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도는 일시적일 수 없고, 자살이라는 낙인은 애도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보살핌이 필요해 보인다.

- 애도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바로 애도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다.
- 하지만 애도는 사실 ‘여행’보다는 ‘여정’에 가깝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 영원하듯, 고인을 기리는 애도 과정 또한 끝이 없기 때문이다.
- 애도가 슬픔과 동의어라는 생각도 애도에 관한 또 다른 오해다. 애도에 있어 슬픔은 분명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애도란 실제로는 한 가지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감정의 복합체다.
- 애도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나는 영원히 그 사람을 잃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랑하는 이와 나 사이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그 사람이 없이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거쳐 애도는 결국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대부분 사람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 그렇게 ‘통합된 애도(integrated grief)’에 이르게 된다.
- 하지만 사별을 경험한 사람의 약 10%는 지속적으로(12개월 이상) 강렬한 애도 반응을 보이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현상을 연구자들은 ‘지속적 애도 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라 명명했다.
- 자살 유가족은 다른 원인으로 사별한 사람에 비해 더 큰 수치심, 죄책감에 시달리며, 때로는 분노 혹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 ‘내가 그때 연락을 했더라면’, ‘그때 내가 신호를 알아차렸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들이 격렬한 애도 증상과 맞물리면, 심각한 정서적 통증을 유발하며, 자살 생각이나 시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 실제로 2021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5위가 자살이며, 자살 사망자 수는 당뇨병이나 간질환, 고혈압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다.
- 글쓴이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이 죽고 싶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지만, 절망감에 압도되어 세상을 떠난 것’이라 말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단지 자살 생각에 사로잡힌 뇌는 인간의 본능인 생에 대한 의지를 잠시 흐릿하게 할 정도로 통제하기 힘들 뿐이다.
- 하지만 자살 유가족들은 ‘자살’이라는 죽음의 무게가 고인의 삶을 압도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나도 잘 안다.
- 사람들은 고인의 마지막 5분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아름다웠던 고인의 삶은 잊게 된다. 자살에 찍힌 사회적 낙인은 그만큼 강력하다.
- 동시에 자살에 대한 낙인을 약화함으로써 유가족만 홀로 애도하지 않고,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자살 유가족들이 더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거의 20년째 유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얼마나 논의되고 있는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수많은 자살 유가족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자살을 여전히 자살이 아닌 ‘극단적 선택’이라 부르며 회피하려고 하는, 또 누군가의 ‘선택’이라 단정 짓는 현실에서,
- 우리보다 자살률이 낮은 일본보다 자살 예방 예산의 1%도 채 쓰지 않는 우리는 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직면하고 맞설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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