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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기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요?

사용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고려하는 요소들

2024.05.08 | 조회 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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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매주 월/수요일, 한주간 생각해볼 만한 IT/UX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 Summary

1️⃣ 사람들은 신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술의 유용성, 사용성, 그리고 기술로 인해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감정적 즐거움 등을 고려합니다.

2️⃣ 기술 수용 모델이 발전함에 따라 사용성부터 감정적 가치, 사회적 요인, 기기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치까지 점차 추가되며 모델이 확장되었습니다.

3️⃣ 어렵지만 유용한 기술들을 보다 쉽게, 그리고 가치있게 잘 다듬어서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UX 디자이너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제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 해요. 사람들은 어떻게 기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요?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기술도 있지만, 정말 유용해보이는데 사장되는 기술들도 있죠.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이 기술들을 판단해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는건지 늘 궁금했어요.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노인들이 기술을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요양병원에 한동안 계셨는데, 그때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어요. 할머니를 직접 뵙지도 못하고 유리창을 통해서 만나야 했었는데, 할머니가 영상통화를 잘 사용하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를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기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건지를 알면, 기술 취약 계층에게 기술을 알리는 일도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Image : HK laureate forum
Image : HK laureate forum

그럼 사람들이 어떻게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게 되는지,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들을 한 번 살펴볼게요.


기술 수용 모델 (TAM, Technology Acceptance Model)의 발전

사람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연구들은 기술 수용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가장 처음 제안된 모델이 무려 1989년의 TAM [1]이니 연구 역사가 꽤나 오래되었죠? 그 당시 제안된 모델에서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사용편의성(Perceived ease of use),  그리고 사람들이 인지하는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 이 두 가지가 기술을 수용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후 연구가 거듭되면서 단순히 이 두 가지 변수만으로 기술 수용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더 많은 변수가 들어오며 모델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죠. 아래 그림을 보시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변수들이 추가되는 현상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TAM과 더불어 지금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델은 UTAUT 모델인데 이 모델 역시 한 번 더 수정되어서 UTAUT2가 나왔죠.

아래 도표를 보시면 전통적인 가치인 사용성부터, 사용자의 만족/즐거움, 사회적 외부 요인, 기기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치까지 차례로 추가되며 신규 기술에 대한 소비자 수용 모델이 발전해 온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실거에요.

Image : 기술 수용 모델의 발전 과
Image : 기술 수용 모델의 발전 과

주요 기술 수용 모델 들여다보기

말씀드렸듯이 지금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모델이 바로 TAM과 UTAUT 두 가지에요.

TAM이 처음에 제안될 때에는 두 가지 변수만 고려했었지만, 1992년에 다시 수정된 TAM이 제안되었죠[2]. 아래 그림을 보시면 우측에 있는 부분이 기존 TAM이었는데요,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외부 변수들이 추가된 것을 보실 수 있어요. ‘유용함’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추가되었구요,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실제 사용 의향이 결정될 때에 이 외부 변수들이 추가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 Revised TAM의 설명이에요.

Image : Revised TAM [2]
Image : Revised TAM [2]

다음으로 2003년에 UTAUT(Unified Theory of Acceptance and Use of Technology)라는 모델이 제안되었어요[3].

Image : UTAUT [3]
Image : UTAUT [3]

제안한 각 변수들의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사실 변수의 의미를 따져보면 TAM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어요. Performance Expectancy TAM의 Perceived Usefulness와 유사한 변수이구요, Effort ExpectancyPerceived ease of use와 유사하죠.

대신 Social influence와 Facilitating condition이라는 변수가 추가되었는데, Social influence는 다들 유추하실 수 있듯이 사회적인 영향이죠. 새로운 기술을 영향력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되거나, 혹은 본인이 속한 집단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Facilitating condition이 기술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나에게 갖춰져 있는가 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전기차를 너무 갖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만약 자신의 집 근처, 혹은 본인의 생활 반경 내에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인프라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면 전기차를 실제 이용하기는 어렵겠죠? 이런 식으로 주변 환경 역시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9년 후인 2012년에 UTAUT2[4]가 다시 제안되었어요.

Image : UTAUT2 [4]
Image : UTAUT2 [4]

우와.. 딱봐도 막 복잡하죠. Hedonic motivation, Price value, Habit이 추가되고 Voluntariness of Use가 빠졌어요. Hedonic motivation은 TAM2에서 사용된 Perceived enjoyment와 맥락을 같이 하죠. 기술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기술 수용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거에요. 지금은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리고 Price value는 가성비, 즉 이 기술이 나에게 주는 가치가 기술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큰가에 대한 판단이죠. 마지막으로 추가된 Habit은 Experience와 ‘자동성’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사람이 스스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동적인 행동을 뜻하며, 경험을 통해 습관이 형성되는 것이죠. 

복잡해보이는 모델이지만 변수 하나하나씩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죠. 우리가 보통 새로운 제품을 기획할 때도 이런 요소들을 늘 고려해왔던 것 같긴 해요. 다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죠.

마지막으로 UTAUT2가 나온지 이미 12년이 넘었으니 그 이후로도 다양한 모델들이 제안되어 왔어요. 하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연구들은 TAM과 UTAUT 모델을 주로 활용하고 있답니다. 

이 모델들은 각각의 변수를 구성하는 설문 문항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에 사용자들에게 이 문항을 제시하여 조사를 하면 이 해당 기술의 사용 의향에 어떤 변수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여러분들도 신제품 출시 전 리서치에 한 번 활용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노인들이 기술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제가 오늘 시작하면서 노인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씀드렸죠? 설명드린 모델들에서 Age, Experience, Habit 등이 기술 사용 의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듯이 노인들의 나이, 그리고 살아오면서의 경험과 습관들 때문에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체코 프라하에 있는 역사깊은 노인 요양 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건물 곳곳에 노인들이 친숙하게 여길만한 물품들을 비치해 놓은 것이었어요. 노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낯설어하지 않도록 자신들이 젊었던 시절에 사용했을법한 물건들을 통해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죠. 그리고 노인들의 정서적 발달을 고려하여 작은 토끼 몇 마리를 층마다 두고 노인들이 돌보게 하더라구요. 자발적으로 생명을 돌보면서 책임감과 함께 정서적 안정감을 함께 주는 것 같았어요.

Image : Palata (Czech, Prague)
Image : Palata (Czech, Prague)

이런 것 덕분인지 이 기관에서 생활하는 노인분들은 다양한 액티비티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시더라구요. 한국 요양병원에서 조금은 수동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분들을 주로 봐서 그런지 저에게는 꽤 놀라운 장면이었어요. ‘기술’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서 자수를 놓고 직물을 짜는 방법을 배우는 모습을 봤는데 매우 적극적으로 도구를 이용하고 배우시더라구요. 처음보는 저와도 번역기를 이용해 소통하려고 하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기술 수용 모델의 발전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인 요인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새로운 변수로 추가되었잖아요. 기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집단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들에게 즐거움과 유용성을 함께 줄 수 있는 기술을 잘 다듬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UX 디자이너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잖아요. 어려운 기술도 쉽게 풀어서 사용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 그리고 그 안에 즐거움과 재미도 잊지 않고 녹여내는 것.


오늘 뉴스레터의 내용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진 않으셨나 모르겠네요. 복잡해보이는 이 모델들을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렵지만 유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기술을 잘 포장해서 전달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항상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이번 한 주도 업무에서 이런 역할을 잘 해내시는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월요일에 새로운 IT 소식들로 찾아뵐게요! 


Reference

[1] Davis, F. D. (1989). Perceived usefulness, perceived ease of use, and user acceptance of information technology. MIS quarterly, 319-340.

[2] Davis, F. D., Bagozzi, R. P., & Warshaw, P. R. (1992). Extrinsic and intrinsic motivation to use computers in the workplace 1.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22(14), 1111-1132.

[3] Venkatesh, V.; Morris, M.G.; Davis, G.B.; Davis, F.D. User Acceptance of Information Technology: Toward a Unified View. MIS Q. 2003, 27, 425.

[4] Venkatesh, V.; Thong, J.Y.L.; Xu, X. Consumer Acceptance and Use of Information Technology: Extending the Unified Theory of Acceptance and Use of Technology. MIS Q. 2012, 36, 15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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