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5년도 벌써 4월이네요.
일본은 한창 벚꽃이 피었다가 예쁘게 지고 있습니다.
4월은 일본에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달이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 시기에 맞추어 입사식과 신입사원 매니지먼트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입사식 – “기억에 남는 첫날”이 채용 경쟁력을 만든다
일본에서 4월 1일은 단순한 ‘신학기’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조직의 미래가 입사하는 날’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날 입사식을 열고, 환영의 의미와 함께 조직 철학을 전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의 신입사원 온보딩 방식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집합 교육과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
보다 정서적 소속감과 자기 주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의 입사식은 양복 차림으로 단정하게 줄지어 앉고,
사장의 메시지를 듣고, 기념 촬영을 하는 ‘정형화된’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입사식이 ‘브랜딩 이벤트’처럼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명 ‘おもてなし(대접) 입사식’인데요,
작년 여객기 창고에서 진행되어 화제가 되었던 ANA의 입사식에 이어,
올해는 西武ホールディングス(세이부 홀딩스: 교통업)의 입사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내용은 정말 화려한데요,
- “세이부 전철”을 전세 내어 신입사원 전용 열차로 만들어 입사식 장소까지 이동
- 본사 대신 벨루나 돔(야구장)에서 입사식을 진행
- 신입사원 전원이 세이부 야구 유니폼 착용, 사장과 신입사원 대표의 시구 이벤트까지!
이처럼 한 편의 이벤트처럼 기획된 입사식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신입사원의 마음을 사로잡자. 첫날부터 소속감을 심어주자.”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와 채용 경쟁이 있는데요,
특히 젊은 세대의 이직 전환이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에게 첫날부터 감동을 선사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이탈을 막고자 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입사식에서 받은 경험을 통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죠.
입사식과는 별개로 신입사원의 초임금을 올려 이탈을 방지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는데요, 각종 매체에서 “선두 기업들이 초임금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표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오르지 않던 일본의 초임금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연수 – 교육이 아니라, 기업 문화 내재화의 시간
이렇게 입사를 한 신입사원들은 굉장히 친절한 신입사원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는 짧게는 2일, 보통 1~3개월간 이루어지며, 그 구조는 집합 교육 → 부서 순환(OJT) → 현장 배치로 이어집니다.
이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즈니스 기본 스킬 연수인데요,
전화 응대, 메일 작성, 회의 매너, 보고서 작성 등 기초 실무와 ‘報・連・相(보고·연락·상담)’ 등 일본식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이 비즈니스 기본 스킬 연수는 신입사원 연수의 단골 아이템이기 때문에 일본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공통인식을 갖고 있는데요, 이 내용이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생소해서 일본 기업과 일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도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했을 때 비즈니스 기본 스킬 연수를 받았는데요, 기억에 남았던 내용중에 하나가 고객과 엘레베이터를 탈 때, 택시를 탈 때, 식사를 할 때 어디에 자리잡아야하는가 하는 "상석"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을 때 예의도 인상 적이었는데요, 명함은 테이블 위에서 건네면 안되며 반드시 테이블 옆에서 주고 받아야하고, 받은 명함은 명함 케이스 위에 살포시 두고 미팅을 진행하는 게 예의라는 것이었죠. 또한 연수 기간에는 매일 일지를 작성해서 리더와 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했던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일반적인 신입 사원 연수에서는 창립자 메시지, 기업 연혁 및 미션 학습하며 실제 서비스/제품의 제작 흐름을 견학하고, 스스로 발표하게 함으로써, “당신이 이 조직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과정을 거쳐 입사 동기를 재확인시킵니다.
이후 실무형 프로젝트에서는 부서 협업 시뮬레이션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경험하게 되는데,
기획 아이디어 발표 → 현업 담당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진행하고,
재미있는 점은 성과보다 ‘문제 정의 → 소통 → 설득’ 과정이 중시된다는 점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 육성에 유난히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자하는데요,
이는 단기적인 업무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인재 개발과 조직 문화 형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초기 3년은 신입사원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간주되며,
이를 지원하는 문화가 강한데요, 신입사원에게 OJT 담당자나 멘토가 배정되어 실무와 정서적 지원을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단순히 업무적인 성과를 평가하기보다는 신입사원이 느끼는 심리적 안전과 자기 성장을 중시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매니지먼트 – 리더의 ‘관심’이 이탈을 막는다
일본의 HR 현장에서는 “신입사원이 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직무’나 ‘연봉’보다 ‘상사와의 관계’를 꼽는데요,
리쿠르트매니지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선호하는 상사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형 | 특징 | 신입 선호도 |
---|---|---|
조화형 |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말투, 감정 배려 | ✅ 매우 높음 |
민주형 | 소통 중심, 설명형 피드백 제공 | ✅ 높음 |
카리스마형 | 강한 리더십, 방향 제시 | ❌ 낮음 |
방임형 | 자유롭게 맡기나 피드백 부족 | ❌ 낮음 |
즉, 지시보다는 함께 가는 리더십, 성과보다 정서적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알아서 잘 하고, 알아서 일을 만들어서 따내는 것이 평가되기에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기보다는 크게 방향만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멤버들도 상사에게 ‘報・連・相(보고·연락·상담)’를 굉장히 빈번하게 상세하게 하고, 상사 또한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그런 리더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스타트업의 경우 워낙 빠르게 일이 진행되기도 하고 정해져 있지 않은 게 많기도 해서 소통이 더욱 더 중요한데요, 한국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점일 수 있지만 이 부분이 소홀하면 일본인 사원이 느낄 불안함과 정서적인 결여는 매우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1on1을 성과 평가가 아닌 감정 체크인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피드백은 ‘지적’보다 ‘지원’의 말투로 ( “이건 고쳐야” → “같이 더 잘해보자” 등) 으로 하는 작은 것 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죠.
입사 첫날, 연수 기간, 초기 리더십 경험. 이 세 가지가 조직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문화를 담고 있다면, 그 온보딩은 단순한 입문 교육이 아니라,그 자체로 ‘작은 조직 문화 체험’이자, 신입사원이 이 조직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됩니다.
신입 사원이 아니더라도 일본 사업을 하면서 일본인 사원을 채용한다면, 적용해 볼 만한 요소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 기업에 입사하는 당사자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이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된다면 힘든 일본 사업을 함께 개척할 좋은 팀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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