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 Pricing 길라잡이

정액 과금 vs 종량 과금

2025.10.13 | 조회 1.3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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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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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셨나요? 재팬인사이트는 추석연휴로 한 주를 건너뛰고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B2B SaaS의 가격전략에 대해 논하면서, 일본 SaaS시장의 특징을 조금 공유하고자 합니다.

SaaS 기업의 성장은 제품 품질이나 세일즈 역량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종종 보이지 않는 병목은 '가격전략(Pricing)'에 있습니다. 많은 초기단계의 SaaS 창업자들을 만나면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실제 고객을 한 명이라도 만들겠다는 의지로 너무 가격을 낮게 책정하여, 시간이 지나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B2B SaaS의 Pricing 모델과 그 전략적 의미를 고찰하고, 저의 의견을 조금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부분이 저의 개인적인 관점도 포함되어 있어, 너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ricing에 앞서 SaaS의 Valuation 방식 이해하기

많은 SaaS 스타트업이 초기에는 단순히 고객을 만들고자 "조금 싸게" 가격을 정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가격정책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접근할 수 있는 시장크기는 작다는 것을 깨닿고, 매출은 더뎌지고, 원가는 늘어나 적자규모에 허덕이게 되는 상황이 놓입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투자자들이 빠른 흑자전환을 요구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흑자전환이 소원해지는 경우는 가격정책에 문제점이 있지 않나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SaaS기업들의 Valuation (기업가치)을 보면 Multiple이란 단어를 종종 듣게 됩니다. 쉽게 표현하면 매출액의 몇 배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심플한 정액과금 모델로 예를 들면, 시작점은 가격이고, 월단가 x 고객수 =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이 되며, MRR x 12개월 = ARR (Annual Recurring Revenue, ARR은 단순12배이므로 실제 연매출과는 다릅니다!)가 되며, 이 ARR에 소위 말하는 Multiple로 몇 배의 기업가치를 매기는 것입니다.

그럼 일반적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왜 기존의 정통기업은 이익기준(bottom line)의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에 대한 Multiple인데, SaaS는 매출기준(top line)인 ARR의 Multiple로 후하게 쳐주냐는 것입니다. 이는 가격 및 원가구조에 그 밑바탕이 있습니다. IT업계에서 기존 Hardware 제조사들이 잘해야 10% 전후의 수익구조를 가졌던 것이, Software기업들이 무형의 제품으로 60%를 넘는 수익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이는 SaaS (Software as a Service)로 서비스화가 되면서,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로 원가(주로 AWS 같은 인프라비용)가 20%이하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SaaS의 경우는 수익성이 높고 구독결제 (subscription based charge)로 고객 유지율(customer retention)이 길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극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SaaS 붐이 일었을 당시 20x 전후의 Multiple, 즉 ARR의 20배에 달하는 기업가치의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최근 사례로는, 불발로 끝났지만, Adobe의 Figma 인수제안가 $20 billion은 50배가 넘는 상상을 뛰어넘는 평가금액이었습니다.

🇯🇵 일본의 SaaS Multiple은 과거에 미국의 반 정도 수치였습니다. 시장 사이즈 자체가 작고, 글로벌보다는 일본 내수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SaaS 활황이었던 2021년 경을 최고점으로 현재의 상장 SaaS 기업의 평균 PSR (Price-to-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 즉 Mutiple은 미국 6.1x에 비해 일본은 3.6x에 머물렀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조) 아마도 한국SaaS기업들은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더 낮은 Multiple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SaaS Mutiple 추이 비교 (출처: One Capital)
미국과 일본의 SaaS Mutiple 추이 비교 (출처: One Capital)

단, 이것은 이상적인 가격책정을 가져야만 가능한 얘기입니다. 실제 잘못된 가격책정으로 원가가 80% 가까이 도달해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도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의 AI붐도 이런 잘못된 가격구조를 떠안고 시작함으로써 많은 AI스타트업들이 과다출혈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이 부분은 후반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발송후 추가 보완: 혹시 우리는 원가가 엄청 높은데 80%마진율은 무슨 소리야? 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조금 보완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개발비 등 엄청난 비용이 들고 매출발생도 적기에 수익이 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투자 받아서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운영하겠죠. 80%라 언급한 것은 PMF (Product Market Fit)을 찾은 이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 매출은 급성장하고, 추가개발공수는 줄어듭니다. 저희 Xenon Partners가 인수하는 B2B SaaS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시리즈 A~B정도의 작지만 PMF이 완료된 서비스들이고, 인수후 최적화(구조조정)을 통해 원가를 20%이하로 줄입니다. 이후 모든 수익은 영업과 마케팅에 투여해 성장드라이브에만 집중합니다. SaaS의 높은 Multiple은 이렇게 PMF를 찾고 최적화된 제품에서, 영업과 마케팅비용을 off했을 때 나오는 이익율이 매출액에 가까기 때문에 매출액기준 multiple을 적용하는 것이지, 실제 이익율이 80%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해가 없으시길.

자 그럼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Pricing의 기본 구조 이해하기

가격 전략은 세 가지 축 위에서 설계됩니다: 단가(Price), 단위(Unit), 가치(Value).

  • 단가는 고객이 지불할 금액,
  • 단위는 과금 기준(사용자 수, 거래 건수, 등),
  • 가치는 고객이 체감하는 효용입니다.

이 세 가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싼데도 안 팔리는' 역설이 생깁니다. 결국 Pricing은 숫자보다 가치 인식의 설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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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Value Stick(가치스틱)으로 도식화하여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Value Stick에 대한 설명은 이 글을 통해 익히시면 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Willingness to pay, 즉 고객이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SaaS는 아니지만 Value Stick의 가장 알기 쉬운 사례가 Uber입니다. Uber는 경쟁인 택시에 대비해 위치추적, 쉬운 UI, 차량품질, 유연한 예약, 손쉬운 지불방법 등 다양한 편의로 인해 고객의 Willingness to pay를 끌어 올렸습니다. 한편으로는 공급자 측면에서, 자신의 차량으로 유연하게 일하면서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고객도 편하게 고를 수 있는 등의 방식으로 Willingness to sell를 낮춰, Uber자체의 가격과 수익을 모두 확장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이런 Willingness to pay를 인지하는 것을 대부분 너무 어려워 합니다. B2B SaaS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많이 조언하는 방법은, 과연 여러분의 서비스를 통해 기업내부의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는 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히 대두되는 것은 인건비 절감입니다. 엔지니어 1명의 단가, 인사담당자 1명의 단가 등등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고객설득 시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하는데, 많이들 실수 하는 것이 1명의 단가를 단순히 월급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실제 기업경영을 하면 1명의 인건비는 단순히 지불하는 임금이 아닌, 보험료, 연금, 퇴직적립금, 각종 제비용등을 감안해서 실제로는 임금의 2.5배로 계산하는게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려워하고, 소심하게 가격책정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그냥 쉽게 "지금 생각하는 가격의 두 배를 붙이세요"라고 조언합니다. 농담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설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격은 낮추긴 쉬워도 올리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극초기에는 애초에 높게 책정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씩 할인해주는 형식으로 접근하면서 시장가격을 파악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액 과금(Subscription Pricing) vs. 종량 과금(Usage-based Pricing)

초창기의 SaaS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매출(Recurring Revenue)에 기반한 정액제 모델을 제공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관리가 단순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조는 기능별·계층형(Feature / Tiered) 플랜입니다. 

하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사용량 기반의 과금입니다. 고객 입장에서서 실제 사용하는 만큼만 지불하는 구조로, 가치와 비용이 직접 연결됩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매출 예측이 어려워지고, 고객 청구서도 복잡해지겠죠. 고객이 '요금 폭탄'을 맞으면 불신도 커집니다.

최근에 많은 SaaS 기업은 두 모델을 결합한 가격정책을 제안하곤 합니다. 기본 구독료를 받고, 일정부분은 사용량 과금을 하거나 일정 사용량을 초과(overage)하면 추가 과금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량 기반 매출은 구독매출의 25~50%가 되도록 설계합니다.


종량 과금(Usage-based Pricing)의 문제점

저는 개인적으로 종량과금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회계적으로 ARR의 인식구조가 복잡해지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다보니, 예측가능한 정액 구독매출이 기업평가하기에 더 쉽게 느껴집니다. 아래는 실무입장에서 종량과금의 문제점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1. 고객(예산)과 SaaS 공급업체(수익) 모두 예측하기 어렵고, IT구매자들로부터 "구독료로 고정해 달라"는 많은 반발을 유발합니다.
  2. 월별 후불로만 청구할 수 있어 현금 흐름 지연을 유발합니다.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선불을 요청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사용량은 출시 및 채택과 함께 서서히 증가하므로, 구독에 비해 수익 발생이 상당히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고객들은 사용량이 아직 적고 증가하는 동안에는 사용량 기반 모델을 좋아하여, 그들이 거의 투자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됩니다. 즉, 여러분의 매출도 그만큼 지연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고객 제품이 인기를 얻고 사용량이 실제로 증가하면, 그들은 크지만 고정된 구독료인 "엔터프라이즈 딜"로 전환하도록 강하게 압박하여 결국은 얻고자 했던 매출상승 기회를 박탈하게 됩니다.
  5. 청구서를 생성하고 방어하기 위해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한 청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개발리소스가 청구 시스템을 재구축하는데에 투입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6. 계절성 및 경제 주기는 변동성을 유발하고 월별 수익을 급격히 감소시킬 수 있으며, 특정 산업에 집중할 경우 자체 수익에 불쾌한 계절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가격정책으로 고객 번성기가 지나고 나면 월매출이 50%가까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을 본 적이 있습니다.)
  7.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구조가 사용량 기반 가격 책정을 둘러싸고 정말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계약 체결 시 또는 수익이 발생하기 전 예상 거래량에 대해 영업 인센티브를 지불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출시 후, 아마도 몇 달 또는 몇 년 후에 거래량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

실제 사용량 과금이 어울리는 제품들은 사실 AWS나 Snowflake, Datadog과 같은 인프라계열의 제품이나 Stripe 같이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기업들입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SaaS라기보다는 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와 PaaS (Platform as a Service)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역에서조차도, 예측 불가능성이라던가, 폭발적인 가격상승으로 고객들이 다른 합리적 가격체계의 대체제를 찾아나서는 것을 자주 목격하였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10억원 단위의 결제금액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여럿 만나보았습니다.

해결방안으로 많이 제시되는 것은 종량과금과 유사하지만 사용량에 따른 Tier를 구분하는 과금방식입니다. 데이터 사용량, 거래량, 발송횟수 등을 범위를 정해 계단식 과금을 하는 형식입니다. 예를들어 이메일 발송량을 기준으로 5천건 플랜, 1만건 플랜 식으로 책정할 수 있어, 종량과금이긴 하지만 고객이 예측 가능한 과금과 함께 공급자로서도 플랜관리와 분석이 매우 용이합니다.

🇯🇵일본SaaS기업들은 대다수가 정액과금정책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한 때 종량과금을 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실제 도입한 곳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배경에는 일본고객들이야말로 예측가능한 과금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 기업의 경우도 예산관리를 매우 세밀하게 하다보니 구매를 할 때도 예산에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실제 B2B SaaS의 세일즈를 하다보면, 종량과금을 정액으로 바꾸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추가로 일본SaaS기업들은 월간구독(Monthly plan)만 제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사실 20% 할인 또는 2달치 무료라 불리우는 연간구독(Annual plan)도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는 스타트업의 현금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주고, 엔터프라이즈 딜로서 규모가 커질수록 월단위 계약보다는 연간 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일본에서는 B2C나 중소기업을 타겟으로 하는 B2B SaaS의 경우는 고객들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간구독만 제공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스타트업 분들을 위해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한국은 연간구독을 하더라도 고객이 해지를 원하면 언제든지 환불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약관법 위반이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연간구독을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환불의무가 없습니다. 이런 연유로 일본SaaS기업들이 연간구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몇 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Pricing Model (가격 정책 모델)

저는 가능한한 심플한 구독매출을 선호합니다. 저희 펀드에서는 이른바 Pan Flute pricing model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팬플루트 모양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 모델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본-프리미엄-프로 형태의 가격표입니다.
  • 기능의 "플루트"가 길어질수록(많아질수록) 가격이 상승합니다.
  • 이 모델을 잘못 적용하여 가격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 구매자와 시장 세분화가 이를 정당화할 경우에만 효과적입니다.
  • 조언: "웹사이트에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팬플루트 모델을 사용하지 마세요."

기본-프리미엄-프로 더 나아가 엔터프라이즈까지 제시하는 가격 정책은 단순히 등급을 나누는 것보다 더 세심한 전략을 요구합니다. 우선은 고객의 구매를 더 쉽게 유도하기 위해 고객 페르소나에 맞춘 네이밍 전략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본(Basic)플랜이 아닌 Early Stage Plan, Startup Plan 등 자신의 페르소나가 속한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위에 소개한 종량제 과금을 Tiered pricing으로 팬플루트 가격정책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가격을 매기는데 있어서도 기본-프리미엄-프로의 가격차이를 조정하여 각 플랜의 기능에 따라 고객이 더 높은 금액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본은 $20, 프리미엄 $50, 프로 $60로 책정하면, 가격에 민감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기본플랜을 선택하겠지만 프리미엄과 프로가 필요한 고객의 경우는 프리미엄플랜과 프로플랜 사이의 가격차이의 허들이 낮고, 프로에 가장 요긴한 기능을 위치함으로서 금액을 조금만 더 내면 더 좋은 기능을 훨씬 많이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미국 신문사들의 구독료 전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를들어 조간만 구독하면 월$10인데 $2만 더 올려 $12만 내면 조간과 석간을 모두 보내주는 것이죠. 실제 더 높은 매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시입니다. 

또 하나는 유료전환이나 더 비싼 플랜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킬러기능을 더 상위플랜에 위치하게 하는 전략도 많이 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Custom domain이나 Custom theme을 적용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Ghost처럼 무료 툴이지만, 결국 자사 도메인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유료플랜으로 업그레이드 해야만 하죠. 

때로는 더 적은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복잡성이 적을수록 좋다는 말입니다.) 한 서비스 안에 여러개의 프로덕트가 존재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구독매출 관리 회사인 Zuora는 수천 개의 구독 기반 회사의 가격 책정과 성장률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단일 제품을 가진 B2B 회사가 더 복잡한 가격 정책을 가진 회사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제품수와 매출성장의 상관관계 (출처: Subscribed Institute)
제품수와 매출성장의 상관관계 (출처: Subscribed Institute)
🇯🇵일본SaaS기업들의 특이한 모델이 하나 있다면 도입비용을 받는 것입니다. 일본SaaS기업의 경우는 처음 고객 온보딩에 공을 들이거나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즈를 허용하는 문화가 있다보니, 정액 구독과금을 하면서도 초기에 세팅비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10만엔 정도가 가장 많고, 많게는 50만엔 가까이 과금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하나의 사례로 Hacomono라는 회원관리 SaaS의 경우는 월구독료 35,000엔과는 별도로 초기비용으로 15만엔을 지불하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SaaS영업을 하다보면 고객으로부터 도입비용이 얼마인지 먼저 물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생성AI 시대의 Pricing

생성AI와 바이브코딩의 시대에 너무나도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AI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저는 결국 모두다 확장된 SaaS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AI로 제품을 만들었던 AI를 활용한 제품이던 전반적으로 SaaS Pricing을 택하는 것도 그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ChatGPT나 Claude AI의 가격체계도 그렇고 이런 툴들을 활용한 제품들도 비슷한 과금정책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나 크게 걱정되는 것은 그 원가구조입니다. SaaS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위에 언급한 80%를 넘는 마진율이 가능했기 때문이고, 그런 마진율을 가질 수 있도록 견인한 것은 AWS를 필두로한 Azure, OCI(Oracle Cloud), Alibaba Cloud 등의 클라우드 환경의 발전으로, 큰 인프라 투자 없이 적은 비용으로 Small start가 가능했던 점과 시간에 따른 인프라비용의 급격한 하락에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경우는 서비스 가격보다 높은 원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AI기반의 스타트업을 만나서 물어보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눈처럼 불어나는 구조였습니다. 일반적인 SaaS의 적자는 초기단계에 투입되는 개발비용(즉, 엔지니어 인건비)가 가장 크고, 그 이후에는 영업과 마케팅 비용들이 차지하지만, AI는 개발비용보다 외부에 지불(external cost)하는 AI비용이 더 큰 파이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지난 7월에 매각된 Windsurf의 매각금액입니다. 단 8개월만에 $82 millon ARR을 달성한 스타트업이었으나 매각시의 Multiple은 단 2배였습니다. 물론 구글에서 알짜배기를 쏙 빼간 후의 빈 강정을 Cognition이 인수했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적자가 메워지지 않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AI기반 서비스들이 일반적인 SaaS의 밸류를 가지려면, 현재 가격에서 5배~10배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모두 가격경쟁에 들어가니 혼자 올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한편으로는 AI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진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그리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생성AI의 원가구조를 보면, GPU를 필두로 하는 하드웨어 비용이 30~40%이고 전력/데이터센터 유틸리비 비용이 또다른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비용이 효율화한다고 하더라도, 전력사용량 또는 효율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이상 AI원가가 10분의 1로 떨어지는 일는 가까운 시일 내는 어렵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보면, 업계의 진정한 승자는 이런 생성AI를 이용한 제품개발의 붐으로, 인프라를 제공하는 Netlify나 Supabase같은 벤더들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으로는 너무 무리한 가격정책을 가져가지 않거나, AI크레딧은 개인 또는 기업의 LLM 어카운트를 연동하여 이용하는 방식이 어떨까 합니다. 실제 그렇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서비스들도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론: Pricing은 '단가표'가 아니라 전략적 언어다

Pricing은 단순히 "얼마를 받을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 가치, 제품 비전, 브랜드 정체성이 만나는 접점입니다.

정기적으로 가격 구조를 검토하고,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수치로 관찰하는 조직이 결국 장기적으로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SaaS에서 Pricing은 제품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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