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는 Atinum SaaS Day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의 SaaS 시장에 대해 공부 할수 있었던 정말 귀중한 자리였는데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일본의 SaaS 전문 VC분들과 (Salesforce Ventures Japan, DNX Ventures) 일본 SaaS 시장에 대하여 디스커션 하는 자리에 패널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날 말씀드렸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의 SaaS 시장에 대한 생각을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1-1. 한국과 일본의 SaaS 시장 비교
한국 SaaS 시장은 약 1조 8천억원 (출처: IDC, 2022년 기준), 일본 SaaS 시장은 약 1.1조엔 (출처: 후지키메라, 2022년 기준)으로 대략 일본이 6배 정도가 큰 시장입니다.
일본의 GDP가 한국보다 약 2.5배 정도 큰 점을 고려하면, SaaS 시장도 그 정도로 커야될 것 같은데 경제규모 대비 일본의 SaaS 시장은 한국보다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SaaS 시장이 아직 많이 작다고 말합니다.
일본에도 SI(System Integrator) 회사들이 상당히 많고, 주요 SI 기업들의 매출은 연간 30조원을 상회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SI 회사에 개발을 위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코로나때 화제가 되었던 일본의 도장 문화 등을 고려하면, 아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어 있지 않은 시장도 매우 큽니다.
일본의 엔터프라이즈 IT 시장규모는, 약 27조엔으로, 현재는 이 중의 단 4%만이 SaaS 시장인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이 비율이 약 15% 정도라고 합니다.
만약 일본도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SaaS 비율이 성장한다고 하면, 일본의 SaaS 시장규모는 지금보다 약 4배 정도가 큰 40조원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SaaS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aaS를 도입하기 위한 클라우드 시장에는, 메가존클라우드나 베스핀글로벌과 같이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MSP 회사들이 있습니다.
메가존클라우드의 매출은 2021년 4560억원에서 2022년에는 1조원 이상으로 확대가 되었고, 베스핀글로벌의 경우도 2023년에 4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또한, 대표적인 클라우드 회사인 AWS도, 한국의 임직원이 2022년 약 700명 규모에서 2023년에는 거의 50%인 350명이 늘어서 1,100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AWS 재팬의 임직원이 약 2,900명이기 때문에 조금씩 GDP 대비의 차이 정도로 좁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 한국과 일본의 SaaS 스타트업 시장 비교
그럼 스타트업 시장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선 한국은, 아직 수천억원의 밸류에이션을 받거나, 수백억원의 ARR(연간 반복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SaaS 스타트업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SaaS 스타트업으로 상장한 곳도 거의 없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B2C / 플랫폼에 비하여 그동안 B2B SaaS가 많이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스타트업 시장에서 가장 많이 투자받는 섹터를 뽑으라고 하면, 항상 들어가는 섹터가 SaaS 입니다. SaaS 회사 중에 유니콘도 다수 있고, 상장해서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인 회사도 다수 있습니다.
명함 관리 앱으로 출발한 Sansan의 ARR은 294억엔이고, 중소기업의 회계관리 SaaS를 제공하는 Freee의 ARR은 233억엔입니다.
위 기업들은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Horizontal SaaS라서 밸류에이션이나 ARR이 높다고 볼수도 있지만, 특정 버티컬의 기업들만이 사용하는 Vertical SaaS 스타트업들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건설회사에서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SaaS를 제공하는 Andpad는 밸류에이션이 800억엔을 넘어섰고, 약국에서만 사용하는 SaaS를 제공하는 Kakehashi도 400억엔을 넘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은 SaaS 스타트업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도 많고, 플레이북도 있고, 이러한 성장을 경험해본 인재들도 많고, SaaS 스타트업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SaaS 전문 VC들도 여럿 있어, 한국 스타트업에게 그리고 한국 투자자에게 많이 참고가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한국이 가진 강점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잘 없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입니다.
한국은 센드버드나 몰로코와 같이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서,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주요 SaaS 기업들은 일본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만 하더라도 높은 매출을 통해 유니콘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도전을 생각하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아직까지는 굉장히 드뭅니다.
2. 일본에서 잘하고 있는 한국 SaaS 스타트업
그러면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 일본 SaaS 시장에 잘하고 있는 곳도 있을까요?
먼저 이날 발표도 하셨던 올거나이즈 입니다.
올거나이즈는 정말 대단한 점이, SMBC나 노무라 등 일본의 보수적인 금융기관을 뚫었다는 점입니다.
일본에도 많은 SaaS 회사가 있고, 특히 요즘 AI는 일본에서도 붐이기 때문에, 자연어처리 관련하여 여러 미국 빅테크를 비롯하여 일본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뚫을수 있었을까요?
우선 경쟁사대비 압도적인 제품력,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비교해서 사용 해 보면 답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경쟁사와의 비교 테스트에서, 압도적인 제품력이 바탕이 되면 일본의 엔터프라이즈 고객 입장에서도 안 쓸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 제품력만 있으면 잘 팔릴까요?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올거나이즈에는 거기에 더불어서, 엔터프라이즈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현지의 일본인 대표가 있었습니다. 올거나이즈의 일본 대표인 사토상은 정말 세일즈를 안정적으로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엔터프라이즈 기업의 경우, 해외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용할 때, 혹시나 문제가 발생하여도 안정적으로 대응해줄수 있는 현지 인력이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올거나이즈는 철저하게 대비가 되었기에 일본에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채널톡입니다.
워낙 일본 진출 성공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위의 올거나이즈가 SLG (Sales Led Growth)의 참고사례라고 하면, 채널톡은 PLG (Product Led Growth)의 참고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고객도 확대되고 있지만 채널톡은 SMB 그중에서도 특히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였습니다. 좋은 프로덕트를 제공하고 Self-Service로 구매까지 할수 있는 것은 물론, 팀의 스피릿도 일본의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목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한 사례로, 고객의 목소리를 더 들으시라고 일본 장인이 만든 귀이개를 고객들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이러한 플레이를 할수 있는 곳이 일본에서는 별로 없었기에 스타트업 업계에서 바이럴이 되고, 그렇게 팬을 만들고, 일본 스타트업 업계의 이너서클에 들어가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 SaaS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과 과제
SaaS 비즈니스로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잘 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를 나누어서 보면, 제품을 잘 만드는가 측면에서는 저는 한국 스타트업이 매우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SaaS 시장은 먼저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스타트업 시장은 한국이 먼저 성장하였고, 좋은 인재가 스타트업 시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수 있는 강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잘 팔수 있는가를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은 예를들면 SaaS 회사 중에서 1,000억원의 ARR을 넘는 곳이 많이 없습니다. 100억원에서 1,000억원의 ARR을 가려면, 예를들면 세일즈팀은 어떻게 세팅하고, 세일즈 프로세스는 어떻게 정해서 각 프로세스별 KPI는 무엇을 가져가야되는지, 그 과정에서 비즈옵스팀과 세일즈옵스팀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되는지 등을 경험한 사람이 정말 적습니다.
미국은 물론 일본의 여러 스타트업들은 이미 그러한 경험을 하였고, 각자만의 플레이북도 있고, “더 모델” 등 정리된 책이나 방법론 등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그러한 경험을 못했을 뿐이며, 채널톡, 올거나이즈와 같이 한국을 넘어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더욱 늘어날수록 한국 SaaS 스타트업만의 플레이북이 완성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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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항상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채널토크와 올거나이즈를 뛰어 넘는 또 다른 사례가 계속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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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좋은 기사입니다. 눈이 땡글땡글 해지는 기사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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