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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계산하는 시대에도 관계는 남을까

AI 시대의 관계의 경제학

2025.10.08 | 조회 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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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한 주 동안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외로울 땐 AI한테도 마음이 가는 것이 요즘의 위로입니다.

2️⃣ AI에 익숙해질수록 사람한테는 조금씩 무뎌집니다.

3️⃣ 이제 공감도 데이터로 계산되는 세상이 올수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연휴가 길어서 가족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가족 여행이라고 하면 행복하고 단란한 모습을 떠올리지만, 막상 가보면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죠.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다투는데, 가족끼리는 더 감정이 얽혀 있으니까요. 서로에게 기대가 크고,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서 작은 말 한마디에도 서운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기대했던 여행이 서운함으로 바뀌고, 짜증과 감정이 터지기도 합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이럴 때 문득 이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AI가 우리의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대신해주면서 감정적인 피로를 줄여줄 수 있다면, 모두가 편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AI 시대에 인간관계를 AI가 대체하게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Image : Medium / Super Ventures Blog (The Coming Age of Empathic Computing)
Image : Medium / Super Ventures Blog (The Coming Age of Empathic Computing)

우리가 AI에게 마음을 주는 이유

우리는 AI를 종종 사람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AI에게 의도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이런 경향은 AI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AI를 사람처럼 느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사회적 연결 욕구, 생각을 단순화하려는 인지적 습관, 그리고 자신과의 유사성 인식 등이 그 이유입니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거나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AI를 ‘사회적 대체자’처럼 느끼게 되죠. AI와 일정 시간 대화를 이어가면 “AI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감정이 생기고, 공감 어린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 같은 AI라 해도 감정이 담긴 말투나 표현이 들어가면 사람처럼 느껴지는 정도가 더 커집니다. 목소리나 표정이 없어도 언어 속에 담긴 공감 표현만으로 AI를 신뢰하거나 친밀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의 생성형 AI는 대화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AI에게 마음을 느끼는 경험’을 더 자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AI를 사람처럼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사람을 점점 기계처럼 대하게 되는 부작용도 생깁니다. AI를 인간적으로 인식하는 행위는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AI의 인간화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성의 일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AI와의 관계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단기적 보상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짜 인간관계로 돌아가려는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죠. AI가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낄수록,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은 점점 줄어듭니다.


AI에 마음을 쓸수록 사람에게는 덜 공감한다

사람들은 AI 사람처럼 느끼기 시작하면 AI에게도 감정이나 마음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1]. 이런 의인화는 공감을 포함한 정서적 자원이 비인간 대상에게까지 넓어지는 현상이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공감 능력이 무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정된 주의와 감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어딘가에 집중하면 다른 곳엔 덜 쓸 수밖에 없죠. 그래서 AI를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면 AI가 인간관계의 일부 공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AI와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될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AI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에요. 이런 안정적인 반응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인간은 감정의 일관성을 ‘안정감’으로 해석하니까요. 이때 생기는 신뢰는 두 가지입니다. AI가 정확해서 믿는 ‘이성적 신뢰’, 그리고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껴서 생기는 ‘감정적 신뢰’. 그런데 감정적 신뢰는 이성적 신뢰보다 훨씬 오래 지속됩니다. AI가 실수하더라도 “그래도 이건 이해해줬잖아”라고 느끼는 식이죠.

결국 인간보다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AI는 감정적으로는 편하지만, 관계 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AI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인간관계를 회피하게 되고, 그 결과 외로움을 줄이려다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설이 나타납니다. AI는 관계를 치유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관계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즉, AI를 통해 관계의 효율성을 얻는 대신, 인간의 독립성과 관계를 잃을 수 있는 것이죠.


관계에도 가격이 매겨지는 시대

경제학에서도 이런 변화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AI는 인간관계의 경제적 구조를 바꿔놓고 있어요. 인간관계를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측정 가능한 관계 자본으로 보는 연구들도 있습니다[2].

과거에는 신뢰, 협력, 평판 같은 관계의 요소들이 시장 밖의 영역, 즉 비경제적인 영역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기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런 관계의 신호들이 데이터로 전환되고, 정량화된 거래 단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앱의 기사 평가 점수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 신호가 경제적 가치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 거예요. AI는 이런 사회적 자본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거래 비용이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부분이 줄어들면서 관계가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경제 행위가 된 거죠. 고객 응대나 팀 커뮤니케이션, 정서적 지원 서비스 등 이미 AI가 인간의 관계적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이 더 확장되면 공감, 신뢰, 감정 같은 관계의 요소들이 가격이 매겨지는 ‘상품화된 관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는 건 아닙니다. 인간의 공감이 희소한 자원이 되면, 고소득층은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 서비스를 선택하고, 저소득층은 AI 기반의 대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감정의 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과 맞물리는 사회가 될 수도 있죠. 이런 사회에서 AI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존재를 넘어 사회적 행동과 관계 구조를 설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AI는 인간관계를 없애지는 않지만, 그 의미와 비용, 효용을 새롭게 정의하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연구들을 보면, AI의 신뢰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인간적인 친밀감은 낮아지는 ‘효율성–공감의 역설’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건 참 피곤하면서도, 그만큼 쓸데없이 즐거운 일이죠. 그중에서도 사랑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사랑은 비효율적이어야 아름답습니다. 시간과 마음, 공감이 차곡차곡 쌓여야 만들어지는 과정이니까요. AI는 이 과정을 짧은 시간에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까지는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AI 시대에는 인간의 관계가 더 특별해질지도 모릅니다. 공감이 점점 희소해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진짜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느낄 테니까요. AI가 공감을 잘하도록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는 사람만의 관계를 위해 시간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고,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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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Waytz, A., Cacioppo, J., & Epley, N. (2010). Who sees human? The stability and importance of individual differences in anthropomorphism.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5(3), 219-232.

[2] Zhang, L. (2018). Research on the relationship between relational capital and relational rent. Cogent Business & Management, 5(1), 143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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