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년 이맘때면 화분증으로 고생하는 재팬 인사이트의 YJ입니다.
눈이 가렵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 걸 보니 길었던 겨울이 끝난 것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벚꽃이 각 지역별로 언제쯤 필지 예측을 하는데, 올해는 딱 지금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회계연도가 4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3월 말까지 예산 편성을 완료하고 4월부터 확정된 예산에 따라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합니다. 특히 일본에서의 3월말/4월 초는 학생들은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고, 기업들에게는 신입사원 입사식 및 신규 마케팅 캠페인이 활발히 시작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마케팅 예산이 확정되어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는 한국에서 성공했던, 혹은 한국 본사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적용했다가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산업군이나 BtoB / BtoC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같은 아시아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은 한국과는 다른 특유의 행동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입니다. 마침 3월 말에서 4월 초는 마케팅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고전하게 되는 대표적 상황들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접근을 위한 추천 전략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외국 기업의) 빠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한계
빠르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은 분명 단기간 동안 마켓 점유율 및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일본에서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인 마케팅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빠르고 공격적으로 단기간에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일본 국내 브랜드의 신규 서비스, 믿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연쇄 창업가에 의한 신규 브랜드 론칭 등으로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최근 이러한 사례로는 페이페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지나친 현금 사용량을 줄이고 캐쉬리스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당시 일본 정부는 모바일 결제수단을 장려했고 당시 일본 내에서는 10개 이상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경쟁하며 혼란을 겪었는데, 페이페이는 이러한 시장을 정리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특히 2018년 12월 4일부터 시작된 '100억 엔 줘버리자 캠페인(100億円あげちゃうキャンペーン)'은 소비자들이 페이페이로 결제 시 최대 20%를 포인트로 환원해주는 내용으로, 총 100억 엔(약 1,083억 원)을 캐시백 예산으로 책정하였습니다. 당시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페이페이로 냉장고와 세탁기를 구매했더니 최신 TV를 공짜로 얻었다'는 후기 글들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캠페인 시작 10일 만인 2018년 12월 13일에 환급액 100억 엔이 모두 소진되어 조기종료되었고, 이를 통해 페이페이는 단기간에 이용자 수를 급증시켜 경쟁 서비스인 라쿠텐 페이, 메르카리 페이 등을 제치고 확고한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페이페이는 일본 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가맹점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페이가 아니라 외국계 대기업 혹은 일본인들이 잘 모르는 중견 기업이 사운을 걸고 같은 액수의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필패하였을 것이라 보는 시선이 대부분입니다. 당시 외국계 대기업의 모바일 페이먼트 팀들로부터 "기술은 우리가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도저히 이 도박에는 이길 수 없다."라며 100억엔이라는 통 큰 환급액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납니다. 투자의 승부사, 소프트뱅크 그룹 창업주 손 마사요시 산하의 Z홀딩스가 페이페이의 모기업이니만큼, 손 마사요시가 모바일 페이먼트 업계를 정리하러 왔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일본 현지 기업이 아닌 이상에는 처음부터 브랜드 신뢰를 천천히,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지화된 마케팅과 브랜딩
- 일본에서 인기 있는 SNS 플랫폼(TikTok, X, Instagram 등)을 적극 활용
- 일본 문화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
- 현지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로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고객 경험 최적화
- 웹사이트, 모바일 앱, 고객 지원 등 발생할 수 있는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제공할 것
- 일본 현지에서 익숙한 결제 수단 및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만족도를 높임
등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 유명인 중심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한계
한국에서는 유명 셀럽과의 협업이 빠른 성과를 내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타겟 고객층과 밀접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일본 유저가 어느덧 400만명을 돌파한 링크드인 재팬과 아디다스 재팬의 콜라보레이션이 대표적이겠네요. 일본 내 링크드인 사용자 중 외국계 기업 취업이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Z세대 젊은층이 많습니다. 이들은 각 소셜 미디어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며 링크드인을 통해서는 자신의 유학 경험이나 취업, 인터뷰, 이직 등에 관련된 인사이트를 자유롭게 공유합니다.
아디다스는 티셔츠 120장을 제공하는 스폰서이고, 링크드인은 플랫폼으로서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지원할 참가자들을 모집합니다. 실제로 달리기에 참여할 120명의 고등학생/대학생/대학원생(박사과정 포함)들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각각의 인적 네트워크에 자연스레 홍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벤트가 잘 끝나고 홍보가 잘 되면 이렇듯 학생을 중심으로 1기, 2기 계속해서 링크드인&아디다스 런닝크루가 나올 수도 있고, 오히려 사회인을 중심으로 2030, 4050 등 연령대별로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니즈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거기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3. 가격 경쟁 중심의 프로모션의 한계
한국에서는 할인과 쿠폰을 통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지만, 일본에서는 가격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이 품질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니, 품질과 안정적인 서비스, 사후 관리 등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4. 자극적인 광고 콘텐츠의 한계
한국 시장에서는 짧고 자극적인 광고 콘텐츠가 효과적이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광고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에게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지로 유명한 니이가타현의 전통주(사케) 광고는 니이가타에서 나고 자란 젊은 여성이 처음 도쿄로 상경해 취직하는 스토리를 담아내었고, 이 광고를 처음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배경을 느끼게 만드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카피라이팅을 사용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5.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승부하려는 전략의 한계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이미지를 강조하며 해외 진출의 일환으로 일본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들은 글로벌 브랜드라는 사실만으로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현지화가 미흡할 경우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B2B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같은 특수 분야에서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파트너십과 신뢰가 중요하므로 굳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는 일본 강소기업들이 있고 심지어 영어 웹사이트조차 없으면서도 연 매출 수십억 엔을 가볍게 달성하는 기업들도 있을 정도로 일본 시장은 철저한 현지화와 신뢰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본 소비자의 세부적인 취향과 생활양식을 가능한 한 철저히 분석해 현지의 눈높이에 맞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의 니즈에 맞춘 세밀한 접근이 필수입니다.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시장 조사 등 사전 준비에 더욱 공을 들이시길 권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본사에서 바라본 일본 시장에 대한 예상과 현지 현실의 간극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 또한 그 노력이 과연 충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판단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