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28호
🌈 6월 둘째주, 인디&임팩트 28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호는 글로벌 OTT 기업에 대한 기금 징수와 사회적 책임 관련 소식으로 찾아왔습니다.
🏛 글로벌 OTT 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책임,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 확장을 위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자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기업들의 기금 지원 의무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OTT에 대한 기금 징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 한편 정부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OTT 기업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데요. OTT가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넷플릭스의 사례를 통해 알아봅니다.
☀️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들 지치지 말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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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OTT 전성시대의 독립영화, 위기는 기회인가
2. OTT의 사회적 책임: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태계 다양성에 대응하는 방법
#1. 글로벌 OTT 전성시대의 독립영화, 위기는 기회인가
한국 영화계의 위기론이 연일 보도되는 요즘이다. 극장 관객의 감소, OTT의 강세, 영화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엔데믹 기조에도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극장을 지키며 상대적으로 관객 감소폭이 적었다. 하지만 정작 회복 국면이 되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더 심각한 위기 속으로 침잠하고 있다. 더불어 극장 관객 수 감소에 따른 영화발전기금 고갈 위기 역시 고조되고 있는데다, OTT 기금 징수 문제는 관계 부처 간 기싸움 속에서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넷플릭스와의 MOU 체결(*주1)을 통해 영화 인력 양성을 위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나,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회복과 다양성 확대를 위한 독립영화 진흥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OTT들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 확장을 위한 요구와 이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관련 논의를 지속하며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자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OTT기업들의 기금 지원 의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MOU
위에서 언급했듯, 지난 4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영화협회(MPA) 본사에서 넷플릭스-한국 영화진흥위원회(영화분야)/콘텐츠진흥원(드라마분야) 간의 MOU 체결이 있었다. 영진위가 문화체육관광부, 콘진과 함께 향후 5년간 2천 명의 신진 영화 제작인력 및 후반작업 전문인력 육성을 추진할 것이고, 특히 영진위는 영화 및 영상 콘텐츠 산업 환경을 선도할 융합형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콘텐츠 제작산업 내 인력 간 각종 교류 및 협력 채널을 구축하여 한국 콘텐츠 제작 전문 인력 육성을 전폭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은 “이번 MOU 체결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한국영화아카데미(KOFA)의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함으로써 넥스트 봉준호 등 차기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MOU 체결 소식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토론회를 통해 이번 넷플릭스 한국 투자 소식의 양면성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주2) 발제자로 참여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로 도약해서 미국과 영국을 잇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IP를 넘기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 식의 위계구조를 인정해 제작단계에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발표는 이미 계획을 잡아놓은 것을 대통령 앞에서 미리 공개했다는 정도”라며, “이번 투자는 조세 회피, IP 독점, 공정 배분 문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하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해외의 글로벌 OTT 협상 사례
그렇다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해외에서는 어떤 요구를 받고 있고, 실제로 현지 콘텐츠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논의를 시작한 곳은 유럽이다. 2018년, 유럽연합(EU)은 ‘시청각미디어 서비스 지침(Services de medias audiovisuels, SMA 지침)’ 개정을 통해 해당 지침이 VOD, SNS 플랫폼, OTT에도 적용되도록 했다. 이 SMA 지침은 현지 콘텐츠 30% 쿼터 및 재정적 기여 의무, 소수자 및 미성년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회원국에 2020년 9월까지 개정된 지침을 자국 법에 반영하여 법률 제‧개정을 완료하고 유럽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권고했다.
1) 프랑스
SMA 개정을 가장 앞장서서 주도한 프랑스는 2021년 6월 ‘주문형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법령(Services de medias audiovisuels a la demande, SMAD 법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후 6개월에 걸친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상을 통해 2021년 12월 프랑스 콘텐츠 투자 의무 부과를 확정하며 유럽 최초로 글로벌 OTT 사업자에게 자국 콘텐츠 투자 의무를 시행하게 됐다. 대신 OTT 사업자는 36개월이던 홀드백 기간을 최대 15개월까지 단축하는 혜택을 얻었다.
프랑스의 SMAD 법령에는 유럽 및 프랑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작품 상영 쿼터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유럽 콘텐츠 제작에 연간 매출액의 25% 이상 투자(이 중 21.25%는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영화에 대한 투자금액 중 최소 3/4는 독립영화에, 시청각 콘텐츠 투자금액 중 최소 2/3은 유럽 독립 제작 시청각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주3)
넷플릭스는 2022년 프랑스 영화계와 3년간의 협약을 체결하고 투자 계획을 상세히 공개했다. 연간 2억 유로(약 2,752억원) 규모의 금액을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할 예정으로, 그 중 극장 개봉 영화 제작에 총 4천만 유로(약 551억원),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바로 공개되는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에 총 억 6천만 유로(약 826억원)를 배정한다. 더불어 극장 개봉 프랑스어 영화 제작에 연 매출액의 4%, 연간 3천만 유로(약 413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매년 10편 이상의 영화에 사전 융자를 지원하고, 이중 최소 17%는 다양성을 고려해 4백만 유로(약 55억원) 미만 예산 규모의 영화에 배정하겠다고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 호주
호주의 노동당 정부는 지난 1월 말 발표한 5개년 호주 문화 전략 정책 ‘회생(REVIVE)’의 일환으로 호주 콘텐츠 쿼터제를 언급했다. 올해까지 협상을 거쳐 2024년 중반에는 대형 OTT 사업자 중심으로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주4) 이 법안에는 호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비율 이상 재투자 의무, 주요한 분야(어린이 콘텐츠 등)에 투자 의무, 콘텐츠 공급자와 플랫폼 간 공정 계약, 플랫폼에서 호주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노출할 의무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제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규제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방향의 협상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공정하며 근거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호주 영화 프로듀서 그룹(SPA)은 호주 콘텐츠 수익의 20%를 재투자할 것을 주장했다.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현 호주 정부가 ‘회생’ 정책의 기조를 통해 자국 미디어 콘텐츠 진흥은 물론, 특별히 독립 영화 및 방송 제작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3) 영국
영국은 지난 해 7월 발간된 「An Economic Review of U.K. Independent Film」 (필자 주: 영국 독립영화 부문에 대한 경제적 분석과 전망을 예측한 보고서)의 정책 권고를 수용하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립영화 부문 세금 감면 등을 관계 기관과 협력·조율하는 한편, OTT 업계와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영국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편성 확대 및 재정 투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이 EU에 속해있지 않아 프랑스, 독일 등과 같이 SMA 지침에 근거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자국 콘텐츠 중에서도 상업적 영역보다는 독립 영역의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주5)
4) 캐나다
캐나다에서도 온라인 스트리밍법(Canadian Online Streaming Act : C-11)이 통과되며,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게 캐나다 콘텐츠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원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캐나다 미디어 프로듀서 협회(CMPA)에서도 이 법안에 지지를 표하며 “(이 법안이) 독립 제작자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있”으며 “캐나다 미디어 제작 산업의 활기찬 미래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보수당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유튜브, 틱톡 등의 사업체가 C-11 법안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주6)
이외에도 EU 소속 국가 중 스페인은 5%, 폴란드는 1.5%의 자국 콘텐츠 쿼터로 가닥을 잡았고, 스위스의 경우 EU 소속은 아니지만 EU 모델을 참고하여 자국 콘텐츠 30% 쿼터 및 수익의 4%를 재투자하는 법안이 지난 5월 국민 투표 2/3 동의를 얻어 통과시킨 바 있다.(*주7)
여전히 위기는 기회일까
넷플릭스는 이번 한국 정부와의 MOU를 통해 인력 양성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해당 투자는 적지 않게 하고 있다. 분명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업계에 어떤 역할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이나, 정부 차원에서 자국 콘텐츠, 이용자 및 창작자 보호에 관해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이번 MOU 합의에 임한 것인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한국 인프라에 무임승차해 이득만 취했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에 면피할 명분만 하나 얹어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영진위는 매년 규모는 달라지지만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제작 및 배급을 지원해오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이유는 수익성이 최우선 목표인 상업영화와는 다른 독립영화가 갖는 의미, 한국 영화문화 형성과 다양성 견지의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이고, 이를 지원하는 것은 분명 영진위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한국 영진위의 제작지원 제도에 대해 해외 영화인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나 영국에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에 자국 콘텐츠 쿼터 또는 재투자를 요구할 때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독립영화, 독립 제작자에 대한 중요성 인식을 이번 한국 정부의 대처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물론 나라마다 배경과 상황이 천차만별이니 모두 프랑스처럼 강력한 자국 콘텐츠 보호를 시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OTT에서 한국 독립 콘텐츠의 설 자리가 이토록 전무한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고려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당사자인 독립 영역에서의 요구와 주장도 산발적이고 미약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미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생태계는 대형 OTT의 등장 이후 완전히 변화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더 수많은 나라에서 다시금 독립 영화(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늦는 게 낫다. 여전히 위기는 기회일지 모른다.
[참고자료]
1. [미디어스] 넷플릭스, 지난해 8000억 투자했는데 4년 3조 3000억 투자 유치? 2023.04.25.
[뉴시스] 콘진원‧영진위, 넷플릭스와 업무협약...K-콘텐츠 인력 2000명 육성 2023.05.02.
2. [PD저널] 넷플릭스 한국 투자의 양면성...“지난 4년과 영향 다를 수 있어” 2023.05.09.
3. [KOFIC 이슈페이퍼 2022_Vol.5] 프랑스의 OTT 플랫폼 사업자 관련 법/제도와 정책 - 프랑스 콘텐츠 투자의무를 중심으로 | 이성은(프랑스 문화정책연구자) | 2022.05.27.
4. [Variety] Australia to Introduce Streaming Quotas by Mid-2024 2023.01.29.
5. [Variety] U.K. Independent Film Sector Strained to Market Failure Level, Grim BFI Report Reveals, 2022.7.19.
6. Onlile Streaming Act receives Royal Assent 2023.04.27.
[CBC] Controversial bill to regulate online streaming becomes law 2023.04.27.
[Deadline] Streaming Bill Regulating Netflix, Amazone And Co In Canada Becomes Law 2023.04.28.
7. [Hollywood reporter] The Netflix Tax: Lawmakers Increasingly Take Aim at Streaming Giants to Fund Local Priorities 2023.04.11.
🐼 글쓴이. 이경진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교육을 듣는 것으로 독립 미디어 영역에 들어섰으나 창작에는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방황하다 현재는 독립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2. OTT의 사회적 책임: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태계 다양성에 대응하는 방법
거대 OTT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치솟으면서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나 독일,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자국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 글로벌 OTT기업들에게 자국 콘텐츠에 대한 제작 투자나 서비스 제공, 공적 기금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활발하게 도입 중이다.
한편 OTT 기업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벌이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자사 콘텐츠의 포용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전 세계 비주류 공동체 출신의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주기 위한 창작발전기금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콘텐츠를 발주하는 넷플릭스 임원진의 다양성이 보장돼야만 넷플릭스 콘텐츠의 제작진과 출연진의 포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포용적인 일터 만들기를 위한 노력도 추진해오고 있다. 얼마전 넷플릭스는 이러한 노력들에 대한 진행 상황을 발표했는데 아래에서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1) 넷플릭스 콘텐츠 다양성 보고서 발간
넷플릭스는 미국 USC 애넌버그 포용정책연구소에 위탁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2년에 한 번씩 넷플릭스 콘텐츠의 포용성을 점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조사 작업은 미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극영화와 TV시리즈를 대상으로 젠더, 인종, 민족성, 성소수자, 장애 등 총 22개 항목으로 구성된 포용성 지표를 활용해 출연진 및 제작진의 구성을 분석한다. 최근 두번째 보고서가 발간되었는데 이전 조사결과와 비교해 포용성 추이를 제시한다. 조사 대상이 된 콘텐츠는 2018년(극영화 69편, TV시리즈 80편), 2019년(극영화 57편, TV시리즈 100편), 2020년(극영화 58편, TV시리즈 64편), 2021년(극영화 65편, TV시리즈 53 편)으로 총 546편(극영화 249편, TV시리즈 297편)이다.
이번 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여성과 비백인계, 성소수자에 대한 재현 및 제작 참여 측면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뤄냈다. 2018~2021년 넷플릭스 영화와 시리즈 중에서 여성이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절반 이상(55%)으로 나타났고, 2020~2021년 넷플릭스 영화와 시리즈 중에서 비주류 인종/민족 출신 배우가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은 거의 절반(47%)에 달했다. 2021년 여성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는 전체의 26.9%를 차지했는데, 이는 같은 해 극장에서 개봉한 최고 흥행작 100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이 차지한 비율인 12.7%와 비교할 때 크게 높은 수치이다. 시리즈 연출을 맡은 비백인계 여성 감독의 비율도 2018년 5.6%에서 2021년 11.8%로 증가했으며, 각본가와 크리에이터 역할에서도 비슷한 증가세가 나타났다. 2021년에는 전체의 1/3에 가까운 영화(27.7%)와 절반 이상의 시리즈(54.75%)에서 비백인계 여성이 주연/공동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비백인계 출신 중에서도 인종/민족마다 상황은 달랐다. 흑인과 아시아계 출신의 출연진 및 제작진 참여는 증가한 반면, 라틴계, 중동‧북아프리카계, 하와이‧태평양 섬 원주민 공동체 출신들의 참여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었다. 성소수자 재현의 경우 주연/공동주연 작품의 비율은 지난 4년간 크게 증가한 반면, 조연이나 단역 작품 비율의 증가율은 미비했다. 또, 미국 인구의 27.2%가 장애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 반면, 2021년 넷플릭스 콘텐츠에 등장한 모든 인물 중에 장애가 있는 등장인물의 비율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본 연구가 미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극영화와 TV시리즈만 연구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연구의 한계로 들며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장르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성을 제안한다.
Inclusion in Netflix Original U.S. Scripted Series & Films 보고서 요약문 보기
Inclusion in Netflix Original U.S. Scripted Series & Films 보고서 전문 보기
2) 형평성을 위한 창작발전기금(Netflix Fund for Creative Equity)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향후 5년간 전 세계 유망 인재에 미화 총 1억 달러(환율 1270원 기준 한화 약 1270억 원)를 투자하는 ‘형평성을 위한 창작발전기금(Netflix Fund for Creative Equity)’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 기금은 그동안 스크린에서 잘 재현되지 못했던 소외 계층 출신의 인재들을 지원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갖춘 외부 조직들과의 협력 속에, 전 세계 신인들을 발굴하고 훈련하며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최근 넷플릭스측의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기금을 통해 지난 2년간 35개 이상의 국가에서 80여 개 조직과 협력해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2,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본 기금을 통해 감독, 프로듀서, 각본가, 시각효과 전문가 등 전 세계 4,500명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인력이 자원과 훈련을 제공받았으며, 그중 일부는 넷플릭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약 395명의 인력이 라인 프로듀서나 보조 편집자, 캐스팅 어시스턴트, 촬영 그립 등의 역할로 넷플릭스 제작 현장에 투입되었고, 넷플릭스 시리즈 연출자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감독들은 넷플릭스 최고 화제작들의 일부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이 기금을 통해 각 국가별로 진행된 대표적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에서는 9주간의 집중 훈련 코스를 제공하는 시리즈 연출자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9명의 연출자를 키워냈다. 교육 이후 이들은 전원 넷플릭스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 고용되었다. 크리에이티드 바이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은 소외 계층 출신의 차세대 작가를 키워내기 위해 미국히스패닉미디어연대, 아시아태평양엔터인먼트연대, 미국선주민미디어연합, 흑인TV영화집단, 아웃페스트(LGBTQ 지향 비영리 영화문화단체), 인에비터블재단(장애인 각본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14명의 중견 작가를 키워냈다. 한편 <그레이 아나토미>를 제작한 숀다랜드사와 함께 진행한 숀다랜드 프로듀서 인클루전 이니셔티브 & 래더 이니셔티브에서는 9주간의 집중 훈련을 통해 스튜디오 시스템 내에서 소외된 라인 프로듀서들을 양성하고, TV제작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13명의 훈련생이 앞으로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The Residence》의 촬영장에서 제작과 기술 부문에 투입된 상태이다.
한편 최근에는 치킨 앤 에그 픽쳐스와 협력해 차기 장편작을 작업하는 중견 여성 및 논바이너리 다큐멘터리 영화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개시하였다.치킨 앤 에그 픽쳐스 기획개발지원사업은 총 45만달러(한화 약 5억 7천만 원)의 규모로 운영되는데, 최대 30개의 영화 프로젝트에 기획개발비를 지원한다. 2005년 설립된 치킨 앤 에그 픽쳐스는 여성 및 논바이너리 다큐멘터리 영화창작자에 특화된 비영리 영화제작지원단체로, 창립 이래 450명 이상의 영화 창작자에게 1천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과 수천 시간의 창의적 멘토링을 제공해왔다.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7명의 소외계층 출신 차세대 작가에게 프로젝트 개발과 피칭 스킬을 키우는 유급 현장 멘토링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비영리단체 이매진네이티브와 함께 진행한 이매진네이티브 프로덕션 멘토십 프로그램에서는 선주민 출신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들에게 캐나다 제작 작품의 유급 현장 멘토링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도 북미지역에서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본 기금 사업을 수행하는 협력 단체들로 필름인디펜던트, 로스앤젤레스라티노국제영화제, 리스펙터빌리티, 위민인필름, 위민인애니메이션밴쿠버, 캐나다영화아카데미 등이 있다.
호주에서는 스크린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함께 18명의 비주류 공동체 출신 작가를 양성했고, 코큐리어스와 함께 신인 작가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인도에서는 필름컴패니언과 함께 10명의 다양한 배경 출신의 신인감독을 양성하는 프로그램 테이크텐을 진행했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에서는 푸린픽쳐스와 함께 푸린픽처스 단편영화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감독과 프로듀서로 이루어진 12개 팀이 혜택을 받았는데 이중 4개팀은 단편영화 제작비와 후반작업서비스를 지원받았다. 베트남에서는 마이베트남 단편영화경쟁을 통해 3개 팀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여성 프로듀서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유럽프로듀서클럽을 설립하였고, 피칭을 통해 터키, 우크라이나, 스페인, 불가리아, 루마니아, 아일랜드 및 독일 출신 6명의 여성 프로듀서들이 기금을 지원받았다. Netflix-Sard Because She Created 프로그램에서는 상이집트(Upper Egypt)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굴하고자 하였다. 22명의 알사이드 출신 여성 인력들이 카이로에서 5일간 진행된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스페인에서는 CIMA와 함께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촬영감독, 작곡가, 후반작업인력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설립하였다. 네덜란드에서는 뉴프로듀서아카데미와 협력해 비주류 출신 6명의 예비 프로듀서들에게 18개월간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북유럽에서는 International Sámi Film Institute과 협력해 사미(Sámi)족 출신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다수의 장학금 프로그램을 진행해 16개국 150여명의 영화 및 방송 전공 학생들에게 국내 및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필름 아카데미, 하우스 오브 유럽과 손을 잡고 48개 팀에 기획개발비와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Os Suburbanos, Junior Figueiredo, Rodrigo Sant’Anna와 함께 소외계층 출신 신인 작가들에게 기술적 훈련을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 Clube do Pensamento을 마련했고 중견 흑인 및 선주민 출신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Segundo Ato도 설립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2명의 작가들이 교육기회를 제공받았다.
Netflix Fund for Creative Equity 2023 Update 원문 보기
3) 포용적인 일터 만들기
넷플릭스는 포용적인 일터를 만들기 위해 2021년 첫 번째 포용 보고서 ‘넷플릭스에 포용이 뿌리내리다’를 발간하고 매년 이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얼마 전 2022년 포용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9500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전 직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9.6%, 남성과 그 외 젠더 정체성은 각각 45%와 1.3%로 나타났다. 한편, 약 7000명에 달하는 넷플릭스 미국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52.9%)은 아시아계, 흑인,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출신, 아메리카 선주민, 태평양 도서민 등 역사적으로 소외된 민족 및/또는 인종 중 하나 이상의 배경을 지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23명의 고위급 임원 가운데 여성은 10명(43.5%)으로 집계되었으며, 34.8%(8명)가 역사적으로 소외된 민족 및/또는 인종 중 하나 이상의 배경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는 기업의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현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인도, 일본,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등의 리더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직원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또한, 포용적인 채용 관행과 보상 및 성장지원 시스템, 젠더 포용적인 육아 휴직 정책, 가족 형성 지원 제도, 간병 지원뿐만 아니라 트렌스젠더 케어, 정신 건강, 신경 다양성 등의 영역에서도 지원을 강화했다. 이외 미국에서는 기술 및 경력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소수자 지원 기관의 수를 늘리고, 참여 학생들이 넷플릭스의 인턴십과 대졸 신입 취업 기회에 더 잘 배치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쇄신했다. 또한 소외 계층에 속하는 공급업체에 전년 대비 9% 증가한 금액인 약 7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흑인 운영 은행 및 흑인 주도의 재정 기관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금과 단기 투자 보유액의 2%에 달하게 되었다(2022년 12월 31일 현재 1억 600만 달러).
나가며
얼마전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영화분야) 및 콘텐츠진흥원(드라마분야)과 함께 향후 5년간 2천명의 K-콘텐츠 제작 인력 양성을 적극 후원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이번 업무협약 보도에서 넷플릭스가 그동안 강조해왔던 다양성이나 포용성에 대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2년 전 창작발전기금의 설립을 발표하며 넷플릭스가 발전하려면 그간 소외됐던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뿐 아니라 다른 OTT 및 콘텐츠 기업들의 콘텐츠 생태계 다양성을 위한 시도가 활발히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넷플릭스, “포용의 유산 구축: 넷플릭스 영화 및 시리즈의 다양성에 관한 첫 번째 연구 결과” (한글판) (2021-2-26)
넷플릭스, “한 걸음씩 앞으로: 넷플릭스 최신 영화 및 시리즈 다양성 연구와 넷플릭스 창작발전기금 소식” (한글판) (2023-4-28)
넷플릭스, “2022년 포용 보고서 업데이트” (한글판) (2023-4-29)
[Variety, 2023-3-16] Netflix Teams Up With Chicken & Egg on New Doc Fund to Support Women and Non-Binary Filmmakers
🗽 글쓴이. 김지현
독립미디어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본인과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삶의 조건에 대해 고민과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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