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 매트릭스 서문:
김영우 박사의 『전생여행』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귀신 이야기라고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수준높은 영혼과의 대화부분 특히 「진리를 향한 기차」의 비유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진리를 향한 기차 안에 탄 사람들입니다. 첫째 칸이 먼저 도착하지만 마지막 칸도 결국은 도착합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기차에는 타고 있지요. 그 기차가 진리에 도달하게 되면 악의 세력들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 영혼의 열차: Master-Minister-Mass-Martyr (4M)
『전생여행』의 「진리를 향한 기차」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물질적인 혹은 회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설국열차』는 이미 인류의 대부분이 사라진 디스토피아 이야기일 뿐이지만, “인류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랑, 자유, 희망과 같은 가치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설국열차에는 머리칸부터 순서대로 리더, 관리자, 대중, 순교자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영혼이 타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Master, Minister, Mass, Martyr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각 부류의 첫번째 이니셜을 따서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4M」 이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리더(Master)는 높은 의식수준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뜻을 펼치기 위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영혼이고, 관리자(Minister)는 리더가 만들어 놓은 기존질서 안에서 높은 수준의 도구적 이성을 사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영혼입니다. 또 대중(Mass)은 의식수준이 낮고 자신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기회가 적어서 늘 이용당하는 영혼이고, 순교자(Martyr)는 의식수준이 아직 낮지만 실존의 고민을 통해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된 영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교정신으로 자신의 내밀한 가치를 오랫동안 지켜낸 영혼은 새로운 열차의 리더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 머리칸 일등석에 타게 되겠지만, 영혼의 열차에는 앞쪽부터 리더, 관리자, 대중, 순교자 순으로 탑승하고 이들은 서로 영적인 성숙을 이끌어내는 존재들입니다. 리더의 의지는 관리자를 통해 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실행되는 것 같지만 관리자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은 관리자나 그가 만든 왜곡된 리더의 의지 즉 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을 겪게 되겠지만 그 중 일부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세상의 변화에 앞장섭니다. 그리고 세상이 그 변화를 허락한다면 그는 새 시대의 새로운 리더가 되어 그 시대에 필요한 것들을 창조해 낼 것입니다.
『설국열차』를 영혼의 열차 혹은 진리의 열차하고 한다면 열차의 첫 번째 리더는 열차의 절대자 윌포드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기차를 좋아했고 커서는 운송분야 기업인으로 성공한 후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재산을 출자하여 열차 내에서 자급자족 하면서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초호화 열차를 만들게 됩니다. 그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만든 이 열차는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게 됩니다.
최고의 기차와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이루어졌지만 그 소중한 열차가 계속 운행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윌포드는 머리칸 청소부로 일하던 하층계급의 메이슨을 관리자로 임명하고 그녀는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열차 밖은 죽음이라며 꼬리칸 사람들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하면서 총리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당장 자기 목숨이 위험해질 때 바로 윌포드를 배신하는 것을 보면 메이슨은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관리자이지 리더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관리자는 자신의 도구적 이성만을 사용하여 생존을 보장받는 남들보다 성능이 좀 더 괜찮은 “생존기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악을 의도하지만 언제나 선을 추동하는 힘이라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악마 메피스토처럼 메이슨도 자기 잇속을 차리기 위해 꼬리칸을 공포로 몰아가지만 결국 혁명을 추동하고 맙니다.
메이슨의 악의는 꼬리칸의 한 영혼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선의지(도덕심)의 씨앗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단백질 블록이라는 배급형 식량을 발명하기 전에 꼬리칸에서는 식인이 성행하고 있었는데 여자를 죽이고 아기를 잡아먹으려는 청년 커티스에게 자신의 팔을 잘라 넘기며 이걸 대신 먹으라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이 노인의 이름은 길리엄이었고, 커티스는 그를 무한히 존경하며 따르게 되고 나중에 혁명의 리더가 됩니다. 길리엄은 아비규환에 빠진 꼬리칸에서 자기안에 있던 선의지(도덕심)를 깨워내었고 또 꼬리칸 전체의 양심도 같이 일깨워 그곳에서 고통받는 하층민들을 진정시키고 그들을 뭉치게하여 꼬리칸의 실질적인 리더가 됩니다.
인류를 멸종위기에서 구한 윌포드와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가 된 길리엄의 이야기가 영화 『설국열차』 이전의 프롤로그라면, 실제 영화에서는 꼬리칸의 혁명을 일으키는 젊은 행동대장 커티스가 반란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감옥칸의 남궁민수, 요나와 함께 열차를 세우고 생존자인 요나와 티미가 열차밖으로 나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렇게 윌포드와 길리엄 그리고 열차를 멈춘 혁명의 주역들이 열차에서 태어난 요나와 티미의 새 시대를 열어 주었고 멸망한 세상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미래는 더욱 탄탄할 것입니다.
Master, Minister, Mass, Martyr, 리더, 관리자, 대중, 순교자. 자유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설국열차』에 이 네 가지 부류의 영혼이 머리칸부터 순서대로 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좁은 기차 안에서도 순교자는 다른 부류의 영혼들과 적극적인 교감하며 새 시대의 리더로 다시 태어납니다. 『설국열차』를 물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머리칸과 꼬리칸이 있는 기차일 뿐이지만 정신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혼의 네 가지 부류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영혼의 열차가 진리에 도달하게 되면 인류정신 아니 태초의 정신은 다시 칠흙같이 어두운 빅뱅이전 가능성의 씨앗(Seed of Potentiality) 안에서 잠시 쉬게될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우주를 품는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맡겨질 일을 찾고, 맡겨진 일을 잘 해 낸다면 우리도 진리를 향하는 영혼의 열차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거침없이 흘러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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