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덜 실패하는’ 방법

낮은 가격이 아니라 낮은 변동성을 판다

2025.09.29 | 조회 1.2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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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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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Japan Insight의 YJ입니다. 

“일본에서 성공하는 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 확률을 낮추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본 시장은 -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중요하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자 합니다 - 큰 거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운영 방식 속에서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방식이 견실하게 작동합니다. 자사 기능의 우월함을 앞세워 설득하기보다, 상대의 비즈니스 문법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실제로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오늘은 그 요점을 압축해 전하고자 합니다.

 

PMF(Product Market Fit) - GTM(Go To Market)은 한 세트입니다
PMF(Product Market Fit) - GTM(Go To Market)은 한 세트입니다

첫째, PMF(Product Market Fit)만큼 한 발 앞선 PXF(Problem Context Fit)가 중요합니다.

같은 업계라도 일본은 채널, 권한 구조, 조달 프로세스가 한국과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 제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기 전에, 잠재 고객사의 업무 흐름과 품의(稟議) 과정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을 먼저 팔려고 하기보다 먼저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떠한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섰는지 알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화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우리의 이러한 기능이 훌륭하다”보다 “우리의 이러한 프로덕트/서비스를 도입할 시 이러한 장점이 있고, 당신 조직의 승인 문서에서 이렇게 통과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일본을 아직 잘 몰라 부족한 점이 많으니 당신의 도움을 받아서 같이 성공시키고 싶으며, 성공의 과실을 나누어 가지고 싶다”가 진짜 설득입니다.

예상되는 품의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 후 조율하여, 카운터 파트너의 잠재적 불안요소를 미리 제거해 주거나, 혹은 함께 제거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세요.

고객사 내부에 믿음직한 아군이 한 명 있다면. 
고객사 내부에 믿음직한 아군이 한 명 있다면. 

둘째, 잠재 고객사 내부에 한 명의 아군을 만드는 게 성패를 가릅니다.

덜 실패하는 팀들은 초반부터 카운터 파트너 - 잠재 고객사 내부에 계신 잠재적 아군 후보자 - 의 KPI를 같이 설계합니다.

“당신의 KPI(평가표)에서 우리가 올려줄 수 있는 숫자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계약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파일럿 테스트가 끝나는 날 바로 제출할 수 있는 결재의 방향이 담긴 템플릿을 준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상대방의 업무를 가볍게 해주는 팀이 결국 ‘같이 일하면 편한 팀’으로 기억되고, 이 평판이 다음 계약의 문을 엽니다.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시장 조사&특별한 이유 없이 한국 가격의 1.5~2배로 책정해 판매하려는 사례를 여러 번 만났고, 그때마다 만류했습니다. 해외 진출 비용을 엔드 유저에게 전가하는 전략은 필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시장 조사&특별한 이유 없이 한국 가격의 1.5~2배로 책정해 판매하려는 사례를 여러 번 만났고, 그때마다 만류했습니다. 해외 진출 비용을 엔드 유저에게 전가하는 전략은 필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셋째, 작게·빠르게·고객 곁에서 검증할수록 진출 속도가 붙습니다.

대형 총판과 “큰 계약 한 방”을 노리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동일한 업종, 동일한 부서에서 귀사의 가설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면 리드타임 10% 감소”처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에 집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검증 이후 반복적으로 실행 가능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의사결정은 자연스럽게 가속도가 붙습니다.

이상적인 한국기업의 일본 법인대표. 한 손에는 현지 문화를, 다른 손에는 매출 숫자를 든 모습입니다.
이상적인 한국기업의 일본 법인대표. 한 손에는 현지 문화를, 다른 손에는 매출 숫자를 든 모습입니다.

넷째, 일본 진출 이후 1-2년 이내에 현지의 오너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명심보감>에 "못 믿을 사람이면 뽑지 말고, 뽑았으면 그 사람을 믿어라" 는 명언이 나오는데 이 말은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바다 건너 후보자를 바로 풀타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 3 - 6개월 정도의 프리랜서/파트 타임 계약을 거친 뒤의 풀타임 전환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추천하곤 합니다.

상호간의 업무 성향을 파악하고 합이 어느 정도 맞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정식 오퍼 의사를 밝히는 것이 상호간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채용은 신중하게 하시되, 채용 이후에는 핵심 현지 인력 1~2명에게 담당하는 파트의 권한과 지분형 인센티브를 설계해 의사결정의 현지화를 완성하는 걸 추천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본사인 서울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기업과, 일정 파트에 한해서는 현지에서 바로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은 로컬 기업/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봤을 때 큰 매력입니다. 왜냐하면: 

첨부 이미지

중요한 결정은 일반적으로 본사에서 내린다는 것은 글로벌 상식이지만 자주 소통하는 현지의 카운터 파트너가 <전령>인지,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일본이라는 국가를 지휘하는 <장군>인지에 따라 일본 기업에서 바라보는 귀사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견적 조건을 변경하거나 지원 범위를 조정하는 일이 한국 본사의 확인을 일일이 거치지 않고 로컬 안에서 신속히 해결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일본 고객에게 ‘변동성 낮은 파트너’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니 결국 계약서는 그에 담긴 내용만큼의 ‘안심의 속도’를 팔기도 합니다.

 

다섯째, 일본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낮은 가격보다 낮은 변동성(예측 가능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사의 다양한 기능이 담긴 설명 자료에 더하여 운영의 리스크 패키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백업 플랜, 장애 대응 RACI<Responsible(실무 담당자), Accountable(최종 책임자), Consulted(상담 대상자), Informed(결과 통보 대상자) : 물론 스타트업에 이 모든 담당자가 나누어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렇다면 장애가 발생했을 시의 카운터 파트너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프로트콜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와 대응 및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면 됩니다 - 필자주.>, 커뮤니케이션에 걸리는 타임 라인의 선공지, 리포트가 필요한 경우에는 미리 정해진 리포트 포맷, 보상이 필요할 시의 규정까지 미리 정하여 선명하게 보여주면 현지 기업/지자체와의 협상은 자연스럽게 ‘누가 더 싸냐’에서 ‘누가 더 안전하냐 - 믿을 수 있냐’로 이동합니다.

가격 경쟁은 쉽게 복제되지만, 신뢰성 있는 기업의 운영방식은 쉽게 따라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지 파트너(총판/JV/컨설팅/투자자)가 모든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합니다.

파트너들은 여러분의 이륙과 착륙을 지원하는 것이며, 실제로 키를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경험상 PXF – 현지 오너십 – 운영 리스크 패키지 – 예측 가능한 실행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순환시킨 팀은 차별화된 결과를 만들어냈고,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팀들은 파일럿 테스트 이후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는 일본 기업 내부 품의(稟議) 승인 절차가 평균 대비 10~20% 빨라졌고, 초기에 셋팅된고객 단가를 넘어서는 업셀 지표도 더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패턴을 보여주었습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프로덕트/서비스의 기능’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사업 운영의 변동성을 낮추고 장기적 신뢰를 재생산하는 프로세스 자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오늘은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기능은 새로운 기능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지만, 상대 조직의 리스크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성과를 보장해 주는 팀은 파트너 내부에서 “어지간하면 교체할 이유가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합니다. 결국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는 팀은 단기적으로 문을 열어주는 힘(開門力)과, 장기적으로 열린 문을 닫히지 않게 지켜내는 힘(持門力)을 동시에 갖춘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5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 YJ: 일본시장의 이해, 해외법인 매니지먼트, 브랜딩, 비즈니스 프로세스
  • SW: 일본을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글로벌SaaS에 대해
  • SA: 일본 채용, 일본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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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휴일의 프로필 이미지

    더휴일

    0
    2 months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ㄴ 답글
  • 누리의 프로필 이미지

    누리

    0
    2 months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장 경험에서 나온 깊이 있는 통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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