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행사'를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변환하는 3가지 전략

언어와 비용, 장기적 신뢰, 맞춤형 로드맵

2025.11.02 | 조회 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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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 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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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Insight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Japan Insight의 YJ입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지자체와 기업 관계자분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고 계십니다. 4월에 개막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시작으로 도쿄·오사카·나고야의 Japan IT Week, AI EXPO 등 주요 전시마다 한국 기업 부스에는 일본 파트너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명함이 수북이 쌓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前向きに検討します)"는 상징적인 답변도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행사의 성공'이 '비즈니스의 성공'과 동의어는 아님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측에서 주최하는 행사 뿐 아니라 한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기업들을 선정해 일본으로 데려오는 이벤트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IT 기업 대표님은 이렇게 토로하셨습니다. "작년에도 지자체 지원으로 도쿄에서 IR 행사를 크게 했습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죠.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그 많던 관심은 어디로 갔는지 영어로 이메일을 두세 번 주고받다가는 답이 없고, 결국 담당자 인건비와 체류비만 소진한 셈이 됐습니다."

이것이 수많은 한일 교류 행사가 마주하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행사는 'Say Hello'일 뿐, 진짜 승부는 '그 후'에 벌어집니다.
행사는 'Say Hello'일 뿐, 진짜 승부는 '그 후'에 벌어집니다.

매번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일본 시장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화려하게 피고 금방 지는 벚꽃 같은 단발성 이벤트보다, 소나무처럼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후속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신뢰 구축'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각종 행사 이후, 어떻게 하면 '단발성 이벤트'를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킬 수 있을지 많은 분이 현실적으로 고민하시는 3가지 핵심 포인트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1. 현실적 고찰: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의 벽을 넘는 법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역시 '언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코스트)'입니다. "일본어(혹은 영어)로 어디까지 소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죠.

다들 잘 아시면서도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려울 결론은, 일본어 대응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입니다.

많은 분이 "요즘 일본 젊은 층은 영어를 잘한다", "IT 업계는 영어로 소통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도쿄의 스타트업이나 일부 대기업 기술 부서는 영어 소통이 원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인 50대 이상 관리직, 지자체, 전통적인 중견·중소기업은 흔들림없이 '일본어'를 비즈니스의 기본 언어로 사용합니다.

영어로 작성된 제안서는 영어가 가능한 실무자 선에서 필터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일까요?

여러분이 영어가 가능한 일본기업 A의 담당자 MZ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부서장은 영어를 못합니다. 행사에서 매력적인 한국 스타트업 B를 만났는데, B사에는 비즈니스 일본어 대응이 가능한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소통은 통역을 고용하거나, 담당자인 MZ가 미팅에서 순차 통역을 맡아야 합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 하나만 보고, MZ 담당자가 자신의 리소스를 투입해 가며 영어 못하는 부서장에게 보고하고 미팅을 잡을 가치가 있을까요?

MZ의 속마음: "내가 괜히 이거 하자고 해서 고생만 하네... 앞으론 이런 거 안 해야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이렇게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MZ(의 속마음): 🥲
MZ(의 속마음): 🥲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 '완벽한 일본어'보다 '성의 있는 일본어'가 중요합니다. 초기 감사 메일이나 간단한 안부 연락은 번역기를 사용하더라도(물론 이후 반드시 검수를 거쳐야 합니다) 정중한 일본어로 보내는 성의가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는 당신네 비즈니스 문화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행사 후 3개월간 집중적인 팔로업을 위한 전문 통·번역 인력 비용, 혹은 일본어 가능 인력의 인건비를 '비용'이 아닌 '필수 투자'로 책정해야 합니다. 어설픈 소통으로 수억 원짜리 기회를 날리는 비용이 훨씬 더 큽니다.
  •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천합니다. ① 첫 접촉 및 관계 구축 (감사 인사, 안부): 정중한 일본어 ② 기술 자료 및 상세 제안서: 영어 (혹은 일어 요약본 + 영어 본문) ③ 중요 미팅 (온/오프라인): 반드시 전문 통역사 배석

한국어로 소통하며 실시간 통역 앱에 의존하는 것은,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파트너에게 '아마추어'라는 인상만 심어줄 뿐입니다. 언어 장벽을 넘어가는 비용을 아끼는 것은, 일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신뢰'라는 자산을 포기하고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절대로, 그러지 마십시오. 

 

2. 확신 심어주기: 우리는 '철새'가 아닙니다

일본 파트너들이 한국 기업(특히 지자체 주도 행사)을 만날 때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속성'입니다. 

이 한국 스타트업 기술은 좋아 보이는데, 진짜 일본에 정착해서 사업할 거란 확신이 아직 없네...?
이 한국 스타트업 기술은 좋아 보이는데, 진짜 일본에 정착해서 사업할 거란 확신이 아직 없네...?

이들에게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 할 견실한 파트너"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 '일본 데스크' 혹은 '현지 파트너사'를 명시하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한국 본사로 연락 주세요"라는 말은 일본 파트너에게는 굉장한 불안 요소입니다. 예) 저희의 일본 내 연락 창구는 Japan Insight입니다" 혹은 "일본 현지 파트너사인 YJ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물리적인 '일본 내 창구'의 유무는 신뢰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 '분기별 방문 계획'을 공유하십시오. "다음 분기에도 도쿄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11월 Japan IT Week 때 도쿄에 다시 올 예정인데, 그때 잠시 뵐 수 있을까요?"와 같이 구체적인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이는 일회성 방문이 아님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로 남습니다.
  • '끈기'를 보여주되 '압박'하지 마십시오. 일본 비즈니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문화인만큼 한국 비즈니스 대비 의사결정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첫 메일에 답이 없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한 달 뒤 관련 업계 뉴스를 공유하며 안부를 묻고, 또 한 달 뒤 연관된 자사 소식을 전하며 꾸준히 '터치 포인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재촉이나 압박이 아닌, '우리는 여전히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며 기다리고 있다'는 정중한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3.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하라: 당신에게 이 '이익'을 드릴 수 있습니다

국경을 넘은 파트너는 "그래서, 당신네 회사는 우리 회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Giver'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Taker'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최소한 양측의 니즈를 연결하는 'Matcher'가 되어야 합니다.

  • '우리 제품이 좋다' (X) → '당신 회사의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O) 상대방의 홈페이지, 최근 IR 자료, 심지어 현지 뉴스까지 검색하는 '숙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예시) 오사카 엑스포에서 만난 일본 물류 기업이 최근 '탄소 배출 절감'을 경영 목표로 발표했다면? "귀사의 2025년 ESG 리포트를 읽어보았습니다. 귀사의 탄소 배출 목표 달성에, 저희 솔루션이 연간 약 12%의 비용 절감과 20%의 탄소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 '계약'이 아닌 'PoC(개념 증명)'를 먼저 제안하십시오. 일본 기업들은 리스크를 극도로 경계하니 우선은 작은 성공 사례(Small Success)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시) "귀사의 큐슈 공장 일부 라인에 저희 AI 불량 검출 솔루션을 3개월간 무상(혹은 최소 비용)으로 시범 적용(PoC)해 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실제 개선 데이터를 확인하신 후 다음 단계를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 우리들의 '공동 계획'으로 제시하십시오. 일방적인 제안이 아닌, 상대방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시) "현재 진행중인 3분기 PoC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4분기에는 귀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지에 맞는 기능을 추가 개발하고, 2026년에는 이를 공동으로 도쿄에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제안 드립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단순 공급사'가 아닌 '미래를 함께 그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진짜 승부는 첫 미팅 이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일본 잠재 파트너의 비즈니스 과제를 깊이 분석하고, 정중한 현지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다음 협력 단계를 꾸준히 제안하는 그 인내와 전략에서 판가름이 납니다.

일본 진출의 성공을 위해 오늘 강조 드린 3가지 핵심 요소

  1.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기 위한 현실적인 '투자'
  2. '반짝 관심'이 아님을 증명하는 '지속성'과 '진정성'
  3. 상대방의 구체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로드맵'

이 세 가지를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노력이 '단발성 시도'로 그치지 않고, 일본 시장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으로 결실을 맺기를 늘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YJ 드림

 

 

 

재팬 인사이트 뉴스레터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5명이 각자의 관심분야를 공유드리려고 하며, 저희도 더욱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 스타트업 시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H: 일본 VC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시장, 투자, IPO 시장에 대해
  • KU: 일본 스타트업 업계 뉴스의 소개와 배경소개, 일본 스타트업 시장의 내부 이야기
  • YJ: 일본시장의 이해, 해외법인 매니지먼트, 브랜딩, 비즈니스 프로세스
  • SW: 일본을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글로벌SaaS에 대해
  • SA: 일본 채용, 일본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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