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름이 훌쩍 다가온 것 같다가도 슬쩍 발을 빼더니 훅 하고 들어오는 걸 보니 여름은 아무래도 장난꾸러기인가 봅니다. 최근에 시를 쓰는 것으로 창작 욕구를 풀고 나니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도무지 생기질 않더라고요. 전에도 언급했던 것 같지만... 블로그도 소소하게 글쓰는 창구로 이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겹치는 것은 쓰고 싶지 않고, 익숙한 포멧을 먼저 이용하다 보니 메일리에 글을 담는 게 미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글을 읽어주는 이들이 메일리에 더 많다보니 끊을 수 없이 종종 찾아오게 돼요. 오늘처럼요.
저는 요즘 화가 많은 하루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양하게 가지고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방식이다보니 해소를 해도 꾸준히 쌓였나봅니다. 가끔 보면 한숨 쉬는 제가 미워보이기도 하고, 일이 힘드냐고 묻는 동료들의 말도 귀찮게 들리더라고요. 물론 동료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걸 쓸 거냐 하면 밀린 마음들을 청산하고자 몇 가지 마음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해요. 가볍게 읽어 주시고, 꽤 괜찮은 밤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1. 사랑
사랑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언제 오는 지는 알 수 없다. 이상적 시기는 유년시절이겠지만, 유년시절 사랑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을지 모른다. 어릴 적 순간의 사랑은 본인이 알기 어려울 수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보통 그 왜곡은 좋지 않은 쪽으로 생성된다. 또한 모든 이들은 성격과 성향이 다르기에 같은 선의도, 같은 사랑도 크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아마 많은 마음과 시간을 들여 키워졌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지만 그저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 나의 자아 형성이나 가치관 적립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에도 미숙하게 된 것에 사랑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본 기억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어릴 적 집에 피아노가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어떠한 일이 있기 전, 나의 어머니는 꽤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선물을 줄 수 없으니 크리스마스에 편지를 써 피아노 위에 올려두었으니. 이러한 기억은 정말 문득, 불쑥 떠올라 오래 간직하게 된다.
아무튼, 아직 내게는 사랑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살아있는 동안 찾아오면 좋을텐데. 조금 더 빨리 오면 좋을텐데. 내게 가장 큰 결핍을, 감정의 가장 큰 부분인, 가장 유명한 사랑을 시로 읊다보니 결핍이 더 선명해져 마음이 조금 쓰렸던 것 같다.
2. 결핍
내가 가진 가장 큰 결핍은 사랑이지만 그것보다 조금 앞선, 크기와는 관계없는 결핍은 돈인 것 같다. 스물에 처음 만진 내가 번 나의 돈은 꽤 짭짤했고 꽤 씁쓸했다. 처음 갔던 사회는 암울했고 거창해보였으나 (...) 생략하겠다. 아무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소비라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나의 두 번째 결핍은 재능이다. 나는 무엇이든 잘함의 바로 아래의 학생이었다. 오래 배운 피아노도 실습보다는 이론이 재미있었고, 오래 공부한 영어도 늘 1등이었다가도 쉽게 뺏긴 뒤로 되찾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어릴 때는 프리토킹이 가능했고 발음도 현재보다 훨씬 좋았다.) 모든 선생님이 인정한 창의력 좋고, 발표 잘하고, 리더십 있는 학생이었지만 딱 좋은 것까지였다. 성적이 우수하였어도 그보다 더 잘하는 것들이 있는 사람은 있었다. 늘 그 아이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덜 해도 더 잘하는 아이들, 내가 노트를 빼곡히 채워 외우는 동안 몇 번 보더니 외우는 아이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는 동안 더 빠른 속도로 잘하게 된 것을 취미 삼을만큼 잘하는 것이 넘쳤던 아이까지. 모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재능이라는 것을 발견해 본 적이 없기에. 아마 영영 나의 결핍이 되겠지. 나는 늘 공부하는 삶을 살기로 택했으니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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