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호] 독립영화 TALK TO NOW :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 포럼

“어제 저녁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데, 사실 오늘 관객 분들이 오실까, 이 행사를 진행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기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을 맞아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주제를 정해 섭외하기보다는, 동시대 창작자 분들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각자가 하고 싶은 말씀을 준비해 주셨고, 그것을 함께 나누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포럼 이야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돈 이야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영화 개봉 당시, 다큐멘터리 영화 치고는 적지 않은 1만 2천 명의 관객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영화로 개봉해서 70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유퀴즈 상금으로 현금 100만 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자 준비한 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있었던 일로 인해 돈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경험에 대해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권이 영화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몰랐습니다. ‘독립영화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고요. 사실 영화를 공적 지원 없이 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영화는 계획을 세우고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데,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이 바뀔 때마다 영화인들의 인생 계획도 바뀌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해외 영화제 출품으로 상영 방식을 변경하거나, 프로덕션 기간을 조정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창작자들이 정말 독립영화로 독립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저는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독립영화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대에 제가 무슨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그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조금 더 버텨볼까 하는 용기가 생깁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100회를 맞이할 때까지 잘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현재 개봉 중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청주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청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촬영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예산 삭감이 심각해지면서 영상위원회 사무실까지 축소되었습니다. 다른 지역 영상위원회도 예산 삭감을 겪었지만, 특히 청주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개봉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영화를 제작하는 것만큼이나 배급과 상영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봉 첫 주에 <베놈>과 경쟁해야 했고, 2주차에는 <글래디에이터 2>가 개봉했습니다. 그 다음 주에는 <위키드>와 <모아나>가 이어졌고요. 이렇게 제 영화는 스크린에서 마치 잔상처럼 희미해져 버렸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며, 독립영화도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결국 자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본을 이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습니다. 지금 영화관들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고, 특히 독립영화관은 더더욱 어려운 상태입니다.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어나야 독립영화가 꾸준히 스크린에 걸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독립영화제뿐 아니라 독립영화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소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또 이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서 용기를 내어 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2년 전 서독제 48회에서 <자르고 붙이기>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상은 제가 영화를 해온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단편영화를 찍으며 마치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습니다. 재미도 없고, 우울하기까지 한 영화를 작업하면서도, 상을 받으니 ‘사람 대접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 덕분에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독립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영화제인데, 영화제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을 때마다 불안해졌습니다. 영화진흥위원 장편 제작지원을 기다리며 시나리오를 쓰던 중, 일정이 바뀌어 지원을 놓친 적도 있습니다. 그때 ‘내년엔 애매하게 1년을 보내겠구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의 소극적인 태도가 결국 연대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영화는 함께하는 작업이기에, 많은 영화인들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고, 더 열심히 연대해 나가려 합니다.”

“정책 일정이 변경되면서 창작자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봄이나 여름에 촬영해야 하는 영화가 지원 일정 문제로 제작되지 못하면, 내년엔 가을 배경 영화만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스케줄에 맞춰 준비해온 감독님들은 지나간 공고를 확인하려고 매일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을 텐데요. 여러모로 정책 일정이 창작자들의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입니다. ”

 “안녕하세요, 장우진입니다. 저는 2017년에 강원독립영화협회를 설립했고, 현재 50명의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까운 과거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미션>이라는 작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홍보가 목적은 아닙니다. 4년 전, <미션>의 감독 친구들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한 네트워크 강원영화학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했던 그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작년 이 자리에서 ‘1월에 촬영을 시작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마침내 11월 30일에 첫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상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한 감독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립영화의 밤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던 순간, 빨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영화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그리고 결코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어떤 정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깨닫고 있습니다. 스스로 너무 두렵고 불안한 상태가 익숙해지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감정이 아닐지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노력해왔고, 그것이 이 길을 걸으며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마음들이 둔해진 것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새로운 마음이 들지 않고, 누군가 울고 있어도 죄책감을 잘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영화제를 옥죄는 환경과, 이를 함께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각자의 입장을 지키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영화를 만들어가는 모든 분들의 마음이 걱정스럽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런 불안에 익숙해진 내가 과연 한 사람이라도 품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어제 있었던 일에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왔고, 이런 수난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50주년 기념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저는 맨 뒤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들, 그럼에도 열심히 찍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와, 여기 아직 살아 있구나.’ 그 자리에 앉아 영화 만드는 사람들과 스크린 속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제를 지킨다는 것은 섬세함을 지켜내는 것이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하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저는 정권에 기대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흩어지지 않습니다. 영화 안에서 친구로서 서로를 마주 보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결단으로 마음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제를 지키고 있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우리는 세금으로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입니다. <스위밍>은 11분 9초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에 1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콘텐츠진흥원에서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지원금 4천만 원을 받았고, 그 금액은 음악과 외주 인력을 포함한 인건비로 사용되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죠. 운이 좋게 두 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매년 책정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지원금에만 의지할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제작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한기를 겪고 있는 창작자의 현실에서, 더 큰 혹한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고민과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대안적 시스템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2023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그 상금이 앞으로의 자금이 되고, 작업을 이어갈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상을 바라며 제작을 시작하지는 않잖아요. 그런 소중한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저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과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변화를 경험했으니까요. 선배님들께서 이 터전을 만들어주셨듯이, 저도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립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전 영화 <담쟁이>와 <우·천·사>로 얼마나 벌었냐고요. 제가 번 돈은 제로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은 회식 비용으로 썼고, 사실상 마이너스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영화를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열심히 일하면서도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고, 후배들이 영화를 한다고 할 때마다 마냥 응원만 해줄 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을 만나고, 그들이 건네주시는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담쟁이>는 영화진흥위원회, 인천영상위원회, 성남영상위원회, 경기영상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으며 제작되었습니다. <우·천·사>는 제작사의 공모전에서 소정의 제작비를 받았고요. 그리고 다음 영화는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세 편의 영화가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 지원을 받았기에, 제 경험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면서 느낀 점과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이 얼마나 혼란스러워졌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간 관련된 뉴스가 끊이질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서울독립영화제 지원이 전액 삭감되었다거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특정 과정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주변 감독들의 계획이 완전히 바뀌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배급을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배급사나 제작사가 있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로 인해 신진 제작자들에게 진입 장벽이 훨씬 높아졌고요. 제작 지원 또한 자부담이 10%나 요구되는 상황이라, 제작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또 다른 지원 프로그램들이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감독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럭키, 아파트>의 경우, 개봉 지원 발표가 너무 늦게 이루어져 10월과 11월에 개봉작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이번 개봉을 통해 ‘1%의 약속’이라는 캠페인에 참여했는데요. 현재 한국에는 약 3,450개 상영관이 있지만, 독립영화관은 그중 50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독립영화관들조차 독립 예술 영화와 해외 예술 영화가 함께 상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 예술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독립 예술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길 자체가 닫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인이 ‘창작자들이 조용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제작 지원 제도가 바뀌었을 때 나는 한마디라도 했던가?’ ‘냉소와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이나 개봉 지원 시스템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대안을 상상해내지 못했던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고요. 박근혜 탄핵 정권 때, 광장에 모여 기록했던 감독님들이 약 70명 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우리에게 그런 힘이 남아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개봉 중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현재 <한 채>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습니다. 개봉 과정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독립영화를 만들어 개봉까지 한다는 것이 꿈만 같은 일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독립영화의 개봉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동시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대형 극장에 고개를 숙이며 영화를 틀 수 있도록 부탁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어떤 극장은 상영관의 80% 이상이 채워지지 않으면 관객과의 대화를 열 때 돈을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립영화는 관객을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객조차도 결국 돈이더군요. 그래서 영화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한 서울독립영화제가 잘 싸우고 버티고 있기 때문에, 작은 영화제들도 그 힘을 받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얼마 전에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는데요, ‘왜 이들은 소통하려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우리는 정책을 이렇게 할 거야. 너희들은 그냥 당해봐. 어? 그런데 조금 소리를 내네? 그럼 조금 바꿔줄게’라는 태도를 느꼈습니다. 마치 실험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정말 영화 같은 밤을 보냈습니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차기작을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에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그 작품을 묶어둔 채 다른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APM에 가게 되었는데요, 이전에 함께했던 배우들과 동료들이 ‘다시 그 작품을 해보자.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전 영화제에서 만난 동료들과 배우들이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함께 제작해보자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 영화는 배우들이 스태프 역할까지 맡으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자본이 제로인 상태였죠. 그러면서 독립영화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구나. 사람이 있으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개봉 과정에서 느꼈던 힘든 마음이 차기작으로 이어지며 다시 채워졌습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불안하고, 힘들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가능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곁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라면요. 그리고 영화제는 허브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영화제는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는 곳입니다. 이번에 서울독립영화제의 독립영화인의 밤에서 배우님들을 만났는데, 술자리에서 갑자기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그 덕에 또 한 번 4명의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습니다. 독립영화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이상한 ‘뽕맛’ 같은 매력을 여러분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들이 서독제에 계속 오고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함께 손잡고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흩어질 수도 있다는 솔직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가 비슷한 시간을 함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퀴어 페미니스트 단체인 연분홍치마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제작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일례로 돌아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자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완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압박감과 중압감 속에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작업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며 계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다섯 명이 먹고 살 방법을 찾고, 활동가들과 함께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올해 저희 연분홍치마가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세월호 10주기와 관련된 세 편의 영화를 개봉하며 억대의 빚을 졌고, 개인 빚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으면서 암울했던 순간들을 견뎌냈습니다.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 ‘암울하지만 그래도 모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의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두 명의 힘만으로는 이런 일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필름메이크어스’라는 1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창섭입니다. 지금은 한국 영화계의 담론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지 약 8~9개월 정도 됐습니다. 유튜브에는 영화와 관련된 채널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부분은 영화를 소개하거나 리뷰하는 채널이죠. 그런데 저는 영화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채널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현재의 방향성을 잡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영화인을 지원하는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저 또한 단편 영화와 독립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 혹은 영화 작업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제 채널을 많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한국 영화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정범 감독님과 오세연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해서, 두 분이 참석하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왜 독립영화를 볼 수 없지?’라는 불만만 가졌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저는 동탄에 살고 있는데, 큰 도시임에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없습니다. 멀리 성남시 CGV까지 가야 독립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혹시 ‘퀘렌시아’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스페인어로 투우하는 소가 다음 싸움에 나가기 전에 안식처로 삼는 공간을 뜻한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는 영화관이 바로 그 퀘렌시아입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돌본 뒤 영화관에 가서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제 몸 안에서 도파민이 미친 듯이 나옵니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내셔서, 저 같은 관객이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영화관은 놀이공원이자 나의 놀이터입니다. 저는 관객이자 감독인데, 이런 기분을 포럼에서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울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주 무서운 밤을 보낸 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를 보며 떠올랐던 장면들,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분과의 분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백재호 대표님을 어렵게 모셨고,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켜야 할 기관과 공간이 많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키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지키는 일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더 나쁜 시기가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특히 우울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날이었는데, 그런 날에도 여러분이 너무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고, 행사가 잘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 시국에 모든 것이 휩쓸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으로 존재하며 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보고 싶은 여러분을 앞에서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함께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하게 긴 겨울밤을 잘 버텨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