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담이 통신의 통신원 김용홉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싱가포르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작담이 통신은 여행 후기 되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자유 여행이 아니었고 친구와 함께한 여행도 아니었습니다. 외가 친척 어른들 여행에 엄마의 보호자 격으로. 그러니까 말하자면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 포지션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 외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목계를 하고 있었어요. 다달이 모인 돈으로 각 집 자녀들이 진학할 때마다 학비를 얼마씩 나눠주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제 모두 성인이 되며 학비를 위한 회비 지출이 없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돈이 많이 모였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본래 자녀들 아닌 어른들끼리의 여행이었는데, 우리 집은 엄마 혼자 보내기가 뭐 해서 제가 보호자 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일행 여덟 명 중 저를 제외한 일곱 명은 모두 5, 60년대생인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봐온 집안 어른들이지만 아주 허물없지는 않고, 제가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좀 경직되는 터라 가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게다가 저는 해외 가본 일이 거의 없어서 필요한 물품 새로 주문하거나 정보 찾으며 챙길 게 많았고, 그 와중에 제작 일정 앞당기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여행 가서도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텐데 가기 전부터 퍼져 버릴까 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답게 일 년 내내 고온다습하고 잦게 비가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운 좋게도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을 제외하면 내내 말간 하늘 아래에 있었어요. 다행스럽지요. 저 혼자 가는 여행이었다면 비가 와도 나름 운치 느끼며 다녔겠지만, 어른들과 움직이는데 비까지 오면 어렵더라고요.
공항에 운전해서 간 건 처음이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이동하는데 대중교통은 불편할 테고, 택시 왕복 비용보다 운전하는 게 비용 저렴하더라고요. 대학 동기에게 운전해서 공항 갈 거라 하니 "너는 공항 가까우니까 택시 타는 게 낫지 않아?"라고 하는 거 있죠? 어이없어...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야, 우리 집에서 운전해서 가도 한 시간 넘게 걸려! 인천 커! 네가 뭘 알아! 하여튼 서울 시민 지구 평평설 아주...." 그랬더니 깔깔 웃더라고요. 진짜 어이없어....
싱가포르 도착해 공항을 나서니 곧장 숨이 턱 막힐 만큼 높은 습도가 저희를 반겼습니다. 자정 가까워 도착했음에도 기온과 습도가 높더라고요. '이것이 동남아구나!' 여행 풋내기에게 단번에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어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니만큼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습니다. 가이드분은 여기저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도시가 깨끗한 이유, 인력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물가에 관해서. 특히 술이 비싼 이유에 관해서. 싱가포르 정치 상황 등등 다채로운 주제였습니다. 전시 볼 때 가능하면 도슨트 투어를 신청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참 재밌어요. 스스로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편식 없이 듣는 이야기도 나름의 재미가 좋았습니다. 패키지여행은 처음이었는데요. 여행 장소와 먹는 것 알아서 다 준비해 주니 편리했지만, 그래서 되레 깊은 의미로 닿지는 못했어요.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어떤 곳에서 길게, 혹은 짧게 머물러볼까 고민이 없다 보니 아주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
첫날은 주로 동식물이 있는 공간을 걸었습니다. '보타닉 가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리버스 원더', '실로사 비치'
머라이언 공원, 차이나타운, 깜뽕끌람, 하지레인, 리틀 인디아, 에메랄드 힐, 오차드로드 같은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공간도 들렀고요. 참, 인도인들이 모여 사는 리틀 인디아에 갔을 때는 인도 커피 분말을 샀어요. 그렇지 않아도 요리 유튜버의 인도 커리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했었거든요. 호작담 인스타그램 잘 보고 계시면 언젠가 인도 커리 만들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겠지요!
센토사섬의 익스트림도 체험했지요. 마리나 베이 샌즈, 부기 스트리트 같은 쇼핑 공간도 들렀습니다.
패키지 그룹의 대부분이 부모님 또래였어요. 젊은 저도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어떻게 어른들 상대로 이런 벅찬 일정을 짠단 말인가요? 그저 느긋이 머무르는 여행을 바라는 제 성향 탓일 수도 있겠지요. 분주하게 따라다니는 와중에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정신없는 일정 소화하다가니 어지러웠지만, 새로운 풍경을 보는 건 즐겁더라고요.
어른들은 제게 고생 많았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별것 한 게 없습니다. 제가 한 건 충실히 사진사의 역할을 했다 정도일 거예요.
여행 후기라 적어놓고 너무 별 없었죠? 여행 후기를 평소 많이 안 써보니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이에요. 호호... 제가 찍은 사진들 몇 장을 엽서로 인쇄해 볼까 합니다. 댓글로 '엽서 원해요!'를 써주신 분들 중 다섯 분을 골라 랜덤 엽서를 2장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첨되신 분들께는 성함과 연락처, 주소를 여쭤봐야 하니 답하기 곤란하신 경우 당첨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으면 제가 다 가지는 거지요 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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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숑숑이
유쾌한 싱가폴 여행기 덕분에 출근길이 기분 좋아졌어요😹 사진이 너무 좋아서 엽서열차에 손 흔들어 봅니다👋
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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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숑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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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엽서 원해요!!!!!!! 사진 짱!
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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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엽서 원해요 ! 옛날에는 여행 다녀오면 사진 인화 하는 게 중요한 짐풀기 단계였는데, 핸드폰으로 주로 사진 찍다보니까 인화하는 일이 많이 줄어든 거 같아요. 언제든 손바닥 위에서 앨범 열어보는 점은 좋지만요. 작담이통신으로 사진 받아보니 왠지 인화한 여행사진 보는 기분이라 반가웠어요.
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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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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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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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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