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U입니다
지난 한주는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너무 힘들고, 충격이 많은 한주였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우리를 걱정한 주이기도 하였죠. 이 뉴스레터는 비지니스를 위한 내용이기 때문에 깊게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정국이 빠른 시일안에 안정되고, 이런 ”한 사람에 의한 불확실성”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빕니다.
자, 이제 곧 2024년이 마무리 되는데요, 올해에는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일본에 방문하셨습니다.
오래전부터 일본 진출을 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재팬부트캠프를 운영해오시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외에도 d·camp를 비롯한 창업지원 단체나 GDIN과 같은 재단, 그리고 롯데벤처스와 같은 VC나 메가존클라우드와 같은 스타트업 협업사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한국의 스타트업과 함께 일본에 오셨고, 많이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분들과 얘기하면서 문듯 든 생각은, 이분들은 일본에서 본인들이 경쟁해야하는 상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라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스타트업분들이 VC 심사역들에게 피치했을때 자주 받으실것이라 예상되는 질문중 하나는 아마 “만약 네이버가 / 카카오가 이 사업에 들어오면 어떻게 싸우실것인가요?”가 될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네이버/카카오 부분에 들어가는 일본 기업은 어딜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한국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얼마나 계실까 궁금합니다. 또한, 본인의 사업영역에서 이러한 일본의 빅테크를 잘 알고, 그들이 어떤 사업운영을 하고 있는지는 자사의 일본사업 규모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채용인데, 일본의 빅테크에서 업계(특히 테크 스타트업이라면 IT가 되겠죠)를 잘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것은 해외 진출의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우리 경쟁사를 모르면 내가 얼마에 어떤 사람을 하이어링 할 수 있을까, 그러한 부분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질문에 해당되는 일본의 “네카라쿠배당토”를 포함한 일본의 테크업계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일본에는 “네카라쿠배당토”가 없다?
알아볼까요? 라고 해놓고 뜬금없는 얘기이긴 합니다만, 일본에는 한국의 “네카라쿠배당토”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빅테크를 지칭하는 약어(a.k.a FANG/GAFAM)가 없다는 얘기인데요, 이건 일본에 테크기업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본의 업계 구조가 파편화 되어있고, 그 실정은 둘째치고 “오래된 테크기업”이 너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먼저 업계를 크게 BtoB, BtoC로 나눠서 보겠습니다.
위 도표는 일본 IT 기업의 수에 대한 내용인데요, 흔히 우리가 SI기업이라고 얘기하는 시스템 개발회사와 정보처리 서비스업을 합하면 약 21만사에 달하고, 해당 업의 종사자는 약 120만명으로, 한국의 11.2만명에 비해 약 12배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또한 엔지니어 채용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외주 업체의 개업율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메가존 클라우드도 일본 시장을 노리고 있고요. 일본판 메가존 클라우드라고 할 수있는 클래스메쏘드사의 매출은 과거 최고 수준이라고 하고 지난 년도의 매출이 760억엔에 영업이익이 60억엔에, 금번 회계년도의 매출은 1,000억엔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해당 부분은 AI가 보급되면서 개발에 대해 커버리지 해야되는 영역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더 가속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BtoB 영역의 절대 강자는 많지 않으며, NTT Data, Fujitsu, NEC와 같은 일본의 공룡 기업들이 일본의 관공서와 제조사를 꽉 잡고 있고, Accenture등 신흥 IT 컨설팅 to SI비지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이를 따라가고 있는 전국시대와 같은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회사들은 이미 오래된 레거시 기업이고,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면 협업이던 경쟁이던, 어떻게든 넘어야 할 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BtoC를 보죠.
위 도표는 일본 인재 채용 회사인 ONE CAREER가 정리한 인기 메가벤쳐 20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입니다. 메가 벤처의 정의는 딱히 정해져 있는것은 없지만, ONE CAREER에서는
- 시총 500억엔 이상에 종업원 500명 이상인 상장사
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의 차이는 상장여부가 가장 크죠.
여기서 BtoC로 분류되는 회사는 오렌지색으로 정리하였고, 이 회사들이 일본으로 따지면 (BtoC IT기업이라는 점에서)“네카라쿠베당토”에 가까운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여기에 포함되어있지는 않지만, 사실 일본 최대의 BtoC IT 기업은 Indeed등을 경영하는 리쿠르트 홀딩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창업년도가 리쿠르트는 60년으로 다른 IT 기업과는 다르게 인터넷이 생기기도 전의 회사라 메가벤처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제공하는 SUUMO, Hotpapper 시리즈, Air레지 시리즈 등의 온라인 서비스는 일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건 “네카라쿠배당토”와 비교해보면, 일본의 메가벤처들의 사업영역이 대부분 겹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슨말이냐. 얘를 들면 쿠팡과 배민이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로 피터지는 싸움을 하는건 다들 알고 계실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어느정도 규모가 생기면 결국 경영다각화를 위해 모든 기업들이 조금씩 주력 사업이 겹치는데요(물론 카톡과 같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독점적인 서비스는 존재합니다), 일본의 경우 그러한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위 도표에서 일본의 커머스 기업은 라쿠텐과 야후 뿐이고, 야후가 쇼핑영역에 진심이 된것은 최근 3년정도 입니다. (사실 DeNA가 쇼핑 서비스를 말아먹어서이기도 한데 이건 또다른 얘기. ) 또한 미용실등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사실상 리쿠르트의 Hotpaper가 유일하고, 라쿠텐도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나 최근의 라쿠텐의 주력사업은 모바일 통신업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다보니, 경쟁이 되지 않는 샘입니다.
한가지 더. 위 도표를 보시면 하나 눈에 띄는 사실이 있는데요, 그건 창업년도가 2000년 전후가 대부분으로, 한국인 시점에서 보면 오래된(또는 레거시한) 회사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모바일이 보급된 후의 기업은 라인과 메루카리 2개 뿐이죠. “네카라쿠배당토”에서 가장 오래된 네이버가 1999년 설립이고, 그 네이버를 제외한 기업이 모두 모바일 기반이라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 이유는 2012년에 아직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30%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제가 다니던 일본 컨설팅 회사에서 법인 폰으로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지급했을 때가 2016년으로, 아이폰 6정도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결국 일본은 영업이 답이다.
자, 여기까지 BtoB도 BtoC도, 일본 시장은 파편화 되어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파편화 되어있고 구매자가 리치할수 있는 정보도 분산화 및 비대칭적일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결과는 “내가 잘 아는 사람에게서 산다”입니다. 그리고 구매자가 잘 알려면 영업이 중요해지죠.
일본 진출을 검토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중 하나는 전시회 출전입니다. 이 전시회, 한국 기업들(특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수도 있는데요, 일본 기업들은 전시회에 목숨을 겁니다. 그건 일본처럼 나라도 크고 상권이 흩어져 있는 시장에서 정도는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볼 수 있는 장소가 전시회이고, 그런곳에 오는 기업의 담당자들은 구매 의지도 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전시회나 비지니스 교류회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사 서비스를 알리고, 도입을 위한 영업활동에 온 힘을 쏟습니다. 세일즈포스가 2001년에 글로벌 진출을 시작했을때 첫 거점으로 일본을 점찍은것은 이러한 영업의 필요성도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현재 일본 세일즈포스 도입회사는 약 15만개사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들, 특히 요즈음 일본에 진출을 원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BtoB 기업들이며, BtoC 기업이라도 커머스는 도매상이나 협력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싸워야 하는 상대는 무엇일까요.
프로덕트로 싸우는건 물론 필요한 일입니다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밀어주지 않으면 구매 프로세스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일본에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이러한 일본 테크기업의 영업입니다. 얘를들어 부동산을 하는 리쿠르트의 영업은 일본 전국의 영세한 부동산 회사의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영업망을 꾸려 한건이라도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려고 하고, 라쿠텐의 EC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광고 영업직은 입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광고 상품을 파려고 합니다(이건 한국의 이베이등도 마찬가지겠지요).
이 싸움에서 성공한 한국 회사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 진출의 성공사례로 등장하는 강남언니를 볼까요? 강남언니는 일본 사업 초기에 같은 업계의 Tier3 회사인 루쿠모를 인수했습니다. 그렇지만 루쿠모가 어떤 회사인지 아시는분은 별로 없는데요, 이 회사를 설립한 팀이 바로 Hotpaper Beauty에서 일본 미용 업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팀이었습니다.
강남언니는 인수후 이 루쿠모 프로덕트는 버리고, Acqui-hiring한 팀을 토대로 일본에서 클리닉들을 대상으로 영업, 성공적으로 일본 서비스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일본 서비스들이 가지기 어려운 “한국에서의 클리닉 영업력”도 강남언니의 큰 힘이었죠.
일본에서의 영업이란
그럼 일본에서 영업을 잘하는 기업이란 어떤 회사일까요?
위에 나열된 메가벤처를 포함, 일본 비지니스 씬에서 영업을 잘하는 회사는 몇군데 있는데, 특히 제품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회사는 영업이 강해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중에 최근 가장 급성장 중인 회사가 부동산 회사인 Open House 이고, 이 회사의 조례 동영상을 링크하는 것으로 어떤 컬쳐인지 설명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회사는 2013년에 도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그후 연평균 성장율이 26.6%였으며, 2023년에는 매출이 1조엔을 넘었습니다. 회사의 중기목표가 ”2023년, 가자! 매출 1조엔!” 이었던것을 감안하면 IR로 주주들에게 약속한 트랙션을 잘 지켰다고 볼 수있죠.
그리고 이러한 회사 출신의 영업직은 일본의 스타트업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식하고 투박하다고 느껴지실수 있는데요, 이런 친구들이 영업 목표를 제대로 달성시키고,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일본 스타트업의 저력이기도 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러한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사업이든 채용으로든 경쟁해야하는 일본의 메가벤처와 상장IT기사들을 소개해나가는 시리즈로 제공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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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좋은 인사이트 감사드립니다. 영업이 답이다 파트가 인상적 + 고민이 깊어집니다. 마케팅으로 성공한 B2B사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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