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AI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할 때 진짜 협력이 가능합니다.
2️⃣ 좋은 AI 결과는 모델의 성능보다 ‘좋은 질문’에서 비롯되며, 질문력은 새로운 리더의 핵심 역량입니다.
3️⃣ AI를 도구가 아닌 ‘동료’로 대할 때, 대화와 사고가 함께 확장되는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집니다.
팀에서 리더를 맡아 보신 적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리더’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나보다 경력이 적은 팀원들 여러명을 두고 그들을 지휘하는 것이 리더였죠. 하지만 모두가 AI와 함께 일하는 요즘, AI 팀원을 관리하고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더 이상 경력이 많은 사람 일부의 몫이 아닙니다. 단순히 사용자와 도구의 관계가 아니라 리더와 팀원이 된 인간-AI 협업 구조에서는 자동화가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AI를 인간 능력을 더 강화해주는 기술로 보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죠.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및 반복적인 업무에 강하고, 사람은 창의성, 직관, 맥락을 파악하는 이해 등에서 우수합니다. 이렇게 각자의 강점을 살린 채로 AI와 협력할 때에 사람은 직접 모든 것을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방향을 잡고 결과를 감독하는 리더의 역할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AI 팀원들을 리딩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할까요?

팀원을 이해하는 리더
다섯명의 팀원을 이끌어 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만약 리더라면 각 팀원들의 백그라운드를 알아본 후 각자와 1:1 면담을 먼저 진행할 것 같아요. 각자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동기 부여가 필요한 사람인지,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등등 팀원 각자에 대한 파악을 위해서죠. 팀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머릿속에 팀의 구성과 각자의 역할이 그려지고 업무 분배 또한 효과적으로 가능할거에요.
제가 세 명의 팀원을 리딩해서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팀원 중 한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지만 일하는 걸 정말 귀찮아하는 친구였어요. 또 한 명은 아주 성실하고 자료 정리를 잘하는 조용한 친구였죠. 나머지 한 명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거나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늘 유쾌하고 밝은 성격으로 팀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각자가 모두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었기에 업무를 배분할 때에도 이 특성을 고려하게 되더라구요. 유쾌하고 밝은 팀원 덕분에 회의가 늘 즐겁게 진행되었고, 그 분위기를 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주는 팀원이 있으면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것은 회의가 끝난 후에도 성실하게 자료정리를 잘 하는 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각자의 단점도 물론 있었지만 장점을 중심에 두고 보며 그에 적합한 업무 진행 방식과 구체적인 업무 배분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더라구요.
우리가 AI 팀원들과 일할 때도 마찬가지일거에요. 나의 팀원인 여러 AI들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각 AI들과 충분히 대화-테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죠-를 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여러 AI 각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요즘 챗지피티와 구글 제미나이 두 개의 툴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챗지피티는 창의적인 글을 쓰거나 이미지 초안을 만들어주는 것을 잘합니다. 반면 구글 제미나이는 깊이있는 리서치를 맡겼을 때에 리서치 프로세스를 먼저 저에게 컨펌받고 리서치를 진행하기 때문에 리서치의 단계별로 개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에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만드는 일은 챗지피티와, 그리고 그 글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리서치할 때에는 제미나이와 함께 하곤 하죠. 이렇게 단 두 개의 툴만 사용할 때에도 각자의 강점을 이해하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하듯이, 더 많은 AI 팀원들과 함께 일할 때에는 더더욱 각 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팀원의 역량을 최대화해주는 리더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대답하기’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꼭 나오잖아요.
얼마 전 친한 친구와 업무 회의에 같이 들어간 적이 있는데 친구가 회의 중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더라구요. 회의가 끝난 후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생각해본 아이디어는 아닌데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대답한거라며 회사 생활을 길게 하다보니 아무 질문에나 ‘대답하는 병’이 생겼다고 웃더라구요. 심지어 소개팅 자리에서도, 상대방이 별 생각없이 던진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대답해야 직성이 풀리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든지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상대방에게 좀 더 좋은 대답을 듣기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좋은 질문을 던져야겠죠. 잘 만든 질문이 좋은 대답을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MIT의 한 실험에서는 AI 모델의 개선과 프롬프트의 개선 효과를 비교해보았는데요, 사용자들이 보다 개선된 AI 모델을 이용했을 때 나타난 성능 향상의 절반 정도는 모델의 개선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새로운 모델에 맞추어 프롬프트를 개선한 덕분이었다는 결과를 얻었어요[1]. 즉, 더 좋은 AI 툴을 쓴다고 자동으로 결과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AI에게 지시하고 묻는 방식을 개선해야만 기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거죠.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직원들이 프롬프트 활용 스킬을 빠르게 습득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기업이 AI 도구에 투자한 만큼 임직원 교육과 활용 방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1].
저는 UX 리서처로 일하면서도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자주 느끼곤 해요. 만약 우리가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사실 피상적인 대답밖에 못 들을 가능성이 커요. ‘한국 좋아해요.’, ‘K-pop 가수들에 관심이 있어요.’, ‘한국 음식 좋아해요.’ 등등. 하지만 만약 외국인에게 ‘당신이 한국에 1주일간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비행기를 탔는데 옆 좌석에 마침 한국인이 탔어요. 당신은 여행 계획을 위해 옆자리 한국인과 대화를 합니다. 이 한국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렇게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놓고 질문을 한다면 그 사람은 보다 깊이 있는 대답을 할 가능성이 커요. ‘아마 그 사람은 유행에 민감한 20대 여성일거에요. K-뷰티 팁을 많이 알고 있고 한국의 맛집도 많이 알고 있겠죠. 한국인들은 영어를 잘하니 영어로 물어봐도 쉽게 대답해줄거에요.’ 이렇게 질문의 차이로 그 사람이 한국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를 조금 더 상세히 뽑아낼 수 있습니다.
AI 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챗지피티가 창의적인 글쓰기를 잘한다고 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글 하나 써줘’라고 지시하는 것 보다는 ‘미국 동부에 사는 10대들이 읽을 글을 쓰고 있어. 케이팝데몬헌터스를 통해 K팝을 넘어 이제 한국 문화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친구들이 많은데 이 친구들이 한국의 간단한 역사와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지금 어떠한 문화적 특색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A4 용지 한 장 정도의 글을 써줘.’라고 타겟 독자층과 글의 주제를 좀 더 상세히 설정해 주는 것이 보다 좋은 대답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AI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버드대 연구팀이 인간 리더가 AI 에이전트들로 구성된 팀과 인간 팀을 번갈아 이끄는 실험을 한 적 있는데, 그 결과 AI 팀이든 인간 팀이든 성과가 좋은 리더일수록 팀원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활발히 대화를 주도하는 특징이 나타났다고 해요[2]. 흥미롭게도 “‘우리’가 해보자” 처럼 포용적인 언어(we, us 등)를 쓴 리더일수록 협업 결과가 높게 나타났는데, AI와 상호작용할 때도 질문을 통해 충분한 정보 교환을 하고 AI를 팀의 일부로 포함시킬 줄 아는 리더십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였어요[2].
팀원을 동등하게 바라봐주는 리더
진정한 리더는 팀원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밀어주고 지지해주는 리더라고들 하죠.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리더는 매우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팀원들의 생각을 묻기 보다는 자신의 지시에 따르기를 요청하기도 하구요, 또 어떤 리더는 아무 의견이 없어서 팀원들을 들들 볶아 아이디어를 짜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도 많은 리더들을 경험해 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충분히 권한을 위임하고 최소한의 개입만 하되 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을 주는 리더가 제일 좋았어요.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리더의 상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동등한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AI를 팀원으로 대할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시’에 중점을 두기 마련입니다. AI는 내가 물은 질문에만 대답하면 되지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거죠. 그러다보면 AI 팀원의 역할은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AI 팀원을 나와 동등한 동료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에 새로운 대화의 장이 열리고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죠. 단순하게 답이 정해진 질문을 하기 보다는 AI의 대답을 통해 자신의 시각을 새롭게 하고 그에 이어지는 질문들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챗지피티와 새로운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프로젝트가 시작된 백그라운드와 프로젝트의 목표를 상세히 설명해주며 프로젝트 명칭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챗지피티는 수백개 혹은 수천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가려면 그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한가지를 내가 고르면 되겠죠.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아이디어를 낸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 아이디어는 어떤 강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추가로 질문해보세요. 추가 질문을 통해 챗지피티 역시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생각해보게 되고 더 좋은 답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추가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 풍부해지는 장점 역시 있어요.
모두가 AI 팀원을 이끌고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는데요,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보면 결국 인간 팀원을 리딩하던 시대에 요구되던 역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AI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조금 더 사려깊게 생각해본다면 AI 팀원의 역량 역시 인간 팀원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거에요. 이런 식의 조직이 일반화된다면 문제 중심으로 팀이 빠르게 생기고 없어지는 민첩한 네트워크 형태로 조직이 변화하게 될거에요. 창의적인 업무 역시 달라질텐데요, AI의 활용이 보편화 될 수록 오히려 인간의 아이디에이션, 취향, 전략적 필터링의 가치가 더 커지게 됩니다. AI가 인간이 하기 싫어하던 반복적인 인지 노동에 집중하는 동안 인간은 좀 더 전략적이고 깊이있는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겠죠. 인간으로서의 강점을 유지하되 AI 팀원 역시 진지한 팀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새로운 리더십의 가장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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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Murray, S. (2025, August 4). Study: Generative AI results depend on user prompts as much as models. MIT Sloan: Ideas Made to Matter. Retrieved from https://mitsloan.mit.edu/ideas-made-to-matter/study-generative-ai-results-depend-user-prompts-much-models
[2] Weidmann, B., Xu, Y., & Deming, D. J. (2025). Measuring human leadership skills with AI agents. (NBER Working Paper No. 33662).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https://doi.org/10.3386/w3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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