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84호
🎫 지난 4월 정부의 ‘극장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발표’ 반대 성명을 계기로 20여개 영화 단체가 모여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를 발족했는데요.
🚩 영화계는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다각화와 장기적으로 안정된 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지만, 영화 현장과의 소통 없이 2025년 정부의 영화 예산안이 발표되었고 영화발전기금 수입계획안에는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반영되었습니다.
🎞️ <영화인연대>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한국 영화의 자양분으로서 영화발전기금이 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서울독립영화제와 공동으로 정책포럼 <한국 영화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 영화발전기금과 거버넌스 발전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 올해 마지막 인디&임팩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영화계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포럼 내용을 소개할게요. 영화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모든 분들께 차가운 겨울날, 뜨거웠던 논의의 장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
[서울독립영화제-영화인연대 2024 정책포럼]
한국 영화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 영화발전기금과 거버넌스 발전 전략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첫 번째 토크포럼 <2024 독립영화, TALK TO NOW>에 이어 12월 4일 CGV압구정 4관에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 정책포럼은 <한국 영화 미래를 위한 시나리오, 영화 발전 기금과 거버넌스 발전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세 가지의 굵직한 주제들이 얘기되었다. 다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이슈임에도 하나의 포럼 안에서 한정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아쉽게도 느껴졌다.
이날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최낙용 대표가 사회를 맡아 포럼을 진행했다.
“여전히 내년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올해 4월 영화인들로 이루어진 '영화산업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결성됐다. 내년부터 부과금이 폐지되면 서울독립영화제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제의 예산이 사라지는 위기가 올 수 있다.”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표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한국 영화의 자양분으로 영화발전기금이 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영화산업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발족 이후 영화계 내 주요 의제와 쟁점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공통의 인식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연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 포럼을 통해서는 그동안 짚어왔던 현안에서 나아가 한국 영화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함께 상상해야 할 구체적 발전 전략과 영화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영화 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재원 다각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 <영화발전기금 설계의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박관수 부대표, <민·관 협력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 공공기금 설계 방향>이라는 주제를 맡은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1.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재원 다각화 방안
먼저 원승환 관장은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과 기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을 위해 촘촘하게 국가의 재정 종류와 예산과 기금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영화발전기금이 어디로부터 오는 돈인지, 기금의 개요와 역사, 기금의 용도에 관해 설명했다.
문화예술 예산과 영화발전기금의 구조
문화예술 예산은 일반회계 예산과 특별회계 예산으로 나뉘며, 이 두 가지는 각각의 목적에 따라 운영된다.
- 일반회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거둔 세금을 기반으로 편성되며,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각 부처의 예산안에 따라 집행된다.
- 특별회계: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둔 세금을 기반으로 편성되며, 해당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예산안은 각 부처가 초안을 작성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한다. 이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무회의 의결, 국회 심의 및 본회의 확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집행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예산은 승인된 항목 외의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없으며, 부족하거나 남더라도 재조정이 어렵다. 또한, 해당 회계연도(1월 1일부터 12월 31일) 내에 반드시 사용되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의 역할과 자율성
영화발전기금은 일반 세금이 아닌 조세 외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별기금이다. 이는 영화 입장권에 부과되는 입장권 부과금을 통해 조성된다. 입장권 부과금은 티켓 가격의 약 3%로, 관람객 한 명당 약 500원의 금액이 기금으로 적립된다. 기금은 예산과 비교해 자율성이 더 보장되는 구조로, 영화산업 진흥과 제작 지원, 국제 영화제 운영 등 영비법에서 정한 기금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입장권 부과금 폐지 관련 정부 발표가 이어지며, 영화발전기금의 운용과 자율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예술 예산과 영화발전기금은 각각 운영 방식과 목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재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입장권 부과금의 폐지와 같은 변화는 기금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정부와 영화계가 기금의 효율적 운용과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영화발전기금의 용도는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발전기금의 경우, 실제로 걷히는 금액은 영화 상영이 잘될 때는 500억 원까지 도달했지만, 현재는 약 250억 원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실질적인 지출은 약 75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재정 불균형 속에서도 정부는 영화발전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실제로 이 글을 쓰는 시점인 12월 11일,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될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500억 원은 어디서 충당될 수 있을까?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다각화를 강조한 원승환 관장은 이를 뒷받침할 사례로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제시하며, 새로운 재원 확보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정부 출연금, 기부금품, 기금 운용 수익금, 건축주의 출연금 등으로 조성되며, 특히 건축주가 공공 미술품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납부하는 출연금을 통해 현장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진흥기금은 정부와 민간 출연금, 복권기금 등으로 구성되며, 특히 복권기금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원으로 과학기술 연구와 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원 관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영화발전기금 역시 안정적이고 유연한 운영을 가능케 할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재원이지만, 현재 수입 감소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논의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과 같은 다각적 재원 모델을 참고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기금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 안정화를 위한 복권기금법 및 영화비디오법 개정 논의
놀랍게도 복권기금은 과학기술 진흥뿐만 아니라 영화진흥기금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도 배분된다. 그러나 이 경우, “영화발전기금의 본래 용도가 아니라 복권기금의 용도에 맞춰 소외계층이나 장애인 복지 부문에 기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원승환 관장은 지적했다.
이에 그는 복권기금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복권기금법 개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복권기금법의 제3항 문화예술진흥사업 조항을 삭제하고, 이를 제1항으로 옮겨 주요 분배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또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영화발전기금'을 복권기금의 공식 분배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원 관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기부금품을 받을 수 있는 법정 단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문회예술진흥위원회와 같이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기부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비디오법 개정과 복권기금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금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 영화관과 OTT, 그리고 숏폼 콘텐츠의 부상 : 새로운 영화 지원 패러다임
다음으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박관수 부대표는 발표 제목 <영화발전기금 설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에서 중요한 단어는 “상상력을 꼽고 싶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박 PD는 제작자답게 영화 관객 분석을 통해 영화 소비 시장의 변화 양상에 관한 이야기를 서두에 꺼냈다.
“한국 영화 시장은 연간 네 번의 대목이 있다. 연초, 설날, 여름방학, 추석이다. 그 외의 기간에는 관객이 많지 않다. 배급사들은 주차 별 관객 추이를 예상해 표로 만든다. 지난 20년간의 기록이 있으므로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봄>(2023)과 <파묘>(2024)의 경우가 항상성을 깨는 추이를 보여주며 2020년 이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겨울왕국>(2019)처럼 영화가 개봉한 후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것이 보편적이나, 코로나 이후 개봉한 <엘리멘탈>(2023) 개봉 이후 뒤로 갈수록 관객이 증가한다는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개봉 시점에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다는 법칙이 있었으나, 최근 관객 관람 경향은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보지 않고 재밌다는 반응을 확인한 후 3, 4주 차에 극장을 가장 많이 찾는 경향을 보인다.”
작년에 개봉한 <‘슬램덩크’ 주차별 관람객 비중∙연령별 티켓 비중> 데이터를 통해 연령별 분포에 따라 이런 경향성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30대-40대의 경우 기존 개봉일을 정점으로 관람 인원이 서서히 줄어든다면, 20대 관객의 경우 어느 정도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후 극장을 찾아 서서히 뒤로 갈수록 관람인원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인구 분포상 우리나라 인구는 40대-50대가 가장 많지만, 극장 관객의 경우 20대가 거의 이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극장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환경적인 배경은 코비드19에서 시작되었다. 극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과 OTT의 부상, 그러면서 자연스레 영화관에서 볼 영화와 집에서 OTT로 볼 영화가 가려지는 새로운 관객들의 눈이 생겼다. 그렇다면 극장에서 볼 영화는 무엇일까? 우리는 아마도 스펙타클한 영화를 생각하겠지만 <파묘>나 <서울의 봄>은 그런 영화는 아니다. 더군다나 <사랑의 하츄핑>을 보면 더욱이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진단하기는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리하여 나온 영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다음과 같은 단어를 이야기했다.
#소확잼, #역주행, #서브컬처의 부상, #비일상성, #시성비서브컬처의 진화, #다양성과 상생.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영화관의 역할이 단순하게 영화를 보는 곳이 아니라 드라마나 공연, 스포츠를 함께 보는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OTT와 극장에서 볼 영화는 무엇이 다를까? 박관수 PD는 이 질문에 대해 OTT 플랫폼과 영화관이 애초에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OTT 플랫폼의 수익 구조를 설명하며, 이를 헬스클럽에 비유했다.
“헬스클럽에는 무수히 많은 운동기구가 있지만, 누구나 모든 운동기구를 사용하거나 매일 가지는 못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등록 회원이 많으면 좋지만, 회원들이 실제로 매일 와서 운동한다면 그만큼 관리 비용이 올라 오히려 부담이다.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구독자 가입은 곧 수익이지만, 그들이 많은 콘텐츠를 볼수록 트래픽 비용이 올라 플랫폼 입장에서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극장에서의 N차 관람-많이 보는 것은 수익과 직결된다.”
박관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부대표
이러한 구조 때문에 구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과 유입 요소가 OTT 플랫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플랫폼은 바이럴이 가능한 배우나 특정 장르의 콘텐츠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OTT 콘텐츠와 극장용 영화가 소비자들에게 기대되는 완성도와 관람 만족도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OTT 콘텐츠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OTT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를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OTT와 극장이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차이를 넘어, 콘텐츠 제작과 소비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과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OTT 플랫폼은 그 자체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 트렌드에 맞춰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영화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박관수 PD는 OTT, 숏폼 콘텐츠, 영화관이라는 다양한 플랫폼의 역할과 변화된 소비 패턴에 관해 이야기하며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숏폼 콘텐츠와 영화관 경험의 변화
박 PD는 숏폼 콘텐츠의 부상을 언급하며, OTT와 숏폼 콘텐츠의 이용자 연령대 차이를 통해 플랫폼의 특성을 분석했다.
“동영상을 주로 소비하는 OTT 앱은 40대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앱은 20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숏폼, SNS, 온라인 바이럴를 통해 영화에 관한 관심이 확산된 후, 관객은 영화관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관에 가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로 자리 잡고 있다.”
박관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부대표
그는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영화를 영화관에서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관 방문이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나 이벤트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관객이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신중히 선택하고, 영화관에서의 경험을 그 자체로 특별하게 여기는 현재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비디오의 출현과 영화 제작 펀드 : 미디어 모포시스 관점에서 본 국가 지원 시스템의 진화
현재 영화 제작 펀드 시스템은 1980~90년대 비디오 기술의 등장과 함께 형성된 국가 주도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대우전자와 삼성전자가 VTR 플레이어를 제작했지만,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화를 수입했고, 관객들은 자막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며 영화 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모포시스(Media Morphosis)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며, 산업 구조와 소비 방식을 재구성한다. 비디오 기술의 도입은 극장 중심의 기존 영화 산업에 도전 과제를 던졌고, 이에 따라 국가 주도 시스템이 형성되며 영화 제작과 배급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박관수 PD는 <원더랜드>(2024)의 사례는 20여년간 유지된 한국의 시스템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했다. 제작 과정에서 18개의 부분 투자사가 참여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 벤처 투자가 운영하는 모태펀드에서 출자된 영화재정, 문화재정, 관광재정 펀드로 구성됐다. 이는 상업 영화조차 국가의 지원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사례는 비디오 기술의 출현이 촉발한 산업 변화가 여전히 현대 영화 제작 시스템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 모포시스 이론의 관점에서, 영화 산업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OTT와 같은 플랫폼 변화에서도 국가 지원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지속해야 함을 시사한다.
영화발전기금의 재구성 필요성, "플랫폼 변화에 맞춰, OTT·IPTV 매출에도 발전기금 도입해야"
박관수 PD는 변화하는 영화 산업 환경에 맞춰 영화발전기금의 개편과 영화 지원 체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라는 개념의 정의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기존 극장 중심의 발전기금 체계가 현재의 플랫폼 다변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PD는 "극장 매출이 영화 산업의 80%를 차지하던 시기에는 입장권 부과금을 통해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OTT, IPTV, 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화가 소비되면서 극장 매출 비중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가 IPTV, OTT, 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상영된다면, 해당 매출이나 다른 방식으로도 영화발전기금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PD는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프랑스 CNC는 극장 입장권 매출뿐 아니라 텔레비전 서비스, 비디오 및 VOD 매출에서도 기금을 받아 이를 영화 제작에 지원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다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영화 지원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모델" 이라고 말했다.
영진위 지원 사업의 세분화 필요
박 PD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원 체계가 예산 규모에 따라 단순히 "10억 미만"과 "10억 이상"으로 나뉘어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더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지원 방식은 대중 영화의 마케팅이나 유통 과정에서 한계가 있다"며, 시나리오 개발부터 유통·배급 과정까지 전반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은 해외 투자자와의 공동 제작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지원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상력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영화 지원
마지막으로 박 PD는 "영화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더 많은 상상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부터 유통, 배급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 변화하는 영화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민·관 협력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 공공기금 설계 방향과 시사점
마지막으로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현재의 정치적 변화 속에 영화 진흥 사업이 매번 큰 변화를 겪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왜 이곳에서 영발기금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까? 영화계는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영화 발전 기금이 필요하다고 다양화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화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폐지가 발표되었고 이 안을 바탕으로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거버넌스는 부재했다. 구체적인 예산이 왜 그렇게 짜였고 왜 없어졌고 혹은 중장기적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변화를 몰고 왔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없었다. 또 누가 제안했고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
장 국장은 정부가 용역 사업 혹은 보조금 사업 이 두 가지 단어로만 민과 관의 관계를 인식한다며, 그런 행정적 한계를 벗어나 공적기금 자원과 민간의 역량이 결합한 민∙관 협력의 장점과 문화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상호 발전적 방향을 설명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현실적 전략도 제안했다. 국제 유사 진흥 기금을 예로 들며, 징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 및 사용 용도 등의 원칙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프랑스와 넷플릭스 간의 협약을 예로 들어 기금 징수액의 3/4을 독립영화 및 유럽 영화 투자 의무 사항으로 명시한 것처럼, 새로운 기금을 징수할 때 사용 원칙의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TV 방송 시장을 주된 수입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영화계에 주목할 만한 사례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된 정책으로, 일부 주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배급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제작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ITVS는 지방 케이블 방송사들에게 다큐멘터리 방영권을 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제작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큐멘터리 시장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성과 콘텐츠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과를 소개했다. 독립영화 및 다큐멘터리 지원 사업의 다양성과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사례로 영화 진흥 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했다.
또한 영화진흥기금 다양화를 위해서 ▲OTT 및 디지털 플랫폼 과세 및 진흥기금 부과금 도입, ▲민간 및 지방정부 협력, ▲특화 기금 신설, ▲국제공동제작 지원 확대 등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했다.
기금의 정치성
장 국장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따라 영화 진흥 정책이 큰 변화를 겪으며, 현장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등 정권의 유불리에 의해 심한 부침을 겪는 한국적 상황을 지적했다. 때로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산업-문화 전반에 걸쳐 활동의 안정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기초 창작 유통 배급에 집중한 진흥기금과는 별개로 다양한 사회적 지향을 가진 다층적 지원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지속적 환경 구축을 위한 대안임을 얘기했다.
특히 독일의 정당별 문화 정책 기금을 예로 들어, 기민당(CDU), 사민당(SPD), 녹색당(Greens) 등 주요 정당들이 국고에서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당받은 예산을 민주주의-기후위기-사회다양성-노동 등 각 정당이 지향하는 사회적 아젠다를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정책기금으로 정당별로 운영하는 체계를 소개했다. 이 모델은 특정 정권의 변화에 영향을 덜 받으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금의 당사자성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는 넷플릭스와의 협약을 통해 자국 영화산업의 독립성과 지속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영화인들이 협상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사례는 기금의 당사자성이 문화산업의 발전과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며, 이는 한국 영화계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21년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상해, 이들이 프랑스 내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정 비율을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도록 법제화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단순히 정부나 기업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영화 감독, 작가, 제작자 등 콘텐츠 제작 당사자들이 협상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협약의 결과, 넷플릭스는 프랑스 수익의 최소 20%를 자국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해야 했고, 이 중 3/4을 독립영화 및 유럽영화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창작 환경 개선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 결과를 얻었다.
창작자와 제작자가 협상의 중심에 설 때, 창작 환경의 실질적 개선과 문화산업의 자생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정부나 대기업 중심의 정책보다 더 세밀하고 효과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 법적 의무를 통해 OTT 플랫폼의 투자를 끌어내는 동시에, 당사자인 창작자들이 투자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프랑스는 법제화와 영화인 협업이라는 두 축을 병행하며,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지점을 강조했다.
독일 주권기술기금 신설 과정이 주는 시사점
한국 영화산업은 글로벌 성공에도 불구하고 창작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재원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장 국장은 새로운 영화발전기금 확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로 독일의 주권기술기금(Sovereign Tech Fund)을 소개했다.
독일은 기술 자주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정부 주도 기금을 설계하되, 명확한 목적 설정, 민관 협력, 독립적 운영을 통해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이 기금은 장기적 로드맵 아래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평가했다.
결국 한국의 영화발전기금도 창작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다양성 기반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함께 고민할 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새로운 상상은 영화를 둘러싼 주체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며, 종합적 시야를 견지한 정책적 유연함이 있는 거버넌스를 통해 영화계를 위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그리자는 얘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4. 패널 토론
최낙용 대표는 발제 이후 원승환 관장에게 영화진흥위원회의 역할과 기금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원 관장은 ‘팔길이 원칙’을 언급하며,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동등한 권한과 관계를 유지할 때 영화발전기금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팔길이 원칙은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최초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이 원칙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지만, 거버넌스는 실종되고 정부 주도의 영화 행정만이 남아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률 개정과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박관수 PD에게 해외 자본 유치와 공동 제작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요청했다. 박 PD는 한국 영화에 대한 해외 관심과 투자 환경의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 제작 방식의 동남아 확산과 해외 자본 주도의 투자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시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좋은 환경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은경 국장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와 정부를 연결하는 행정 전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영화계와 나눴던 정책적 대담을 다시 한번 복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논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새로운 역할 설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자리였다.
두 시간이 부족했다. 세 명의 발제를 들으며 각자 다양한 영역에서 영화발전기금과 영화 예산안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어떤 대안과 제안을 할지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영화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되었다. (폐지되어 버렸다...) 결국 이러한 결정에는 영화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자율성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영화계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진지하게 ‘정말로 이 영화를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고 있다.
우리는 영화의 미래를 위해, 영화발전기금과 예산에 대해 더 유연한 상상력을 가지고 더 크고 강하게 요구해야만 한다! 🔗
😶🌫️🤯 글쓴이. 윤가현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자 영상미디어 활동가. 이번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겁도 없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유를. 많은 활동가와 이 세계가 나를 겁쟁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 함께 서 있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관련 원고
인디&임팩트미디어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