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사람과 미디어 그리고 AI

6월 첫째 주(2023)

2023.06.07 | 조회 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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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앤임팩트 미디어 뉴스레터

국내외 독립미디어 동향과 의제 브리핑

💌 뉴스레터 27호

🌳 2023년 6월 첫째 주, 인디&임팩트 미디어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호는 미디어 활동가 건강권청소년 시각에서 본 AI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

⭐ 오랜 기간 투쟁 현장을 기록해온 미디어 활동가들의 연이은 부고를 기점으로 출발한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에서는 미디어 활동 직접 지원과 건강 검진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건강 검진은 활동가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진행될 사업의 흐름과 취지에 대해 요모조모 알아봅니다. ✨

🌐 또한 최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해 청소년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거나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인지, 청소년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글도 끝까지 꼭 읽어주세요! 🌏

🌊 일찍 찾아온 무더위, 구독자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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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록   

  1. 미디어 활동가에게 무너지지 않는 일상을! 건강을!
  2. 어떻게 AI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청소년이 본 AI

#1. 미디어 활동가에게 무너지지 않는 일상을! 건강을!

 

 지난달, 미디어 활동가이자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하 현카) 집행위원회 활동을 함께하는 하샛별 감독과 2년 만에 녹색병원을 다시 찾았다. 2018년, 2021년에 이어 2023년 올해 준비 중인 세 번째 건강권 지원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녹색병원을 처음 소개받은 건 박종필 감독의 장례가 끝나고 얼마 뒤였다. 장례식장 한편에서 흡사 프레스센터처럼 기록영상을 찾고 편집하던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감독들이 결국 일상 없는 기록 활동과 누적된 참사의 트라우마에 녹색병원의 종합합건강검진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선체인양 후 그 수색과정을 기록했던 미디어활동가는 촬영본을 편집하며 몇 번이고 돌려보는 과정 중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살아있는 이들을 한 걸음 앞으로 내딛게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잔인하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토론 중


 현카의 10주년 활동을 돌아보며 나온 이야기이다. 박종필 감독의 죽음을 계기로 활동과 생계 사이에서 본인의 건강까지 챙기기는 역부족이었던 미디어활동가들이 일상과 건강을 지키는 것 또한 활동의 연속임을 돌아보는 논의들이 시작되었다. 

 낯설지 않은 논의다. 2009년 4월, 기륭전자 비정규 투쟁에 함께했던 김천석 미디어 활동가와 2011년 6월, 이주 노동자, 빈민 투쟁 등에 연대한 이상현 미디어 활동가의 죽음 이후, 그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미디어 활동이 지속되길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현카를 시작하였다. 제작지원과 활동지원, 같이보기 사업을 통한 상영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활동의 기초가 되는 그들의 일상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건강권 사각지대에 놓인 미디어 활동가들의 생태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나마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연대체 형태의 활동을 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제도는 국민 누구나 생애주기별로 지원 받게 되어있지만 그 운용과 실시는 사업장 단위로 점검이 이루어진다. 보통 미디어 활동가들은 독립제작 혹은 프리랜서 형태가 대다수다보니 국가 건강검진에 대해 정보가 적고, 실시여부에 대한 확인도 미흡하다. 더군다나 종합건강검진은 큰 사업장 종사자가 아니라면 자부담인 경우가 많아 미디어 활동가들은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의 벌이와 열악한 작업환경 안에서 종합검진 뿐만 아니라 이후의 치료에 대한 부담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현카의 건강검진 사업의 전략은 하나의 사업장 단위처럼 미디어 활동가들의 건강권을 지원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활동의 형태와 유형에 대한 이해와 대상자들에게 적절한 정보가 갈 수 있도록 연락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런 미디어 활동가들의 건강권 지원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성 있는 협력 기관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2018년 1차로 실시된 현카의 건강검진 사업은 ‘인천다큐포트’의 지원과 협력, 2021년 2차로 실시된 건강검진 사업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후원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 될 수 있었다. 또한 미디액트와 현카는 오랜 기간 제작지원 및 활동지원을 함께하면서 건강권 지원사업에 대한 기획과 운영을 함께 그릴 수 있었다.

▲현장 미디어 활동가 건강권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좌 2018년/우 2021년)
▲현장 미디어 활동가 건강권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좌 2018년/우 2021년)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원진직업병관리재단에서 2003년 설립한 민간형 공익병원이다. 2003년 개원이후 지속적으로 산재직업병 환자, 인권침해 피해자, 지역 내 소외계층을 돌보며 공익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산재직업병 유형에 대한 이해가 깊은 녹색병원은 미디어 활동가들의 노동 유형에 대한 이해를 함께해, 소속된 사업장이 없는 독립제작자나 프리랜서 활동가들이 현카를 통해 활동확인서를 제출하면, ‘의료취약노동자 건강지원사업’ 연계를 통해 종합검진이후 치료지원까지 2023년 확대하기로 하였다. 

 <원진별곡>(김태일, 1993)등 원진레이온 산재피해를 세상에 알려냈던 수많은 미디어 활동들이 있었다.  이런 투쟁의 성과들이 모여 녹색병원을 만들어내고, 다시 미디어 활동가들의 일상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권 지원 사업으로 연결되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준비위원회 발족식 ⓒ 녹색병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준비위원회 발족식 ⓒ 녹색병원

 미디어 활동가들의 건강권 지원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와 시도가 필요할까? 작년 현카 10주년을 맞아 ‘현장 미디어 활동가 건강권 지원사업’이 특별 기금이 있을 때만 운영되는 한시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 사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그간 현카와 함께했던 현장의 사진들로 현카는 달력 판매를 통해 목표했던 두 번의 건강권 지원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이천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확장된 형태의 세 번째 건강권 지원사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2023년 현카의 미디어 활동가 건강권 지원 사업은 7월 모집을 통해 10월, 내시경 및 초음파 CT등이 포함된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상시적으로 ‘미디어 활동가 확인서’ 발급을 통해 독립제작자 및 프리랜서 활동가들의 치료지원연계도 지원한다.

▲현카의 건강권 지원 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달력 판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모여 포장 후 전국으로 발송하는 모습
▲현카의 건강권 지원 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달력 판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모여 포장 후 전국으로 발송하는 모습

 현카의 건강검진이 있는 해이면 미디어 활동가들은 촬영 현장이 아닌 녹색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마주친다. 그리고 검진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원내 커피숍 ‘빈스로드’에서 당신이 계속 건강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는 응원과 지지를 담은 죽을 받는다.

 올해 사업을 위한 녹색병원과의 만남 이후, 제일 먼저 <원진별곡>을 만든 김태일 감독님에게 팔레스타인 촬영 이후 얻으신 오래된 지병을 치료하시라 녹색병원의 ‘치료지원’사업을 추천 드렸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의 투쟁이 낳은 건강한 권리를 누리시길 바란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문의  070-4252-2012 fieldcamera@mediact.org

후원 계좌  하나은행 376-910028-54304 (예금주 현장을지키는카메라에게힘을)

 

💡 참고자료

녹색병원 ‘의료취약노동자 건강지원사업- 건강한 동행’ 안내

보건복지부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글쓴이. 장은경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직장인 활동가. 본전 생각나면 퇴사하겠다 말은 하지만, 좋아서 배운 영화를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 혹해 17년차 근속중이다.  

 


#2. 어떻게 AI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청소년이 본 AI

 

1. 창의성마저

 내 친구는 모든 과제를 챗GPT(ChatGPT)와 함께한다. 순탄할 것 같던 친구의 챗GPT와 함께하는 과제 생활은 큰 난관에 봉착했다. 당당하게 틀린 정보를 이야기하는 챗GPT에 속아 과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담당 선생님께서 본 과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당하게 작성한 것이었다. 그 대가로 친구는 3쪽 분량의 소논문을 작성하는 추가 과제를 받게 되었다. GPT는 어디까지나 도구이지만 그걸 도구로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벌어진 문제다.

 난 이 일을 계속 곱씹게 되었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AI로 해결한다면 학교의 존재 의미는 뭘까? 과제는 배움을 위한 것이고, 그 배움을 주는 곳이 학교다. 학교 성적은 학생이 얼마만큼의 지식을 가졌는지 수치화한 것이다. 지식은 의미가 사라지고 성적이 앞으로 온 현상을 친구의 과제를 통해 발견했다. 배우러 학교에 간 학생이 배움을 직·간접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이렇듯 AI는 편리함을 가장하여 내가 알고 있던 가치들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는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정의하고 해석하며, 결론 내리는 과제를 AI에게 맡겼다.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AI 시대에 역설적이게 창의적 사고를 AI에게 위임한 것이다. 이 창의적 사고를 계속 요구받고 수정하는 AI는 언젠가 창의적 사고를 모방한 글들을 써 내려갈 것이다. 창의적 사고를 모방한 글은 창의적일까? AI에게 직접 물어봤다.

▲ Bing AI에게 ‘AI는 창의적일 수 있어?’라고 질문했을 때 나온 답변
▲ Bing AI에게 ‘AI는 창의적일 수 있어?’라고 질문했을 때 나온 답변

 

"AI는 창의적일 수 있어?"
"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AI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다음과 같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봄날의 향기가 가득한 공원에서 나는 너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어. 우리의 마음은 하나처럼 뛰고 있고 우리의 미소는 햇살처럼 밝아. (중략) 🌸 이 시가 어떠세요?"

- Bing AI에게 ‘AI는 창의적일 수 있어?’라고 질문했을 때 나온 답변

 

 AI는 자기 자신이 창의적이라고 정의한다. AI는 스스로 인간의 창의성에 자신의 창의성을 비견한다. 어쩌면 수많은 오마주로 조합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2003)과 AI의 창작물은 일맥상통하는 건 아닐까?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수많은 비디오를 학습하고 그걸 조합해서 <킬 빌>을 만들었다. 학습과 조합이라는 개념에서 AI와 같다. AI는 학습을 통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을 때 과연 이것이 편리한 도구로만 남을까?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대체되는 것이 나라고 생각을 했을 때 드는 공포감은 내 앞에 붙어 있는 청소년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배가 된다.

 

2. 나는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AI는 학습할 자료만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인플루언서 카린 마조리(Caryn Marjorie)는 자신을 2,000시간 이상 학습한 AI를 만들어서 음성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조리는 벌써 7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였고 한 달에 500만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마조리 AI는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면 더 마조리와 비슷해질 것이고 어쩌면 사이버 세계에서 마조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꿈이 영화감독이라고 가정하자. AI가 예술성으로 유명한 봉준호와 홍상수의 영화와 상업적 감각이 뛰어난 최동훈, 윤제균의 영화를 학습해 가상의 감독을 만든다면 그 AI가 한국 영화계를 지배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 AI를 이길 수 있을까? 내 미래에 어떤 직업을 대입해봐도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3. 특이점은 오는가?

 내가 공포를 느끼는 지점을 ‘기술적 특이점(*주1)’이라고 부른다. 기술적 특이점은 간단히 말해 비생물학적 지능의 총합이 식물학적 지능의 총합을 뛰어넘을 때를 말한다. 인간을 뛰어넘거나, 인간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AI의 출현이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순간을 예측하는 학자들은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인간의 노동은 최소화되며 그 최소한의 노동만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주2,3) AI로 대체되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사회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은 벌써 나오고 있다.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지금부터 AI 산업으로 인한 실업자들에게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주4)

 컴퓨터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을 인간과 컴퓨터의 융합으로 보고 있다. 신체를 대체하고, 슈퍼컴퓨터와 뇌를 융합해 지능을 증폭시켜 현시대의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 2.0을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완전무결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커즈와일은 인간 2.0의 도래를 2045년으로 예상한다.(*주5)

 학자들의 공통적인 예상은 노동의 대체 또는 종말이다. 경제학자 칼 베네딕트 프레이(*주6)AI가 모든 일자리의 47%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고, 술레이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사무직 업무 상당수는 향후 5~10년 이내에 매우 달라져 심각할 만큼 많은 패배자가 생겨날 예정"이라며 "그들은 매우 불행해지고 심히 동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주7)

 AI가 모든 일을 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활하고, 메타버스에 의식을 업로드해 가상현실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원하는 장소에서 살아가며,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직접 상호 작용하는 BCI칩(*주8)과 융합해 엄청난 지식을 얻게 된 삶은 행복할까?

▲ GPT-3와 융합해 능동적 대화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출처: 유튜브 Engineered Arts)
▲ GPT-3와 융합해 능동적 대화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출처: 유튜브 Engineered Arts)

 

4. 나는 AI가 싫어요.

 나는 AI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다. AI는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 다르다고 느껴진다. GPS의 도입은 택시 기사들의 임금을 떨어트렸다. 길을 잘 아는 택시 기사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택시 기사만의 일이었기에 21세기 러다이트(Luddites Movement)(*주9)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택시 기사와 버스 기사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이때도 러다이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택시 기사와 버스 기사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만 저항할 것이고 결국 대체될 것이다. 상대적 저소득 직업부터 하나하나 대체될 것이다.

 ‘대체’라는 것은 고소득층에게는 자동화의 개념이고 저노동 고소득의 길이며 편리한 도구다. 저소득층에게는 ‘대체’라는 것은 맞서 싸워야 할 존재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 디딜 곳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더 좋은 도구는 더 비싼 돈으로 구매해야 했던 과거를 비추어 미래를 본다면 아마 더 좋은 AI는 유료로 제공될 것이며, AI는 어쩌면 부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성능이 엄청난 유료 AI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보다 더 힘든 삶을 살 것이다.

 나는 AI 기술의 발전이 무섭다. 도덕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아기인데 나보다 힘이 강한 아기를 보는 것 같다. 사람한테 몽둥이를 휘두르면 당연히 안 되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니 아기가 몽둥이를 이렇게 세게 휘둘러? 이것도 휘둘러봐’ 하는 것 같다. 이 아기가 크면 더욱 힘이 세질 테고 평생을 사람에게 몽둥이를 휘둘러온 아기가 어른이 되었을 때 올 파장을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의 정서발달에서 1~5살까지가 중요한 것처럼 개발 초기에 AI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뒤늦게 규제를 하려고 한다면 기업이 이미 손에 쥔 것을 다시 놓아주진 않을 것이다.

 AI가 주류가 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청소년이다. 아무도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절대적 선인가? 18세기 서부 개척자들은 서부 대륙의 개척과 발전을 빌미로 기존 원주민들을 죽이거나 쫓아냈다. 서부 대륙의 개척은 결과적으로 원주민들에게 득이었을까? 기술적으로 우월한 서부 개척자들이 원주민들을 계몽시켜준 것이라 볼 수 있을까? 내겐 AI도 서부개척과 똑같이 느껴진다. 원주민들이 기술 없이 행복했던 것처럼 난 AI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첫 문단에서 서술했듯 모든 가치의 실종이 두렵다. 누군가는 수십 년에 걸쳐 얻은 지식을 한 번에 얻고, 노동 없이 대가를 얻으며, 현실의 나를 외면하고 가상현실 속에 사는 것이 내가 느끼는 모든 가치의 실종이다.

 나는 상위 1% 고소득자 부모를 두지도 않았고, 특별한 재능을 지니지도 않았으며, 사회적으로 비주류라고 평가받고 학력도 인정 안 해주는 대안학교 학생이다. AI 대체 2.3순위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AI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1970년대 기술 혐오를 가지고 과학자들에게 테러를 저질렀던 카진스키처럼 급진적 행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야 할까? 더 거슬러 올라가 18세기 방직 노동자들처럼 AI 데이터센터에 쳐들어가 쿨링 시스템을 박살을 내야 할까? AI에 대한 두려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AI를 원하지 않지만,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AI를 사용하면 할수록 AI의 자리는 더 견고해지는 것이 두렵다.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는데 알아도 알아도(물론 전문가와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공포감은 끝나지 않는다.

 내가 행하고 있는 방법은 징징거리기다. 이렇게 글을 쓰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AI가 주는 공포감을 전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GPT로 대표되는 AI는 과연 도구일까? 우리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공격하는 새로운 적일지도 모른다. 

 

🍀글쓴이. 이한준

제천간디학교라는 대안학교 재학 중이다. 흔히 말하는 돈 못 번다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

1)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The Singularity Is Near :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2007)

2)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2005)

3) "2050년 AI혁명 온다"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뉴스1, 2016.5.24.)

4) 딥마인드 창립자, AI로 인한 실직자에 보상 촉구(디지털투데이, 2023.5.11.)

5) 두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하다. - BCI (AI넷, 2022.12.20.)

6) 현재 직업 47%가 20년내 사라져… (조선일보, 2020.05.15.)

7) "AI가 패배자 양산할 것"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의 경고(뉴스 1, 2023.05.10.)

8) BCI칩 :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서로 직접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장치

9) 러다이트 운동(Luddites Movement) :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영국의 공장 지대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 (출처: 노동자의 책)

 


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각종 담론과 현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과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하게 필요한 미디어의 변화는 무엇인지 관점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2주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여러분께 찾아갈 예정입니다.

  • [동향] 독립 미디어 분야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이나 정보
  • [이슈] 독립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의제나 이슈, 자료 브리핑
  • [기획연재] 미디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연재나 열린 간담회 자리 등

이름에 맞게 ‘임팩트’ 있는 뉴스레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독과 주변 홍보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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