<Make The World Greta Again>(Grant Armour, Milene Larsson | 다큐멘터리 | 34분 | 영국 | 2019)
▲<Make The World Greta Again>(Grant Armour, Milene Larsson | 다큐멘터리 | 34분 | 영국 | 2019)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다. 2018년 8월부터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그레타 툰베리가 일으킨 불씨는 전 세계 수십 만의 학생들에게 옮겨 붙어 거대한 청소년들의 기후 행동으로 타오르고 있다. 영화는 그 불꽃을 따라간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의 결석시위를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School Strike for Climate'이라고 표현하듯이, 이는 노동자의 파업(strike)과 유사하다. 사회 속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 사회의 일부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이 마땅한 권리이듯이 이 영화의 청소년들 또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학교를 박차고 나올 권리, 파업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청소년들의 기후 행동에 대한 응원의 기저에는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섰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 현실이다. 이 영화를 통해 학교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Make the World Greta Again 보러 가기 (Youtube)

 

🌳<Youth v Gov> 청소년 v 정부 : 기후 정의를 외치다

▲<Youth v Gov>(Christi Cooper | 다큐멘터리 | 110분 | 미국 | 2020)
▲<Youth v Gov>(Christi Cooper | 다큐멘터리 | 110분 | 미국 | 2020)

  기후 위기를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제기하는 청소년 원고단, 영화 <Youth v Gov>는 나의 미래를 ‘대신’ 바꿔주기를 거부하고,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투쟁하는 청소년들과 동행한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아이들을 대신해 일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미래세대를 위협하는 가장 큰 난관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오바마의 연설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오바마 행정부가 국유지를 개방해 가스와 석유를 생산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임을 자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한 입으로 두말따위의 비유를 붙일 필요도 없이, 이는 누가 대신해주는 정치의 본질이다.

  이제껏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활용해온 ‘미래 세대’라는 표현은 청소년들이 현재 문제에 개입할 권한을 가지는 게 아니라 미래의 사회를 책임지는 것만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여겨지게 만들었다. 영화 <Youth v gov>는 유예되어 왔던 청소년 당사자의 주권을 표출함으로 인해 그들이 진정 삶의 무대로 올라서는 여정이다.

Youth v Gov 보러 가기 (Netflix)


👏<Dear Future Children> 미래의 아이들에게

▲<Dear Future Children>(Christi Cooper | 다큐멘터리 | 110분 | 미국 | 2020)
▲<Dear Future Children>(Christi Cooper | 다큐멘터리 | 110분 | 미국 | 2020)

  독재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민영화와 부의 격차, 신자유주의적인 정치 제도에 맞서 투쟁하는 칠레의 활동가 라옌, 기후 위기의 최대 희생양은 제 3세계 국가임을 알리며, 초국적 기업에 저항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우간다 지부 힐다, ‘광복 홍콩 시대 혁명!’ 저항은 곧 처벌이라는 권력을 거부하고 홍콩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서 싸우는 페퍼, <Dear Future Children>은 세계 곳곳에서 팽팽하게 버텨내고 있는 변화의 줄다리기와 그 최전선에 있는 3명의 청소년/청년 활동가들을 보여준다.

  이제 ‘586’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어떤 세대들은, 때때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싸워온 것이 자신들 밖에 없다고 착각하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청소년의 투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언제나 함께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그러나 그들을 대하는 여전한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언제나 어른들의 운동에 기대어 부록처럼 소개되어져 왔을 뿐이다.

  작년 신자유주의의 무덤을 선언한 사회주의자 대통령이 탄생한 칠레, 고무적으로 5만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화요일>을 결성한 우간다, 인구 3분의 1, 사상 초유의 민중 총궐기를 통해 입법회를 중단시켰던 홍콩. <Dear Future Children>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도처의 투쟁을 떠올릴 때, 그곳에 청소년의 모습이 있었던가를 돌아보게 했다.

Dear Future Children 보기 (Dbox)

 

🌟Us Kids 

▲<Us Kids>(Franz Böhm | 다큐멘터리 | 89분 | 독일 | 2021)
▲<Us Kids>(Franz Böhm | 다큐멘터리 | 89분 | 독일 | 2021)

  미국은 총기 사건으로 매일 약 30명의 사람들이 사망한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미국총기협회는 정치인들에 대한 엄청난 금액의 로비를 통해 총기 규제를 가로막아왔다. 연이어 학교 내 구성원들을 향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무력하게 친구들을 잃은 생존 학생들이 총구보다 더 뜨거운 싸움을 시작한다.

 “앉아 있으라고, 조용히 하라고, 네 차례를 기다리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고합니다. 혁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화 속의 청소년들이 선출된 권력을 향해 당당히 선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비교적 폭넓게 참정권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도 2019년 이후에 선거권·피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되어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법정 대리인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전국 교육청에 학생의 선거운동은 학교장의 동의 하에만 가능하다는 공문을 하달하는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Us Kids>를 통해 싸우는 청소년들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 어린 시민에 대한 어떤 인식과 권리를 갖추어나가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Us Kids 보기 (UsKidsFilm)

 

  전 세계적 청소년 기후 행동이 촉발된 이후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투쟁의 당사자로서 어느 때보다 우뚝 선 지금, 모두가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을 계속해서 대상으로 바라볼 것인지, 함께 싸우는 동지로서 손잡을 것인지.

 

🥟 글쓴이. 이수경 

이것저것 활동을 하다가 실무 말고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겨버렸다(큰일). 요즘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먹고 살기>를 실험 중이다. 🌿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2주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여러분께 찾아갈 예정입니다.

  • [동향] 독립 미디어 분야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이나 정보
  • [이슈] 독립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의제나 이슈, 자료 브리핑
  • [기획연재] 미디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연재나 열린 간담회 자리 등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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