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이 본 한국 스타트업 시장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메타인지가 아닐까.

2025.09.22 | 조회 1.5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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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U입니다.

저는 지금 LA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말간에 LA에서 열린 프라이빗한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미국 진출에 관심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 분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요, 재밌게도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 진출이 테마인 행사에 참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 대한 기대 또한 크고, 또 이미 일본 사업을 어느 정도 진행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에 있어 일본은 더이상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만, 반대로 일본 사업의 진척사항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더욱더 변동성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은 한국 스타트업(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기업 전체에 공통된 부분이기도 합니다만)과 만나면서 느끼고 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메타 인지를 하면 좋을 부분에 대해 적어보자 합니다.

사실 많은 한국 스타트업과 얘기해보면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는 분은 많고, 일본은 이렇다, 일본시장과 기업은 이렇다라는 얘기는 많이 하시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인 "한국 스타트업을 일본 기업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왜 일본에 진출 하는지를 물어보면 "일본은 DX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레거시인 회사가 많다", "한번 로열티를 얻게 되면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요, 반대로 한국은 모던한가, 라던가 신뢰를 충분히 주기위한 요건을 본인들이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실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스타트업은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최근 약 1년정도를 일본 HR 스타트업인 Findy(파인디)라는 기업의 한국 진출을 자문으로서 같이하고 있는데, Findy가 지난 5월에 LB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하여 시리즈 D 투자유치를 완료하였고, 관련하여 9월 12일, LB인베스트먼트가 도쿄에 전사 워크샵으로 Findy를 방문했습니다.

그 때에 Findy의 대표인 야마다씨가 투자사를 대상으로 본인이 본 한국 스타트업의 특성과 일본 진출시의 유의점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공유해보자 합니다.

 

・Findy라는 회사에 대해

먼저 Findy라는 회사가 왜 이러한 얘기를 할 수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듯 하네요.

1. HR 회사, 특히 채용의 수요가 높은 엔지니어에 특화된 HR 회사라는 특성으로 인해 일본의 유력한 빅테크 ~ 엔터프라이즈와 대부분 거래를 하고 있기에 국한된 인더스트리가 아닌, 거시적인 일본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2. Findy Tools라는 DevOps를 중심으로한 테크 기업의 마케팅 솔루션을 가지고 있고, 미국 BtoB SaaS를 비롯한 일본에 진출하려는 외국 IT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포괄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외국 IT 기업과 만나며, 또한 그들의 일본진출에 대해서도 직접 보고 한국 기업의 전략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3. 한국과 대만, 인도등 자체적으로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특히 한국과 인도는 1년이상 매달 야마다 대표가 직접 출장으로 가서 현지의 스타트업 및 대기업과 미팅을 해왔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차이에 대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일본 스타트업 씬에 계신분들 중에서는 야마다 대표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스타트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 시장의 어려움 

물론 일본 스타트업들에게 있어서도 일본 시장은 어려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스타트업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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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의 1~4에 대한 부분은 이미 일본 시장에 진출했거나, 일본시장에 진출하려고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어느정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3에 관해서는 좀더 보충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일본의 영업의 방식이 THE MODEL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고객과의 미팅을 만드는 アポ取り(어포인트멘트 획득하기)가 핵심입니다. 한국 기업의 영업은 이미 컨택이 있는 관계치 베이스의 영업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리드젠을 콜드콜로 얻는것은 본질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내용입니다만, 얼마전에 채널톡 최시원 대표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최시원 대표의 페북에서 발췌
최시원 대표의 페북에서 발췌

사실 이런 콜드콜, 아웃바운드 세일즈에 관한 부분은 일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한국 스타트업 씬에 있어서는 의외로 철저하지 않다는것을 (이전 포스팅에 다들 1.0을 경시한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알게되었고, 의외였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BtoB SaaS가 성장하려면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것이 필요하고, 배민과 같은 스타트업의 성장도 의외로 이런 자영업자 분들에 대한 영업을 열심히 하셔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족이긴 합니다만, 다음에 한번 다뤄 보고 싶은 회사로는 光通信(HIKARI TSUSHIN, INC.)라는 영업대행 회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는 한때 일본에서 가장 영업력이 뛰어난 회사로 알려져있고, 못파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 회선, 워터서버 등등). 전에 소개한 리쿠르트나 사이버에이전트가 광고라는 상품을 파는것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히카리츠신은 물건을 "판다"는 행위에 특화되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비슷하게는 노무라증권이 있는데요, 영업맨의 롤 모델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이렇듯 KPI 이전의 KAI(Key Action Indicator) 관리를 중요시 합니다.

손을 묶고 KPI를 달성 할 때까지 집에 못가는 것이 진정한 일본의 영업회사들
손을 묶고 KPI를 달성 할 때까지 집에 못가는 것이 진정한 일본의 영업회사들

이러한 회사들이 얼마나 집착하냐면, 위 사진과 같이 출근과 동시에 테이프로 손과 전화기를 고정시킨후, 하루의 KPI(콜드콜 500개 등)를 달성하지 못하면 집에 못갈 정도로 집요하게 영업 KPI를 달성하는것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영업관리가 철저한 일본에서 한국 기업의 기존의 관계치에 기대한 영업을 베이스로 생각한다면, 초기고객을 얻을수는 있으나 경쟁사와의 싸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재현성 있는 스케일업은 어렵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의 특징】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일본 기업이 본 한국 스타트업의 특징에 대해 얘기해보자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부터 얘기하자면, 뛰어난 엔지니어팀을 가지고 좋은 프로덕트를 빠른 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에 있습니다. 이건 한국이 워낙 취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뛰어난 엔지니어도 스타트업에 오는 경우가 많아 프로덕트가 좋은 부분도 있고, 흔히 말하는 한국인의 "빨리빨리"문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글로벌(이라고 쓰고 미국) 대학이나 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에 돌아오는 청년의 숫자가 일본에 비해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은것도 트렌드에 잘 따라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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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이건 저도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는데요, 일본에는 검색이나 지도, 클라우드 인프라 같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일본 로컬의 서비스가 해외서비스 (구글, 아마존등)에 침식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검색 서비스는 구글이 유일하며(야후도 오랬동안 구글의 서치엔진을 사용해 왔었습니다), 일본의 지도 솔루션도 BtoC로는 살아남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 일본 지도관련 엔지니어는 애플에 취업하여 일본 지도를 애플에서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반대로 한국은 이러한 원천기술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엔지니어들이 남아있을 수 있죠.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여러모로 기술적인 우월성이 있고, 또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남아있는데요, 다음은 그러한 한국 기업에게 있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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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프로덕트의 "기능수"에 대한 부분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기능은 전반적으로 심플합니다. 꼭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 놓고 있죠. 반대로 일본의 SaaS들은 누가 쓸까 싶을 기능들이 있을정도로 기능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잡해보입니다만, 일본 고객사들은 그 많은 기능중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기능을 골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면에서 안되는것이 있는 서비스는 코어기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검토대상에 올라가기도 힘듭니다.

실제로 채널톡을 일본에서 처음 판매할때는 챗이 된다는 하나의 기능만으로 밀었으나 봇 기능이나 라인 연동등의 경쟁사에 없는 기능이 많아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고, 마케팅기능, 서포트봇등 점차 기능이 늘어남에 따라 도입수도 늘어난 부분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일본 현지화에 대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되어 할애하겠습니다.

마지막이 사실 저도 많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인데, 한국 스타트업들은 S&M(Sales & Marketing)에 대한 투자에 대해 인색합니다.  

예를 들어 1년에 2번 열리는 일본의 전시회인 IT Week에 나가시는 한국기업은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다만 IT Week의 성격을 잘 생각하고 전시를 정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보입니다.

마케팅 솔루션이라면 마케팅테크 전시회나 판촉서비스 전시회등, 좀더 해당 인더스트리/피처에 포커스된 전시회가 존재합니다.  좀더 비싸더라도 효과를 볼수있는(유효 리드를 확보할 수 있는) 전시회에 나갈 필요가 있죠. 그리고 그러한 타겟이 명확한 전시회는 비용도 올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SaaS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의 효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본인들을 알리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합니다. 예를 들어 노션은 일본에서 초기 마케팅을 할때에 하네다 공항을 통째로 랩핑하는 옥외광고를 내어서 일본의 출장족들을 타깃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 한국에서도 늘고 있는 택시광고는 대부분 타는 사람이 기업의 의사결정자인 경우가 많기에 BtoB 솔루션에 대한 광고도 많습니다. 

하네다공항의 노션의 광고 (출처: https://x.com/kimmacing/status/1567295682666721280)
하네다공항의 노션의 광고 (출처: https://x.com/kimmacing/status/1567295682666721280)

이러한 광고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너무 ROI에만 집착하여 경쟁대비 노출 또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투자, 그리고 에이전시에 대한 페이에 상당히 인색하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쿠팡이 일본에서 하는 Rocket Now의 광고전략은 제대로 작정했네라는 인상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해당 서비스는 O2O인 만큼 오퍼레이션 투자가 더 중요하겠지만요.)

일본은 구조상 갑과 을이 한국과 반대여서, 좋은 에이전시에 의뢰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을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이 마케팅에 투자하는것을 주저해서 그 비용을 깍으려고 한다면, 결국 일본 기업들은 여러분의 경쟁사인 일본 로컬, 또는 다른 해외 솔루션을 더 밀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한국 BtoB SaaS 기업들이 일본은 Willing to Pay(지불의사)가 높기 때문에 한국보다 좋은 시장이라고 얘기를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되는 부분이, 그러한 시장에 엔트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Willing to Pay를 보여야 판에 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의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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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잘하는,  그리고 아직도 잘 승계해온 기술의 영역을 일본의 기업에 공급하는것이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는데요, 특히 일본의 제조업과 인프라에서는 노동인력 부족으로 인한 AI가 절실하고, 이런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버티컬 AI / SaaS는 큰 수요를 충족 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엑싯된 수아랩의 경우도 일본의 제조업 고객사들의 매출이 큰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등을 대상으로 지도 기술등을 접목시킨 솔루션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지자치체는 이미 재원이 많이 매마르고 있어 노후한 인프라를 유지보수하기 힘든 상태인데요, 해당 부분을 잘 해결해 줄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거라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레거시 산업 / 공공기관은 한국 기업이 하나의 기업체만으로 진출하기는 어렵고, JV등의 방법을 잘 생각해야 할것 입니다.

 

이상으로 일본 기업이 본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의견에 불과합니다만, 앞으로 많은 일본 기업과 맞닥드리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는 기회를 최대한 늘려 자기만의 가설을 만들고 검증해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5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 YJ: 일본시장의 이해, 해외법인 매니지먼트, 브랜딩, 비즈니스 프로세스
  • SW: 일본을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글로벌SaaS에 대해
  • SA: 일본 채용, 일본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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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휴일의 프로필 이미지

    더휴일

    0
    3 months 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 windbug99의 프로필 이미지

    windbug99

    0
    3 months 전

    잘 읽고 있습니다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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