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호] 창조 경제는 없다. 전환 경제만이 있을 뿐. - 산업적 측면도 미비한 서울시 영화·영상 정책

💌 뉴스레터 124호

🎥 지난 12월 26일 '서울시 공공 시네마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긴급 포럼'이 서울 중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습니다. 본 포럼은 서울시가 주요 공공 영화 영상 문화 기반 시설을 연달아 폐관하거나 축소 변경시키면서 정책의 공공성, 민주성,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 관련 사례로 2023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폐관, 2025년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폐관, 2025년 서울영화센터(구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훼손 등이 언급됐는데요. 포럼을 통해 일방적 정책 파기의 문제점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고 공공적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 인디&임팩트 124호에서는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 서울시의 모순을 짚고 문화예술적 가치들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김창섭 필름메이크어스 대표를 통해 들어봅니다!

🎇 시민을 위한 합리적 정책과 투명한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며, 인디&임팩트 124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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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창조 경제는 없다. 전환 경제만이 있을 뿐 - 산업적 측면도 미비한 서울시 영화·영상 정책에 대하여

📺영상 서울영화센터로 기능 이관은 안 하고 오!재미동은 운영 종료? (출처: 필름메이크어스)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영상 분야는 문화·예술과 경제·산업이 혼재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K-컬처는 ‘한국 문화’를 부르는 말이지만 철저히 산업적 맥락에서만 사용된다. 전 세계적 열풍을 초래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두고 ‘K-무비’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일었던 논쟁도, 문화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파생되었지만 콘텐츠가 생산·유통·소비되는 산업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서울시의 영화·영상 관련 행정을 관할하는 공무원의 이 한마디는 단순히 개인의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실 소속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서울시 행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발언이다. 그리고 왜 그렇게 작동하고 있는지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상시네마테크가 가장 종합적인 영화 관련 기관인데? (출처: 필름메이크어스)

▲ 2024.9.3 제326회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제2차 (사진 출처: 필름메이크어스)

최고 결정권자가 바뀌면서 십수 년간 쌓아온 정책의 일관성도 파괴되는 후진적인 시 행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치와 행정을 개인이 아닌 법률과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도록 발전되어 온 역사에 비춰본다면, 유능하고 현명한 시장을 선출하는 데에 사회적 관심을 쏟기보다 개인에 의해 쉽게 좌우되지 않는,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할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정책 변화의 방향이 타당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는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영화센터(구 서울시네마테크)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폐관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 기관 및 조직,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응당 거쳤어야 했을 공론화, 의견 수렴, 토론 등의 숙의 민주주의적 절차가 배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상 열렬한 관객은 좋은 영화감독 육성의 토양입니다 - 유재인 감독 (출처: 필름메이크어스)

▲ 2025.11.12. 서울시청 앞.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존치를 위한 시민모임 기자회견 (사진 출처:  instagram.com/save_ohzemidong)

그렇다면 전례 없는 영화 산업 위기 속에서 관의 주도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하는 전략이 있던 것은 아닐까?문화·예술적 관점 및 복지 차원의 정책을 잠시 후순위로 하더라도,산업 진흥에 효과적인 정책을 시급히 추진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영상 극장 산업 변화의 시기, 오!재미동은 귀중한 자료입니다 - 씨네21 송경원 편집장

▲ 2025.11.7. 오!재미동 운영 종료 간담회 공지 (사진 출처: ohzemidong.co.kr)

▲ 2025. 11. 7 오!재미동 극장. 오!재미동 운영 종료 간담회 현장 (사진 출처: ohzemidong.co.kr)

경제·산업적 측면을 고려하여 영화 문화 정책을 경제실에 이관했으면서도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경제실 산하 서울영상진흥위원회에는 해외 배급, 극장 사업자, OTT 플랫폼 등 주요 매출을 발생시키는 시장 주체들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최근 개관한 서울영화센터에서는 고전·예술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데 어떤 산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잘못된 사업 담당 부서 배정이 곧 자문 기구의 전문성 결여로 이어지고 결국 이대로라면 영화 산업 진흥이라는 목표도 성취하기 어렵지 않을까?

2023년 4월에는 서울특별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에 따라 운영되던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문을 닫기도 했다. 시민 공동체 미디어 육성의 우수 사례로 전국 3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한 마을미디어 사업을, 정작 그것을 시작한 서울시에서 중단한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10여 년간 쌓아온 무형자산이 사라지는 데에는 불과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10년 동안 세운 건축물을 허문다고 해도 이처럼 쉬울까?

영화·영상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와 산업의 총체적 가치는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흩어져있던 자원이 ‘전환’되어 발생한다. 마을미디어 사업이 중단되고 오!재미동이 문을 닫으면 그 안에 축적된 창작 에너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반에 비효율적으로 분산된다. 결국 그 에너지는 활용 가능한 자원의 형태로 집중되지 못하고 가치를 잃어버린다.

공공 정책의 가치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에너지가 잘 흐르도록 그 구조를 최적화하는 데에 있다. 사회적 에너지를 문화·예술적 무형자산으로 ‘계승’하고 경제·산업적 유형자산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균형 갖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곧 서울시 영화·영상 정책의 기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민관 협력을 거쳐온 서울시테마테크가 서울영화센터가 된 이유도 서울시의 공공정책에 대한 태도가 너무 ‘창조’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

🎥김창섭 

영화 및 영상 콘텐츠 미디어 스타트업 <필름메이크어스> 대표

한국영화계 신진 창작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 브랜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관련 사이트

오! 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https://www.instagram.com/save_ohzemidong/

2025.11.7.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운영 종료 간담회 자료 보기

2024.9.3. 제326회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회의록

2025.11.21.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를 시네마테크로 되돌려야 한다"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2025.11.26.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를 시네마테크 본래 기능으로 복원해야" -영화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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