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정세가 격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의 틈을 중국이 삐집고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사우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밀당하는 외교능력이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과연 중국은 위안화로 석유 결제가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
- 전격적이었다. 지난 금요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국교 복원에 합의했다.
- 합의의 핵심은 상호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다.
- 사우디를 위협해 온 후티 반군이나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親)이란 집단을 이란이 억제함을 의미한다. 반대급부로 사우디의 이란 경제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양국의 화해는 중동 최대 지정학적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다.
-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두 국가만의 사안이 아니다. 중동을 무대로 하는 미중 경쟁의 첨예한 주제였다.
- 일단 실질적 승자는 중국이다.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합의가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 자리에서 왕이 전 외교부장은 사우디와 이란 대표 사이에 섰다. 이 자리에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 타이밍은 더 기막히다.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딱 맞췄다. 합의 시점, 장소, 내용 모두 시진핑 지도부의 외교력 과시에 활용된 셈이다.
- 시진핑은 최근 중동에 부쩍 공을 들였다. 작년 12월 사우디를 방문, 걸프 국가들과 적극 협력을 다짐했다. 그해 여름 바이든 대통령 사우디 방문 때 불거졌던 마찰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 경제적 실리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사우디와 이란을 함께 품게 되면 자원 생산과 공급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지지부진한 일대일로 구상에도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전략적 옵션이 늘어난 셈이다.
- 무엇보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 중점을 동아시아로 옮기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염려한다. 동아시아를 막으니 서아시아가 뚫리는 형국이랄까? 미국의 뒤 공간을 중국이 잡아채는 셈이다.
- 이 맥락에서 지역 강국 사우디, 이란, 튀르키예 간 세력 균형을 추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중동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사우디를 친미 진영에 굳건히 안착시키고, 튀르키예는 나토에서 관리하고, 이란을 중립 지대로 끌어오는 목표였다.
- 중국은 이란을 견고한 친중 진영에 묶어두고, 사우디를 중립 지대로 끌어다 놓았다. 적어도 여기까지 전략 싸움에서 미국은 중국에 밀리고 있는 듯 보인다.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우디판 탈(脫)진영 외교의 의지를 드러낸다.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을 압도하며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미국을 누른 것이 아니다. 어쩌면 미국을 더 끌어당기려는 사우디의 게임일 수도 있다.
- 중국이 최대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역 대금 결제용 위안화를 풀었다. 양국 간 위안화 무역 거래 시장을 조성할 ‘마중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목표는 미 달러화로만 원유를 사고파는 현 ‘페트로 달러’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장기적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무역에서 위안화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아랍의 맏형’ 격인 사우디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 1975년 미국은 사우디 왕실에 ‘중동 맹주국 지위를 보장할 테니 원유 결제엔 달러화만 쓰라’고 은밀히 제안했는데, 이것이 바로 페트로 달러 체제다.
- 그간 사우디는 미국의 핵심 우방국을 자처해 왔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책임을 물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홀대하고,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자 양국 관계도 급변했다.
- 베이징도 지난해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시키는 상황을 지켜보며 ‘달러가 필요 없는 무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러시아 다음은 우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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